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남성이 인적이 드문 곶자왈에 시신을 유기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차량 방화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김모(46)씨를 입건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살해 경위, 계획 범죄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8일 오후 8시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채권자인 전모(38)씨와 만난 뒤 자신이 빌린 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술을 마신 전씨를 대신해 차를 몰아 한경면 저지리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차량 소유자는 50대 여성으로 전씨가 5월부터 빌려서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영어교육도시2교차로에서 청수리 곶자왈 도로를 향해 약 450m 가량 진입하던 중 차량을 갓길에 세워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전씨의 목을 찔렀다.
현장은 차량 이동이 뜸한 곳으로 도로 양측이 곶자왈로 둘러싸여 있다. 가로등도 설치되지 않아 야간에는 인적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장소다.
김씨는 범행 직후 차량을 몰아 직선으로 9km 가량 떨어진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농로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에 들러 라이터용 인화물질까지 구입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뜯고 블랙박스까지 제거했다. 이어 차량 내부에 기름을 뿌려 불을 붙인 뒤 현장을 벗어났지만 정작 차량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튿날인 19일 오전 7시15분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농로에서 발견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이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차량 소유자를 수소문했다. 이어 전씨가 차량을 빌린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전씨의 전화는 범행 당일인 18일부터 꺼져있었다.
이 과정에서 서부경찰서 교통순찰대가 19일 오후 4시55분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한 노상에서 다른 사람의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김씨를 발견하고 서귀포서로 임의동행 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 결국 김씨는 경찰 수사 한나절만인 오후 6시쯤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씨의 자백에 따라 오후 6시20분 청수리 곶자왈에서 전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씨에게 100만원을 빌렸다. 이중 40만원을 갚았고 나머지 60만원의 채무 때문에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서귀포경찰서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고 김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범행 당일 김씨의 행적과 계획 범죄 여부도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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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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