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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원희룡 지사(뒷모습)을 상대로 도정질문을 하고 있는 이승아 의원. ⓒ제주의소리
[도정질문] 이승아 의원 “하수처리장 증설만으로 해결 안돼”…원 지사 “내년 전수조사”

오-우수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에 1조7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지만, 하수처리장으로 가야 할 오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여전히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 지사는 “내년에 전수조사를 실시한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주도의회 이승아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열린 제366회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하수관거 오-우수 분류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BTL 방식 등으로 주거환경 개선 및 지하수 오염방지를 위한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1조7240억원에 달한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인분 등은 오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직행하고, 빗물은 우수관으로 분리해 하천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도 전체적으로 매설된 하수관거의 82%(3456㎞) 정도가 분류식, 나머지 18%(753㎞)가 합류식이다. 2035년까지 진행될 오-우수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에는 앞으로도 1조4518억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이 의원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오수와 우수를 동시에 배제하는 합류식관거들이 모여 하수처리장으로 수송하는 차집관로의 직경이 작아 비만 오면 하수가 넘쳐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오수-우수관거가 분리됐음에도 우수관거에 오수관거를 연결(오접)함으로써 오수들이 정화과정 없이 하천으로 배출되고 있는 점이다.

이 의원은 먼저 병문천 차집관로 문제와 관련해 “이곳은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이 완공된 지역이다. 그런데도 비만 오면 악취가 진동한다”며 “이 같은 상황을 행정도 인지하면서 왜 직경이 큰 관거로 교체하지 않느냐.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최근 발생한 신화역사공원 오수역류 사태 때 봤듯이 굵은 관이 가는 관에 물려 있는 경우가 있다. 공사시기에 따라 예산도 다르고, 예전부터 쌓여온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하천과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데 이게 합법적이냐”고 추궁했다.

원 지사는 “합법, 불법을 말하긴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잘못된 것”이라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집관로 증설계획을 지금이라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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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오수가 배출되는 모습. ⓒ제주의소리 / 이승아 의원 제공
이 의원은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이 완료된 지역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도 도마에 올렸다.

이 의원은 한천 인근에서 촬영한 자료사진을 제시하며 “맑은 날 현장을 방문했는데, 엄청난 혈세를 들여 완공된 지역인데도 우수관에서 오수가 계속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곳곳에 오접이 있다. 공사 과정에서의 잘못도 있을 수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고의적으로 연결한 곳도 있다”며 “내년에 전수조사하는 것으로 계획, 예산도 확보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우수관에 오수를 배출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전수조사 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하수관을 우리 몸의 혈관으로 비유하고 싶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까지 질환이 오고, 결국 사망까지 한다. 지사께서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말하자, 원 지사는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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