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공부방 전직 교사들, 매출강요-폭언-인권침해 등 의혹 제기..."내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유명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제주지역의 프랜차이즈 P공부방의 '갑질' 의혹에 대해 생생한 증언이 쏟아졌다. 전직 P공부방 교사들은 매출강요와 폭언 등을 일삼아 온 공부방 간부들의 백태를 폭로하며 오열했다.

P공부방 정상화를 위한 교사모임과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8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피해교사 증언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P공부방과 계약했던 4명의 교사들이 직접 참석해 각자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교사에게 영업실적을 채우라고 강요하는 것은 물론,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폭언에 벌금까지 물렸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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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P공부방 정상화를 위한 교사모임이 8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 "특정인 배 불리기 위해 불필요한 도서 강매...본사도 한통속"

지난해 1월 계약했다가 채 10개월도 지나지 않아 P공부방을 뛰쳐나왔다는 A씨.

A씨는 "계약 전 알게된 퇴직 교사로부터 입사 만류를 받기도 했지만, 소박한 꿈을 갖고 위탁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작년 한 해를 커다란 절망감으로 보내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회사는 마치 사이비종교처럼 입사 후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외부에서는 절대 어떤 갑질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곳"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가장 큰 갑질로 교사들에 대한 매출강요와 상품 강매 문제를 꼽았다.

그는 "본사의 규정도 아닌데 유독 제주에서만 위탁계약 전 250만원에서 300만원 상당의 도서를 강매한다. 구매동의서까지 받아가며 판매를 한다"며 "하지만 일하다보면 대부분 불필요한 전집 도서로, 그제서야 제주지점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특정인의 배를 불리기 위해 불필요한 도서를 강매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매년 8월에 본사에서 상무가 내려오는데 제주지점 방문전에 교사 개인별로 매출목표를 부여한다"며 "저는 작년 8월 100만원의 매출 목표를 할당받았고, 나름 노력했지만 35만원 정도 부족하게 됐다. 그러자 그때부터 밤 10시에 매일 사무실로 불러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종국에는 제게 제안한 것이 36만원 상당의 신간 전집에 대한 강매였고, 본인이 모집한 초등회원의 한 달 치 비용을 대납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당하는 일이었지만 생계를 잇기 위해 끝내 수용하고 말았다. 몹시 분하고 치욕적이었으며 잘못된 일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수치심까지 느꼈다. 동시에 이 회사가 문제가 심각한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감정이 북받친 듯 한참을 울먹였다.

또 그는 공부방 책임자가 내부 여론을 통제함은 물론 심지어 감찰까지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첫 강매를 당한 순간 답답했지만 딱히 말할 곳도 없었다. 평소 친하게 지낸 다른 교사와 얘기를 나눴다. 심각한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보통 사석에서 나누는 푸념 섞인 하소연 정도였다"며 "그런데, 평소 지점에 대해 욕하는 교사가 있는지 감시한 지점 관계자는 교사들을 끊임없이 압박해 저와 나눴던 대화를 강제로 열람하게 했고, 눈 밖에 난 저에게 하루 아침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에는 회사에 출근하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아무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직장내 왕따를 경험했다"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과정만 봐도 본사와 제주지점 책임자의 갑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지 않나. 이후 일방적이고 부당한 계약해지에 대해 본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본사는 말도 안되는 소설을 써서 보고한 제주지점의 편을 들어줬다. 그제서야 본사도 한통속이고 갑질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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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지난달 16일 오전 P공부방 제주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 "목표량 압박에 '가짜회원' 불어나...사채까지"

B씨는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P공부방을 운영했지만 참다 못해 계약을 해지했고, 현재 절차를 진행중에 있다.

B씨는 "입사 시 정확한 업무를 안내받지 못한 상태에서 300만원 상당의 도서비를 계약했다. 갑을관계에 놓일 것이란 생각을 못하고 4박5일간의 신입교육을 받았다"며 "이후 위탁계약서에도 없는 출근을 강요하고 벌금 1만원, 지각시 3000원, 아이가 아파 병원가면 '갔다 온 증거를 보내라', 제사라고 빠진다면 '제사라는 증거를 보내라', 아파서 결근하면 '진단서를 내라'는 등 강요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방 지도교사는 개별적인 개인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출근의 자유가 없었다. 조회시간 교육은 교사에게 필요한 교육이 아닌 이사의 연설을 시작으로 고소득, 영업방법, 신규회원 강요 등 영업사원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B씨는 매출 달성 요구에 '가짜회원'을 80명 가량 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월급이 마이너스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지점의 간부는 매일 '돈 어떻게 됐냐'고 B씨를 압박했고, 대출에 사채까지 빌려 회비를 충당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B씨는 "신규모집 강요는 말할 것도 없다. 회원이 그만두는 것을 무조건 채워넣어야 한다"며 "어떻게 매달 회원이 모집될 수 있겠나. 그럼에도 무조건 회원을 채워넣어야 한다. 채워지지 않을 경우 재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 모멸감과 수치심이 상당하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 "계약해지 후에도 괴롭힘...공부방 앞까지 와 영업방해 피켓시위"

C씨는 계약해지 이후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무리한 영업 요구에 세 차례나 퇴사 의사를 밝혔지만 그 때마다 심리적 약점을 잡아 갈등을 유발하게 만들고, 다시 '열심히 다녀야 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내밀었다. 조회가 끝난 오전 11시부터 2시간 가량 이사실에서 감금식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사인을 강제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당했고 다시 퇴사 요구를 했지만, 그때는 확약서를 근거로 '말 바꾸는 사람',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로 선동했다"고 했다.

C씨는 "지난해 1월 공부방 임대계약 해지하자고 해서 퇴사를 했다. 퇴사 이후에 인수인계 했던 회원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퇴사 후 공부방 운영을 해도 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부방을 그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로 옮기면 가능하다고 해서 알아보게 됐다"며 "이후 P공부방 관계자들은 지도교사를 대동해 오픈도 하지 않은 제 공부방 앞에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고 폭로했다.

사진을 보면 C씨의 공부방 앞에 6~7명의 얼굴을 가린 이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장면이 나온다. 엄연히 영업방해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C씨에 따르면 심지어 P공부방 관계자들은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이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C씨는 학생들로부터 '선생님 돈 떼먹고 도망갔다면서요', '선생님 사기꾼이라던데요' 등의 말까지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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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공부방 관계자들이 C씨의 공부방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민주노총 제주본부 제공>
◇ 민주노총 "사각지대 놓였던 공부방 교사들 법률지원...끝까지 파헤치겠다"

이날 증언대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직장갑질119를 통해 P공부방과 관련된 제보들이 쏟아졌다. 오픈채팅방이라는 점을 악용해 P공부방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 곳에서 이간질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피해 교사들의 경우 법적으로는 계약관계를 가진 일종의 개인사업자여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공부방 교사도 노동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사실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과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시되지 않은 갑질 행태나 강제적으로 쓰게되는 확약서, 계약서 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민주노총 내 법률지원팀을 구성해 끝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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