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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구속영장 기각후 결정적 증거 확보 못해...경찰, 영장 재신청 또는 불구속 송치 곧 결정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풀려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경찰이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건’을 찾지 못하면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은 대검찰청을 통해 피해 여성의 의류에서 확보한 섬유를 대상으로 정밀 DNA 검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경찰은 피의자인 박모(49)씨와 피해자인 이모(당시 27세)씨가 접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범행 당시 입고 있던 옷을 토대로 섬유 조직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과학수사연구원은 박씨의 옷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과 비슷한 섬유 조각을 발견했다. 피해자의 무릎과 어깨 등에서도 피의자가 입었던 남방과 비슷한 섬유 조직을 확보했다.

경찰은 미세증거물 분석을 통해 당시 두 사람간 접촉이 있었다는 근거를 내세웠지만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했다. 기성복의 유사한 섬유에서 더 나아간 확증이 없었다.

다수의 증거를 내세운 경찰은 범행 발생 9년만인 5월16일 오전 8시20분 경북 영주시에서 박씨를 체포했다. 구속영장까지 곧바로 신청하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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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판부는 경찰이 제시한 의류 감정 결과에서 ‘동일’이 아닌 ‘유사’에 그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다른 택시에서도 무스탕 재질이 나온 사실도 예로 들었다.

경찰은 9년전 수사에서도 피의자와 피해여성의 옷과 몸 등에서 상대방의 DNA 검출에 실패하면서 직접 증거를 내세우지 못했다. 정황증거인 섬유조직 분석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의자마저 일관되게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이 '결정적 한방'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박씨는 체포 64시간만인 5월19일 자유의 몸이 됐다.

그 사이 수사를 진두지휘한 형사과장까지 바뀌었다. 경찰은 피해자의 무스탕과 또 다른 옷을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보내 추가로 DNA 검사를 하는 등 수사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6년 무학산 성폭행범 사건에서도 국과수가 확인하지 못한 범인의 유전자를 대검에서 찾아낸 사례가 있어 은근히 기대를 걸었지만 피의자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범행 시간을 특정지은 돼지 사체 실험 결과와 피의자의 옷에서 발견된 섬유조각, 범행 이후 피의자의 특이 행동 등 정황상 증거를 토대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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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검사와 협의해 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수 있다.

실제 기소까지 가더라도 법정에서 또 다시 치열한 증거 다툼을 벌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검찰측 증거물을 피고인측이 무더기로 부동의 할 개연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범행에 대한 혐의점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기소의견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이씨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리의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9년 전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풀어줬다. 박씨는 이듬해인 2010년 2월 제주를 떠나 강원도 등지에서 생활해 왔다.

당시 형사들은 여전히 박씨를 의심했지만 사건 발생 3년4개월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2016년 2월7일 제주청 장기미제사건팀이 이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수사는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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