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동료에 의해 살해된 남성의 사망 원인은 경동맥 자창에 의한 실혈사라는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강현욱 박사는 20일 오후 4시 피해자 전모(38)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 전달했다.
부검결과 피해자의 왼쪽 목 부위에 5cm 가량 흉기로 찔린 흔적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부위에는 경동맥이 지나고 있었다.
부검의는 피해자의 몸에서 저항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사인은 경동맥 좌창에 의한 과다출혈로 판단했다. 실제 범행이 이뤄진 차량에서는 치사량에 이를 정도의 피가 확인됐다.
경찰은 키 188cm의 건장한 피해자가 보통 체구인 피의자 김모(46)씨를 제압하지 못하고 사망까지 이른 점에 비춰 차 안에서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토대로 조직 내 알코올 검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체내 독극물 검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범행도구를 버렸다고 진술한 바닷가에서 흉기의 손잡이를 발견했다. 다른 이동 지점에서는 피가 묻은 피의자의 옷과 차량 번호판도 확보했다.
다만 두 사람의 대화 내용과 이동 경로를 확인시켜줄 블랙박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김씨가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각종 증거를 여러 곳에 분산해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18일 오후 8시40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곶자왈 인근 도로에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전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김씨를 차량 약 100m가량 이동해 시신을 도로 옆 숲에 던졌다. 곧이어 시신을 끌고 도로에서 곶자왈 술 안쪽 16m까지 끌고 가 유기했다.
김씨는 이후 차량을 몰아 직선으로 9km 가량 떨어진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농로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에 들러 라이터용 인화물질까지 구입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뜯고 블랙박스까지 제거했다. 이어 차량 내부에 기름을 뿌려 불을 붙인 뒤 현장을 벗어났지만 정작 차량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탐문조사를 통해 전씨가 김씨와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피의자가 평소 타고 다니던 승용차의 차량 번호를 확보해 추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19일 오후 4시55분 교통경찰이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한 노상에 김씨의 차량을 확인하고 곧바로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 김씨는 경찰 수사 한나절만인 이날 오후 6시쯤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씨의 자백에 따라 오후 6시20분 청수리 곶자왈에서 전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씨에게 100만원을 빌렸다. 이중 40만원을 갚았고 나머지 60만원의 채무 때문에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동선과 증거물, CCTV 등에 비춰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된다"며 "구체적 범행 동기를 계속 확인하고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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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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