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30년 만에 추진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미래를 대비한 교통정책 추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와 도로 위주의 기존 교통정책을 사람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당연하다. 제주에서도 ‘사람 중심의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사람 중심의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차고지증명제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 △공영주차장 확보 △일방통행 등 4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송년기획-교통정책, 사람이 중심이다]를 5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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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로티 구조 다세대주택이 모여있는 제주시 이도2동. 가구수별로 주차 공간이 확보됐지만, 부족해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된 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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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사람 중심의 제주교통문화] ④ 차고지증명제 의회서 번번이 ‘제동’ 비판 커져…법 개정, 공영주차장 확보 ‘과제 산적’

12년전인 2006년 4월 제주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됐다. 그러나 2007년 제주시 동(洞)지역 대형차 시행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번번이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대형차는 2007년 2월1일(제주시 동지역), 중형차는 2009년 1월1일(제주시 동지역), 소형차는 2010년 1월1일(도 전역)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형차는 예정대로 시행된 반면 중형차는 2012년 1월1일⇒2017년 1월1일로 두 차례나 더 연기됐다. 소형차 적용시점도 2015년 1월1일⇒2022년 1월1일로 역시 두 차례 더 미뤄졌다.

◇ 교통난·주차난 지적하면서 차고지 조례는 때마다 보류

이에 대해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있다. 의회는 그동안 여러차례 교통문제, 주차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4월 도정질문에서 차량증가 속도가 인구증가보다 1.7배 높다며 교통난을 강도 높게 지적했고, 원희룡 도정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차고지증명제를 3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조속한 시행을 약속했지만, 제주도의회는 이후에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이처럼 차고지증명제 도입이 늦어지는 사이 자동차는 최근 수년간 해마다 2만대 씩 증가해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자동차는 5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도로는 점점 막히고 주차난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가 자명하다.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자기모순 사례로 회자된다. 

중형차에 대한 차고지증명제가 시행된 2017년 제주시의 경우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가 13%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 왔다는 점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7월에도 제주도가 2019년 1월1일부터 제주 전역에서 차고지 증명제 전면 시행을 목표로 조례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도의회는 또다시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부결시켰다. 여전히 제주는 전국에서 1가구당 2대꼴의 가장 많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교통지옥’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차고지를 확보하고 싶어도 도심권에서는 현실적으로 차고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의 절대부족, 전 세계에서 일본에서만 시행된 차고지증명제가 과연 제주 실정에 맞는지에 대한 원초적 반론 여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든저든 분명한 것은 자동차를 살 때 차고지 공간 없이 무턱대고 차부터 사고 보는 것은 이제 개인의 선택에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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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로티 구조 다세대주택이 모여있는 제주시 이도2동. 가구수별로 주차 공간이 확보됐지만, 부족해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된 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필로티 건축물 ‘세로연접주차’의 함정 

주차난 해결을 위해 차고지증명제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도 함께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세로연접주차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 필로티(Piloti) 구조 건축물의 주차 공간이 실제로는 100% 사용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면 주차난 일부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주택법을 적용받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주차면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필로티 구조는 벽 구조물 없이 기둥만으로 지상층을 개방한 구조다. 대부분의 필로티 건축물들은 개방된 1층 공간에 주차면을 확보한다. 필로티 건축물 상당수는 다세대주택이고 다수의 경우에 세로연접주차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세로연접주차방식으로 조성된 건물의 경우 주차면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도로와 연결된 바깥쪽 주차면만 사용하고 주차가 불편한 안쪽 주차면은 거주자조차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어 당연한 지적이다. 세로연접 주차방식은 출입구가 한 방향으로만 있어 안쪽 차량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차량을 이동해야 해서 안쪽 주차공간은 사장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안쪽 주차면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면 4가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에 주차면은 4개지만 실제 주차는 2면만 사용되는 셈이다. 결국 남은 차량은 인근 이면도로 등에 주차하게 되고 이면도로 교통체증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필로티 건축물이 많은 제주시 이도지구나 삼화지구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제주시가 매입해 리모델링 중인 시청 제3별관 옆 신축건물은 좋은(?) 사례다. 7층 짜리 이 건물은 1층이 필로티 구조다. 그럼에도 확보된 주차면은 단 2면 뿐. 그마저도 1면은 장애인 주차구역이다. 일반 차량이 세울수 있는 주차면은 단 1면이라는 말이다. 당초에는 주차면이 몇 개 더 있었지만, 제주시가 매입해 공공건물로 리모델링하면서 장애인 출입로를 확보하다보니 주차면수가 줄었다. 

