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광위 계수조정 보니...'가파인망' 추경 이어 다시 칼질, 이중섭 원화 구입 증액

제주도의 내년 문화예술 예산안에 대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가 65억3740만원을 감액했다. 중국 대표 조각가 우웨이산의 <가파인망> 작품 구입비는 지난 추경에 이어 다시 삭감된 가운데, 이른바 ‘쪽지 예산’ 관행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 문광위는 지난 2일 ‘201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계수조정을 마무리했다. 문화예술 예산은 65억3740만원을 조정했는데, 56건이 감액되고 104건이 증액됐다.

주요 감액 내역을 보면 ▲도립미술관 <가파인망> 설치(-8억원, 이하 전액 삭감) ▲제주도 무형문화재 대전(-3억원) ▲탐라문화유산 발굴 및 복원 사업(-2억원)▲도립무용단 기획공연(-2억8600만원) ▲제주문화산업자원 DATA-BANK 구축운영사업(-1억5000만원) 등은 문광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가파인망>의 경우, 올해 추경에 이어 또다시 전액 삭감됐다. <가파인망>은 중국 국립미술관장 겸 조각가 우웨이산의 작품으로, 난징대학살을 고발하는 11.5m 대형 작품이다. 중국 국립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설치된 것과 동일 작품을 알뜨르 비행장에 설치할 예정이지만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 전투기가 뜨고 내린 기착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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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국립 난징대학살 기념관 앞에 세워진 우웨이산의 조각품 '가파인망' 모습. 기념관 작품과 동일한 가파인망이 제주에 올 예정이나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우웨이산의 조각품 '가파인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우웨이산은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해 <가파인망> 제주 설치를 공표한 바 있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 관계자는 “작가와 도립미술관이 알뜨르 비행장에 작품을 설치하기로 약속했지만, 비행장을 소유한 공군과의 협의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라며 “설사 다른 장소를 물색하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이 나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준비 과정이 마무리되면 무조건 예산을 승인해주겠다는 게 상임위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산지천 갤러리 운영비(1억원 중 3000만원 삭감) ▲예술공간 이아 운영비(7억원 중 1억원 삭감) ▲옛 산양초등학교 문화예술 창작공간 운영(2억원 중 5000만원 삭감)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운영 대행사업(7억원 중 2억원 삭감) 등 문화 예술 공간 운영비도 줄줄이 잘려나갔다.

특히 산지천 갤러리는 문광위 의원들이 ‘운영 활성화’를 누누이 강조한 바 있는데, 도리어 운영비를 깎는 '말과 행동이 다른' 상황이다. 산지천 갤러리 예산 조정에 대해서는 현재 사진 전문 갤러리에서 생활 문화, 대관 등으로 공간 성격을 바꾸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깎은 예산은 104개 사업에 배분됐다.

▲도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관련 사업(1억 6560만원에서 3억 5000만원 추가) ▲이중섭 원화 작품, 자료 구입(3억원에서 2억원 추가) ▲제주학연구센터 운영·연구비(14억원에서 6억2200만원 추가) ▲김정문화회관 공연환경 개선공사(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추가) ▲아트제주 2019(6300만원에서 3700만원 추가) ▲2019 제주어 문학상(8000만원 신규) ▲장애인 문화예술 자조모임 운영사업(4000만원 신규)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유해 야생동물 포획사업(1000만원→4억2000만원), 전통사찰 긴급 보수 사업(5000만원→ 3억5000만원)은 당초 편성액 보다 몇 배나 늘어났다.  

각 의원의 지역구와 관련이 깊은 ‘행사성 쪽지 예산’은 이번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증액 사업 104개 가운데 40개나 새로 만들어졌는데 ▲서귀포실버가요제 ▲전국장애인가요제 ▲비자나무숲 분재전시회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대학 문화행사 ▲2019 KBS제주 시청자음악회 ▲제2회 혜은이 가요제 ▲제1회 전국공무원 배드민턴 대회 ▲제1회 서귀포 아트 페어 등 적지 않은 수가 행사성 예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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