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 환경파괴로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 물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요즘, 남아있거나 사라진 439개 용출수를 5년 간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이 있다. 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저서 《섬의 산물》이다. 여기서 '산물'은 샘, 즉 용천수를 말한다. <제주의소리>가 매주 두 차례 《섬의 산물》에 실린 제주 용출수의 기원과 현황,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주섬의 산물] (86) 하도리 별방진 산물

알도려, 하도여리. 하도리의 옛 이름이다. 

하도에 별방진(別防鎭)을 설치하고 성을 쌓아 별방이라 했던 하도리에는 외세(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쌓은 별방진성(別防鎭城)이 있다. 이 성은 김녕리에 있던 방호소를 조선시대 중종5년(1510년)에 제주목사 장림에 의해 옮겨 온 것이다. ‘별도의 방호소’이기에 ‘별방’이라 지칭했는데, 이원진의 <탐라지>를 보면 ‘샘이 두 곳(有二泉)’이라고 기술한다. 그 샘이 바로 들렁물(드렁물)이다. 

들렁물은 서문동 바다인 한개 동남쪽에 있는 산물이다. 지금 들렁물은 하도해안도로에 별방진성 입구에 있으며, 두 곳에 옛 방식을 재현한 쌍형인 사각형태로 새롭게 축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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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방성과 들렁물(앞 여자통, 뒤 남자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별방진포구 안에서 조석의 차에 의해 산물이 ‘나왔다 들어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수침입의 영향으로 목욕이나 빨래용인 생활용수로 사용하였다. 해안도로에 복원된 별방성 입구 동측 통은 여자용으로 빨래용이며 서측 통은 남자용으로 목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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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렁물 남자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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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렁물 여자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성(城)의 식수는 바다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성안 통물인 우물을 파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통물은 매립되어 찾을 수가 없다. 단지 성안 통물을 재현하려는 듯 별방성을 복원하면서 성안에 물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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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현한 성안 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성안 통물은 사라져 버려 확인할 수 없으나 마을 안에는 동동 우물이 보전되어 있다. 이 우물은 예전에 빌레못이 있었기 때문에 빌레못동네라 한 동카름(카름은 마을의 제주어)인 동동(東洞)에 있다. 

1976년 마을 공동수도가 섬 전체에 보급되던 시절인 197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물은 사각시멘트통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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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 우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세화리 경계를 막 벗어나면, 물과 관련이 깊은 바다와 경계를 하고 있는 마을인 면수동이 있다. 이 마을의 포구 서쪽 바닷가에 면수동 남탕, 면수동 포구 동쪽에는 자그마한 만물(맛물)이란 산물이 있다. 

면수동 남탕은 넙빌레로 형성된 해안 조간대 암반지대에서 용출되는 산물이다. 돌담으로 보호시설을 한 원형의 자그마한 통으로 두 사람 정도 목욕할 수 있는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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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수동 남탕.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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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수동 남탕 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염분기가 적어 ‘달다’는 의미로 맛물 혹은 주변 다른 산물보다 용출량이 많다고 하여 ‘만물’이다. 이 산물은 포구 동쪽 해안도로 밑 도랑 같이 만든 사각암거에서 용출되어 흘러나오고 있다. 

산물은 해안로를 개설하면서 슬래브형태의 그늘 지붕을 만들고 시멘트로 사각 산물 터로 조성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옛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래도 수세(물힘)은 여전하며 바다를 찾는 낚시꾼들이 귀하게 이용하는 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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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물(만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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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물 내부.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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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암거에서 용출되는 맛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바닷가에 숨겨진 산물인 모진다리물이 있다. 이 산물은 별방진에서 서쪽으로 700m 떨어진 무터망 불턱 인근에 있으며, 이 산물로 인해 갈조류 모자반과의 해조류인 바닷말의 일종인 톳이 많이 나고 자라 이 일대가 톳 밭이 되기도 한다. 

산물이 솟는 곳은 연갈색의 암이 분포된 곳으로 암 색깔로 볼 때 조면암질 미고결암의 성격을 띠고 있어 산물 터가 검은 용암빌레(너럭바위)와 뚜렷이 구분된다. 이 산물은 용암빌레로 둘러싼 자연적인 물터에서 용출되는 숨겨진 산물로 이 일대의 또 다른 비경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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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진다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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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진다리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 고병련(高柄鍊)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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