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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11월 9일 제주시 일도1동 주민센터에서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일도1동·건입동 문화공간 활성화 토론회...지역 주민들 "보다 열린공간" 주문

제주도는 11월 9일 제주시 일도1동 주민센터에서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지역문화공간, 소통으로 거듭나기’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도내 주요 문화공간에 대한 인근 지역 주민 의견을 듣는 자리다. 8일(영상미디어센터), 9일(산지천 갤러리, 탐라문화광장, 도시재생센터 등), 13일(예술공간 이아) 순으로 계획됐다. 9일은 일도1동, 건입동 주민들을 초청해 산지천갤러리, 탐라문화광장 같은 지역 내 문화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청취했다. 현장에는 조상범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고경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김영훈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등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쓰레기 처리 같은 기본적인 매너부터, 문화공간이 주민과 보다 밀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태원 일도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행정에서 문화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만들어 놓고 주민들에게 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미리 협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 주민 호응도가 높아 활성화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예로 동문로터리 조형물을 들면서 “노숙자, 주취자들의 쉼터로 변질됐다”고 철거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탐라문화광장에서 열린 하하페스티벌에 폴 킴이라는 젊은 가수를 초청했는데,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폴 킴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축제장을 찾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할 수 있는 축제 구성을 강조했다.

16년 동안 산지천을 관리했다는 주민 김재만 씨도 “매주 탐라문화광장 주변에서 여러 공연, 행사, 축제가 열리지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어서 눈길이 가지 않는다. 다른 주민들 역시 '가봐야 마땅히 볼거리가 없다'는 반응”이라며 “주민들이 관심을 끌만 한 출연진이나 내용이 중요해보인다”고 밝혔다.

더불어 “탐라문화광장에서 열리는 행사 가운데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기본적인 뒤처리에 신경 써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변동호 일도1동 자문위원은 “주민 입장에서는 산지천갤러리나 옛 유성식품 건물을 제주문화예술재단과 도시재생센터가 아낀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 협조해서, 주민에게도 이롭고 공간도 북적이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일부 주민들의 욕심을 꼬집는 의견도 나왔다.

고병윤 건입동 마을회장은 “1998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건입동이 전국 주민자치위원회 마을만들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사업이 있다. 거기에 필요한 공간을 매입하려고 시도했는데, 소유자가 시가의 3~4배를 제시해 결국 무산됐다. 지금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문제”라고 피력했다.

산지천갤러리에 대한 의견에 고경대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애초 사진 전문 전시장으로 추진됐지만 원도심 활성화에 소홀한 면이 분명히 있었고, 주민과의 소통도 부족했다. 예산이 (의회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고민도 컸다”고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고 이사장은 “최근 재단이 생활문화 동호회 지원 분야에 있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산지천갤러리를 보다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장기적인 차원에서 의논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토론회 맨 처음 순서로 서상혁 문화예술콘텐츠랩 축제행성 대표가 목욕탕 ‘행화탕’을 예술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성공한 문화공간 사례를 소개하는 취지다.

행화탕은 서울시 아현동에 1958년 지어진 목욕탕이다. 2000년대 들어 주변 재개발로 한 동안 비어있던 건물을 서 대표를 포함한 젊은 청년 2명이 2016년 5월부터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서 대표는 “행화탕에서 진행했던 피아노 공연을 찾은 어느 동네 아주머니가 ‘소음이 아닌 연주로 들린다’는 말을 남겼다. 그때, 같은 것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역지사지와 공감은 문화·예술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언가를 당장 취득하려고 하면 이해당사자들 간에 불편함을 느끼기 쉽다. 함께 마을을 바꿔나간다는 긴 목표를 세우면 보다 원활하게 갈등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민 공감과 사업 추진의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서 대표는 “추억 속의 공간은 머릿속으로만 두는 것 아니라, 그 안에서 활동하면서 얻어지는 생각으로 다시 행동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고 주민 참여를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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