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정주 관장 취임 첫 언론 인터뷰...“인력 충원 없으면 발전은 고사 퇴조” 직격탄

“제주도립미술관은 학예 인력이 비현실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학예연구사 4명은 대형 공공미술관으로 전무후무한 수준이다.”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시대 미술 발전과 비교할 때 현격한 퇴조다.”

“지금까지 미술관을 유지한 자체가 기적이다. 기본업무 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10월 8일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언론 앞에 선 최정주(49)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작심한 듯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차분한 말투와 논리 정연한 설명이었지만, 그 속에는 날이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5일 오후 미술관에서 도내 문화부 기자들과 취임 첫 인터뷰를 가진 최 관장은 지난 한 달을 “진단의 기간”이라고 말하면서 “진단 결과, 기본적으로 보완할 것이 너무나 많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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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이 15일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제주의소리

첫 번째 진단은 부족한 학예연구 인력이다. 

그는 “전국에 있는 시립, 도립미술관을 살펴보면 적어도 행정·관리직을 제외한 학예연구사가 최소 5명 이상이다. 제주는 4명 인데, 그것도 한 명은 현대미술관을 담당한다. 이 같은 실태는 국내 대형 공공미술관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건 엄두조차 낼 수 없고, 기본 업무조차 불가능한 구조”라며 “공립미술관이라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시민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에듀케이터, 소장품을 관리하는 레지스터, 규모에 맞게 홍보 전담직원까지 각각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는 학예사가 기획, 홍보, 교육을 마치 카드돌려막기 식으로 맡아 희생에 가깝게 업무가 과중돼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최 관장은 “기본도 안 된 미술관에서 비엔날레의 성공을 기대한 건 사실상 무리였다. 인력 보강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기본 틀을 갖추는 것이 현재 도립미술관의 급선무”라고 신신당부했다. 

도립미술관에 학예연구팀장이 생긴 것도 불과 3년 전 일이다. 그전까지는 별도 학예조직도 없이 학예사 개개인이 운영팀에 속해 활동했다. 연구팀과 팀장이 추가됐지만 체계적으로 조직이 굴러가려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는 게 최 관장의 판단이다.

최 관장은 인력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본인이 오기 전에 일정 상 내년도 사업 계획이 정해진 점까지 더하며, 시작부터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쳤다. 마침 내년이 미술관 개관 10주년인데, “새로운 기념사업을 넣으려고 해도 이미 사업 계획이 결정돼 어려움이 크다.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예산 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화려함 대신 도민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미술관 발전사 같은 것으로 알차게 10주년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인력 문제에 이어 제주비엔날레는 도립미술관의 중요한 숙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두 번째 행사를 열어야 하지만, 보다 나은 모습을 위해 현재 전문가 논의 과정을 밟고 있다. 지역미술계에서는 예술감독·큐레이터도 아직 선정하지 못했는데, 물리적으로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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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 관장은 “두 차례 전문가 자문 회의를 열었는데 개최 시기, 운영 주체와 조직 구성, 정체성화과 차별화 세 가지를 놓고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비엔날레는 미술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미술계뿐만 아니라 제주도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내년 1월이 지나면 어느정도 구체적인 방향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제주에서 어렵게 국제미술행사의 싹을 틔운 만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도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더불어 예술감독,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등을 매번 다르게 뽑는 구조로는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만큼, 미술관 안에 비엔날레 전담 인력을 두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립미술관은 애초 내년 비엔날레 예산으로 첫해와 같은 16억원을 신청했지만 제주도에서 전액 삭감했다. 대신 2회 행사 준비 명목으로 4억원이 새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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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주 관장. ⓒ제주의소리
최 관장은 “만약 내년을 건너뛰고 2020년에 연다고 해도 예술감독 등 인력 충원, 조사 등 할 일이 적지 않다”며 “문제 진단은 끝났으니 조직의 장으로서 목표 달성을 위해 투쟁하는 일만 남았다”고 미소 지었다.

최 관장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지만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제주 미술인 성장을 위한 지원 ▲한국미술사 흐름에 맞는 주제전 ▲제주미술사 조명 ▲작지만 알찬 국제전 ▲제주 안 미술 전문인력 양성 같은 일도 반드시 해내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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