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231_203535_0450.jpg

면세점 최대수혜자는 '중국 보따리상' 전락...'관광산업 활성화' 면세업 취지 무색

소위 '사드 보복'으로 유커들이 급격히 줄자 ‘다이궁(代工)’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제주를 포함한 국내 면세점을 '싹쓸이'하는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면세업계의 갖가지 고객유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중국 보따리상들로 면세점 매출은 증가하지만 다이궁들만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다이궁들의 면세점 싹쓸이가 지속될 경우, ‘관광 산업 활성화’라는 면세업의 애초 취지도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13일 면세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매출액의 약 90%는 중국인이 차지한다. 중국인 손님 대부분은 보따리상을 일컫는 ‘다이궁(代工)’이다. 다이궁은 중국어로 대리구매자를 의미한다.

이들 다이궁은 면세점에서 실제 제품 사진을 중국 SNS인 '웨이신' '웨이보' 등에 올려 실시간으로 주문을 받는다. 이들은 면세점에서 물건을 고르면서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구매자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 

일반적으로 다이궁들은 중국 현지 판매업자에게 물건을 보내고 판매업자로부터 수수료를 챙기지만, 일부는 SNS에 직접 상품을 올려 구매자와 거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다이공들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자연스레 다이공이 면세업계의 '귀한 몸'이 됐다. 면세점은 당연히 이 큰손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각종 혜택이 따라붙는다. 

제주지역 시내면세점은 (주)호텔신라 신제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제주점, 제주관광공사(JTO) 시내면세점 등 총 3곳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호중(더불어민주당, 경기 구리시)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외국인 면세점 총 매출액은 1조1165억원이다. 전년 1조578억원보다 6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국내 면세업계 '빅2'로 불리는 신라제주면세점과 롯데제주면세점이 각각 5792억원, 4783억원을 기록했고, 제주관광공사 면세점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 120억원 수준이었다. 

면세점들은 다이궁에게 일정 금액 이상 구매했을 경우 할인 혜택을 준다. 다이궁을 데려온 여행사에게도 별도의 송객수수료가 돌아간다. 일부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일부 현금까지 돌려주는 '페이 백(Pay back)' 혜택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하다.  

모 면세점은 매장을 찾은 다이공에게 수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선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시간대 별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추가로 수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주고 있다. 

가령 다이궁이 오전 10시께 1000달러(한화 약 113만원)  어치의 물건을 구매하면 5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받고, 같은 매장에서 오후 1시께 사면 5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또 받고, 오후 3시, 오후 5시에도 그때마다 선불카드를 받는 식이다.  

이에따라 다이궁들은 각종 프로모션에 따른 혜택까지 감안했을 경우 정가 보다 30~40% 할인된 가격에 물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이공들은 구매한 물품을 중국 현지에서 정가 기준 10% 할인해 되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경쟁으로 매출이 느는 것에 비례해 면세점 수익성도 증가하고 있지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이궁들만 남는 장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면세업의 가장 큰 취지가 '관광산업 활성화'에 있지만 실제로 최근 면세점에는 관광객은 없고 보따리상들만 천국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주세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내 면세점 매출액은 2017년 한해 매출에 육박하는 1조655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면세점 매출액(9조1994억원)의 11.6%. 

업계 관계자는 14일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제주 면세점들의 순이익이 5%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큰손인 다이궁들은 프로모션에 따라 지역을 옮겨 다닌다. 수도권에서 혜택이 많은 프로모션이 진행되면 제주에 오지도 않는다. 결국 다이궁들의 제주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면세점 입장에서는 물건을 꾸준히 팔아야 각종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있다. 판매가 부진한 면세점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가려 하겠나. 현재로선 프로모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또 다이공들의 성향에 맞춰 매일 새로운 프로모션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이 느는 만큼 수익성도 좋아져야 하지만 워낙 중국 보따리상들을 유치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유커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다이궁들이 큰 손 역할을 해 면세점들로서는 수익성과 매출 유지를 위해 이들에 대한 모시기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