군 계급 중 최고라는 '병장' 달았지만, 부모 마음은 걱정

지난해 1월 입대한 아들이 벌써 병장을 달았습니다. 일반 사병에게 병장이면 최고의 계급장이지요. 그러나 부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잊어버릴만 하면 터지는 군부대 총기사고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는 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입니다.

 

▲ 지난해 1월 육군 모부대 연병장의 '군 입대 환영식' 장면입니다. ⓒ 김강임
지난 겨울 군에 입대해 훈련병으로 있을 때는 '가혹행위나 당하지 않는지, 언어폭력이나 당하지 않는지' 노심초사 했지요. 그런데 부대 배치를 받고 이병을 달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군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동기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지, 선임들의 말을 잘 듣고 있는지'등이었습니다.

주말마다 전화를 걸어오는 이등병 아들에게 이런 잔소리를 했습니다.

"동기들과 잘 지내라! 선임들 말 잘 듣고 잘 지내라!"라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아들놈의 목소리가 뜸해지면 걱정이 태산 같았지요.

지난 6월, 상병이었던 아들이 휴가 왔을 때의 일입니다. "상병 달았으니 이젠 힘들진 않지?" 라고 물었더니 아들 녀석은 고개를 흔들어 댔습니다.

"엄마, 차라리 이등병 때가 더 좋아요. 이등병 때는 휴가 나온다면 선임들이 군복도 다려주고 구두도 닦아주고 어디 불편한 것 없느냐? 물어도 봅니다. 그런데 막상 후임이 생기고 나니 할일도 많고 걱정이 더 많답니다."

그리고 아들은 "엄마, 막상 제가 선임이 되고 보니, 후임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라며 덧붙였습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남편은 "허-허-, 이젠 군대도 많이 변했군. 후임 무서워 선임이 쩔쩔 매는 세상이니…"라며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8월1일 병장을 달았습니다. "축하한다!"고 말해 주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며칠 전 경기도 가평 현리에서 군부대 총기사건이 벌어졌던 날 오후, 아들의 군부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화들짝 놀랐습니다. 군부대 관계자의 격려 전화였습니다.

"00 어머님, 많이 놀라셨지요? 00는 잘 있습니다. 00가 병장을 달고 분대장 교육을 갔습니다. 잘 있으니 안심 하십시오."

그 전화 메시지를 듣는 순간, 안심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더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아들 녀석이 후임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는 있는지 말입니다.

인간의 욕구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욕구는 때와 장소에 따라 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대라는 곳은 더욱 그렇습니다. 상하의 계급을 떠나 누구나 평등해야 합니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의무가 있지요. 하지만 서로의 욕구를 참지 못해 불상사를 일으키는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 군에 보내는 부모와 가족, 친지들의 모습은 '노심초사'라는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 김강임
이번 경기도 가평 군부대 총기사건을 보고 있으려니 희생당한 선임들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등병도 모두가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박 상병의 부모님, 그리고 병석에 누워있는 김 병장을 지켜보는 부모님, 총기 사건 주범으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이 모 이등병'을 둔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요.

이등병때는 "힘들지 않느냐? 선임들이 잘해주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들이 정작 선임이 되고 나니, 어떤 충고를 해야 할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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