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연대․녹색당, “법인격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포함 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4일 행정시장 직선제 및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 카드를 제주도의회에 던지면서 도민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비롯해 읍면동 자치제 요구까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행정체제 개편 대안이 다시 백가쟁명식으로 분출하는 양상이다.

원희룡 지사는 14일 오전 “행정체제에 관한 제주도민의 자기결정 절차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열린 주간정책조정회의에서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제출한 권고안을 존중해 전부 수용하겠다. 도민들의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행정체제 개편의 최종 방향에 대해 도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민투표를 시사했다.

행개위가 지난해 6월29일 제주도에 권고한 내용은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 등 3가지다.

이에 대해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행정시장 직선제’와 관련해 “직선제라는 단어의 명징성은 있지만,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풀뿌리자치에 역행하는 ‘짝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의 시장을 직선제로 뽑을 경우 유권자들은 투표 당일 일시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는 의미 밖에 없다”며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등을 독립적으로 부여받지 못하는 지금의 임명제 시장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연대는 특히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 로드맵’과 관련해 “지금의 제주는 특별자치도 지위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평균 자치도’, ‘보통자치도’로 전락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마저 보장받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제주는 ‘자치분권의 실험장’에 머물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정부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선거공약은 기초자치권 부활 등에 대한 도민선택권 부여였다는 점에서 오늘 원희룡 지사의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을 넘겨받은 제주도의회에 “지난 10여간 제주사회는 권한도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하고, 제왕적 도지사 체제의 문제점을 가장 잘 개선할 수 있는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원해왔다”며 “원 도정의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방침에 일방적으로 동의하기보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와 공론의 장을 통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제주녹색당은 긴급논평을 통해 “원희룡 지사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진행된 사회적 논의를 모두 무시한 채 단순 찬․반만을 나누는 주민투표를 제안하고 있다”며 행정체제 개편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녹색당은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읍면동장 직선제’와 ‘도민평의회’ 구성을 공약했었다.

녹색당은 “원 지사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열망과 도의회의 주문에 1년반 동안 묵혀둔 낡은 개편안을 꺼냈다”며 “지난해 행개위가 제출한 뒤 도민과의 공론 과정도, 별다른 성과도 없이 보류된 바로 그 권고안”이라고 원 지사를 직격했다.

이들은 또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안과 추진방식은 전국적 기류와 역행하며,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배제됐고, 시대 착오적이다. 무엇보다 도민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행정체제 개편에 도민의사가 빠져 있다”며 “원 지사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면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고 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제주도민과 제주도의회, 주민자치위원협의회, 시민사회단체와 제 정당 등이 참여하는 합의 테이블을 만들어 도민이 만족하는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안은 만들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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