주변 주차장을 노외주차장으로 등록하고, 공무원들이 대중교통 출퇴근 운동을 펼친다 하더라도 7층 건물에 주차면이 단 2면인 것은 기형적이다. 해당 건물이 공공건물이 아닌 상태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인원만 건물을 드나든다고 가정한다면 최소 수십 대의 차량이 주변 이면도로에 불법주차하게 된다는 소리다. 

결국 필로티 건축물의 경우 세로연접주차방식을 지양하거나 허용하지 않도록 주택법보다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을 개정,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조례도 개정해 주차장법 기준보다 강화된 규모로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등 신규 건축물에 대한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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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로연접주차방식의 필로티 건물 주차장. 바깥쪽 주차면에 차량을 주차하면 안쪽 주차면을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어 당초 2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에 차량 1대만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흰색 차량 이 앞쪽 주차장에 차를 세워 뒤쪽으로 연접해있는 주차장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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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로연접주차방식. 안쪽 주차면을 이용하면 불편함이 있어 당초 2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에 차량 1대만 주차됐다. 이 사진도 흰색 차량이 세로로 연접된 2개의 주차면 가운데에 독차지하자 주차장 전면 입구 도로에 검정색 SUV 차량이 불법 주차한 모습.   

차고지 증명제 도입과 별개로 모든 건축물에 주차장부터 제대로 확보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지난달 열린 365회 도의회 임시회에 다가구·공동주택을 제외한 위락시설, 근린생활시설 등 주차 공간을 넓히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제출한바 있다. 하지만 도의회는 관련 단체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역시 재심의로 의결했다.

현행법상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150㎡당 1대 주차면을 확보해야 한다.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150㎡ 이하는 1대, 초과할 경우 65㎡당 1대가 추가된다. 전체 주차대수가 세대당 1대에 미달되는 경우 세대당 1대 이상 주차면이 확보돼야 한다. 

주택법 시행령상 원룸형 주택은 전용면적 40㎡당 1대나 세대당 0.9대 중 주차면이 더 많이 확보되는 방안으로 조성돼야 한다. 오피스텔은 1실당 1대다. 

주차장법 제6조에 따라 각 지자체는 조례 개정을 통해 주차장법 기준에서 50% 내외로 강화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주택법 적용을 받는 건물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실상 1가구당 최소 1대의 주차장이 확보될 수 있도록 건축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0월말 기준 제주시 1가구당 보유 차량대수는 2.17대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제주는 전국에서 1가구당 2대꼴의 가장 많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교통지옥’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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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가 매입한 7층 건물(왼쪽 붉은색). 해당 건물에 확보된 주차면수는 단 2면 뿐이다.

◇ “공영주차장 확보, 공영주차장 복층화 속도 내야” 

교통행정은 종합행정이다. 주택 밀집지역에서의 주·정차 단속 강화뿐만 아니라 공영주차장 확보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제주시의 주차장 확보율은 97.4%다. 읍면지역 7874곳에 4만6490면, 동(洞) 지역 1만6387곳에 17만8932면 등 총 22만5422면이다. 

22만5000면에 달하는 주차면 중 공영 주차장은 1358곳 3만6394면 뿐이다. 지난해 조성된 공영주차장은 1743면. 반면, 자동차는 2만6931대나 늘어났다. 개인 차고지를 감안하더라도 늘어나는 자동차 대수에 비해 공영주차장 확보는 ‘걸음마’ 수준이다.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 등은 공영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해 매년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몇몇 공영주차장의 경우 유료로 전환됐으며,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유료 전환 예정이다. 

공영주차장 유료화를 통해 주차장 회전율을 높이다 보면 자연스레 각 건물, 차고지 등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에서 공영주차장 추가 확보를 위한 노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공영주차장 부지는 새로운 공유지 확보를 의미한다. 갈수록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한다면 공유지 추가 확보는 필수다. 한정된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복층화 사업도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전체적으로 주차 공간이 부족해 공간 확보를 위해 조례 개정 등 방안을 찾고 있다. 필로티 건축물 등 주택법에 적용받는 건축물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주차장 관련 권한을 이양받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차 정책만 봤을 때는 주차면 확보를 위해 조례나 법 강화 등이 필요하지만, 도시계획 등 다양한 정책이 복합돼 어려움이 있다. 도민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도로에 늘어나는 자동차의 증가 속도를 ‘토끼’에 비유한다면, 주차장 확보는 ‘거북이’에 비유할만 하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교통행정 못지않게 교통난·주차난 해소를 위한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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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가 매입한 7층 건물. 해당 건물에 확보된 주차면수는 단 2면 뿐이다. 2면 중 1면은 장애인 주차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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