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8942.JPG
▲ 제주도는 13일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에서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지역문화공간, 소통으로 거듭나기’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지역문화공간, 소통으로 거듭나기' 토론회...“옛 제주대 병원 공간활용 정리 필요”

제주도는 13일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에서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지역문화공간, 소통으로 거듭나기’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도내 주요 문화공간에 대한 인근 지역 주민 의견을 듣는 자리다. 8일(영상미디어센터), 9일(산지천 갤러리, 탐라문화광장, 도시재생센터 등), 13일(예술공간 이아) 순으로 계획됐다. 

13일은 삼도2동 주민들을 초청해 주로 예술공간 이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현장에는 조상범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고경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김영훈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예술공간 이아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다소 호평했지만, 이아가 생기면서 가져오는 변화는 크게 못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제주대학교 창업보육센터와 예술공간 이아로 나뉜 옛 제주대학교 병원의 공간 활용 문제를 정리해 보다 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삼도2동 통장협의회장은 “지금처럼 건물 소유가 제주대, 제주도로 나뉜 상태라면 옛 제주대 병원 건물은 관리도 활용도 안되는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예술공간 이아처럼 제주대 창업보육센터의 낡고 녹슨 담장을 없애달라고 계속 요청했는데도 안되고 있다”며 “옛 병원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주도가 적극 나서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옛 제주대 병원 건물은 제주대(교육부) 소유로 돼 있다. 이정수 협의회장의 얘기는 엄밀히 말해 소유권 문제라기 보다는 '한 지붕 두 가족' 공간 활용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가 메가박스 제주점 상영관을 빌려서 운영한다는 걸 이 자리에 와서 처음 알았다. 삼도2동 지역은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민 눈높이에 맞는 홍보와 소통으로 소식을 전해달라”며 “탐라문화제 같은 큰 축제가 탐라문화광장 뿐만 아니라 삼도2동 지역까지 연결해 진행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최금옥 삼도2동 6통장은 “예술공간 이아 교육 행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참여하고 있는데, 내용도 좋고 강사들 수준도 훌륭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태반이다. 더욱이 형식적이고 일시적인 교육도 눈에 띄고, 신청 정원마저 적으니 가는 문이 좁다”며 “기초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동네에 오래된 양장점이 많은데 그런 장인과 함께하는 기획이라면 더욱 좋겠다”고 강조했다.

30년 간 삼도2동에서 거주한 주민 조매정 씨는 “예술공간 이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 이곳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알 수 있는 맞춤형 홍보가 필요하다. 더불어 교육에 참여하는 젊은 엄마들을 위해 놀이방 시설도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북초등학교 같은 지역 내 공공시설을 생활문화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예술공간 이아가 미술 전시 위주의 공간인 만큼, 고향에 돌아오고 싶은 젊은 제주 출신 작가들에게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고경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예술공간 이아를 운영해온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었다. 제대로 홍보가 안돼 정보 얻기가 어려웠던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미리 소통을 강화하면 주민센터, 예술인과 함께 만드는 교육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나아가 이아 야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행사도 적극 개발하겠다”고 답했다.

조상범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옛 제주대학교 병원의 소유권 문제에 대해 “행정 입장에서도 고민이 크다.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영훈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장 역시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를 주민들이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첫 순서는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참석해 ‘지역의 문화적 재생과 문화공간’이란 주제로 짧은 강의를 가졌다. 강 대표이사는 문화적인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경기상상캠퍼스, 서울 세운상가 사례를 들었다.

강 대표이사는 “경기상상캠퍼스는 지역장인 1명과의 관계 발굴을 위해 10배나 되는 만남을 시도했다. 각계각층 지역장인들이 상상캠퍼스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추진했는데, 그 자체만으로 문화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문턱을 낮췄다”면서 “더불어 상상캠퍼스 입주단체를 ‘공간의 주인’으로 여기면서 모든 과정마다 함께 상의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한 셈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기상상캠퍼스는 날로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세운상가는 지난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 때문에 상인들의 크게 상심한 상태였다. 새로운 시정은 상인 초상화를 그려주고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친밀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세운상가의 놀라운 기술자들을 재발견했고, 그들과 청년층을 연결시켜주는 ‘손끝기술학교’를 마련해 인기를 모았다. 그러자 세운상가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강의를 운영하는 교육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순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이사는 “문화공간을 통한 도시재생에서 꼭 기억해야 하는 핵심이 있다. 바로 지역 주민 같은 이해당사자가 구상·기획·실행·관리하는 모든 단계에 참여하고, 주최 측과 소통하면서 공간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 여부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