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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지움 ‘역사의 트라우마와 맞서는 아트’가 23일 4.3평화기념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가미야 미시마 오키나와 ‘마부니 피스’ 프로젝트 실행위원, 제주서 발표

태평양전쟁부터 최근 미군 범죄까지,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받아온 오키나와를 이해하는 기회가 제주에서 마련됐다. 2015년부터 오키나와에서 평화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관계자는 “제주4.3예술을 통해 오키나와 평화 예술 프로젝트가 많은 것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일본 일반사단법인 스디루와 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심포지움 ‘역사의 트라우마와 맞서는 아트’가 23일 4.3평화기념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오키나와 ‘마부니 피스 프로젝트(MPP)’와 제주 미술작가들이 교류 사업의 일환이다. 심포지엄과 함께 11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MPP 참여 일본 미술작가, 제주 미술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날 심포지엄은 가미야 미시마 MPP 실행위원(오키나와현공문서관 직원)이 발표를 담당했다. 그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함께 MPP가 오키나와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렸다.

1492년 오키나와에는 통일 왕국(류큐)이 세워졌다. 400년 가까이 이어온 류큐 왕국은 1872년 일본 정부가 류큐번으로 격하시켰고, 7년 뒤에 류큐번 대신 오키나와현을 설치했다. 마치 탐라라는 이름 대신 제주를 얻게 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가미야 미시마는 “류큐·오키나와는 일본제국의 최초 식민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1945년 일제와 미군이 부딪힌 ‘오키나와 전투’로 인해 오키나와인 9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키나와 출신 일본군속 2만8000여명도 전쟁 중에 사망했다. 당시 오키나와 인구가 약 60만명임을 고려하면 오키나와인 5명 가운데 1명이 전쟁으로 숨진 셈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오키나와에 평화는 오지 않았다. 가미야 미시마는 “일본은 미일안보조약을 기초로 오키나와를 미국에 군사기지로 제공한 다음, 평화국가로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했다”면서 “1972년이 돼서야 미국은 오키나와의 시정권(신탁통치 지역에서의 입법·사법·행정권)을 일본에 반환했다. 그러나 광대한 미군기지는 오키나와에 계속 남았다. 2018년 현재 일본 전 국토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기지 70.6%가 주둔한다”고 설명했다.

1995년 미군 병사 3명이 12세 오키나와 소녀를 강간한 사건 등 수많은 미군 범죄가 일어났고, 2014년 새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오키나와현 지사가 당선되는 등 여전히 오키나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미야 미시마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MPP가 전후 70년이 되는 지난 2015년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MPP의 ‘M’에 속하는 마부니는 오키나와 본섬의 남단 이토만 시의 한 지역이다. 이곳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완전 전소 당했으며, 일본 병사와 주민들의 시신이 가득 쌓였던 전쟁 유적지다. 매년 6월 23일마다 이곳에 세워진 '평화의 비'에서 오키나와 전투 전몰자 추도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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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가미야 미시마 MPP 실행위원(오키나와현공문서관 직원). ⓒ제주의소리
가미야 미시마는 “오키나와 사람들은 역사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면서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왔다. 부담을 느끼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지만, 평화라는 말은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너무도 일상적인 단어”라며 “이러한 정신을 예술과 결합해 전쟁과 기지의 섬 오키나와를 평화 예술의 요석으로 재생하는 것, 그리고 죄 없는 많은 이의 피가 스며 있는 슬픔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재생시키는 것이 MPP의 소망”이라고 피력했다. MPP에는 오키나와 전투를 경험한 세대부터 1980년대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가진다. 

가미야 미시마는 “4.3예술운동이 제주의 긴 침묵을 깨고 죽은 자와 산 자의 슬픔을 시각화하고 국가가 잘못을 사과하게 한 정의의 힘을 만들어낸 것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4.3예술을 통해 MPP가 배운다는 의미의 크기를 헤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가 긴장 완화로 향하는 지금도 오키나와는 일본의 새로운 군국주의와 미국의 패권주의의 희생양이 돼 자기 결정권을 복구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며 “앞으로 제주와의 미술 교류가 우리를 격려하고 활성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평화예술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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