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새로운 의미부여, 연대 등 4.3 문학 변화 시도 인상적” 

제주 문학의 현 주소와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한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제주 문학이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전국, 전 세계를 향한 시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원, 제주문인협회, 제주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제2회 전국문학인 제주포럼-문학의 숨비소리 제주>가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렸다.

지난해 첫 해에 이어 두 번째를 맞는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은, 민관 합동으로 제주 문학인들을 한 데 모아 친목을 다지면서 제주 문학의 과제를 고민하는 자리다.

올해는 ▲은희경 소설가 기조강연 ▲한국의 유배문학 ▲제주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 ▲제주목사 송정규의 ‘해외견문록’ ▲제주목사 이약동의 ‘노촌실기’ ▲이동, 이주 그리고 제주문학 발표순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자 허상문 문학평론가(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제주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허 평론가는 제주 문학의 특성으로 ▲지역성 ▲서정성 ▲저항성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화를 위한 과제는 ▲작가정신의 확장 ▲이분법적 사고의 극복 ▲지역 문학의 세계화를 제시했다.

허 평론가는 “무엇보다 제주 문인들의 의식구조의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지역성과 낭만성에 안주하고 있을 경우, 제주 문인들이 지닌 서정성과 저항성이라는 강점은 자칫 석화되기 쉽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또 “미래의 문학 공간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원화될 것은 분명하다”며 “미래의 문학은 사이버 공간에서 언어와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방식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제주 문인들이 겪었던 발표 지면의 확보라는 어려움이 개선될 것임은 물론, 앞으로 제주 방언을 이용한 독특한 작품이 생산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내다봤다.

허 평론가는 “제주와 육지, 혹은 나와 너라는 이분법적 문화와 문학의 인식 태도를 극복하고 전체로서의 문화와 문학도 지향해야 한다. 제주 문학은 지방주의나 복고주의적 문학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토속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에서 제주도 민중이 겪어야 했던 역사로서의 제주도이며, 그래서 제주도의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로 우리 민족 전체로, 더 나아가 전 인류가 당면해온 보편적인 문제로도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허 평론가는 “우선 제주의 독창적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성찰하거나 정리하기 위해서 객관적이고도 냉정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제까지 제주 문학은 너무 제주 안에 갇혀 국수주의 내지는 지역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 빠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어반복의 논리에 집착해왔다. 예를 들어 4.3사건을 고발하려는 시와 소설과 수필들도 제주 밖의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총체적으로 밝힐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평가했다.

허 평론가는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 문학에서 적극적으로 탐구돼야 할 과제는 제주의 독특한 삶과 문화가 지닌 미적 특수성과 보편성”이라며 제주 문학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른 주제 발표자 김미정 문학평론가(문학3 기획위원)는 제주의 물리적인 변화와 제주문학 간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김 평론가는 “제주에 새로운 입식자가 늘고 있고, 경제구조의 변화나 이주·정주의 문제, 나아가 장소적 정체성의 혼재가 이뤄지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난민 입국을 둘러싼 논란이 함축하듯, 경계와 차이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가시화되는 장소가 제주”라고 내다봤다.

또 “젠트리피케이션, 개발주의, 환경문제, 세월호 같은 최근 공동체적 애도의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장소까지...우리가 목도하는 지표의 변화나 이동의 역동성은, 기존의 장소성을 어떤 의미로든 균열내거나 재편성하는 장면”이라고 오늘 날의 제주 상황을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4.3문학과 소설집 《소설 제주》(2018, 누벨바그)을 예로 들며 제주 문학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공식 기억의 어떤 부분은 다른 맥락으로 이행하거나 심지어 망각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조차 제주를 둘러싼 의미망은 다양화하며 변화한다”며 “그렇다면 문학사에서 변방의 의미를 부여받으며 안정된 내러티브로 구축돼 간 제주 문학, 제주의 표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4.3과 제주라는 고유명이 늘 깨어있어야 하며, 예각화돼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개인만의 것은 아니”라며 “2015년 김석범 전집 한국어 번역을 계기로 새롭게 4.3과 제주를 의미화하는 작업, 4.3문학의 지평 확대와 오키나와 문학 등과의 연대를 꾀하는 작업은 제주라는 고유명과 그 문제의식을 현재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4.3문학의 변화를 높이 평가했다.

다만 “그와 동시에 변방이라는 조건 속의 제주 표상을 압도하며 육박해오는 시대의 변화들 앞에서 안주하지 않을 방법도 절실해진다”며 “제주문학과 제주의 표상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향할 필요도 있어보인다”고 제시했다.

김 평론가는 제주 출신이 아닌 젊은 작가 6인의 단편 모음집 《소설 제주》에 대해서도 “2018년 시점에서 외지인들의 제주 표상을 역으로 비춰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그 내용에 대한 공감 여부를 떠나 외지인(육지, 도시)에게 제주가 어떻게 표상되고 왜 그렇게 표상되는지 가늠하게 해주므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소설 제주》에서 살핀 제주 가운데는 이미 장소였던 ‘제주’를 넘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 막 제주를 오가거나 이동하는 사람들이 기존 제주와 연결돼 의미를 만들고 기입하며 장소성을 확장한다”며 “《소설 제주》는 적어도 제주문학의 의미를 현재형으로 견인하는 것에 어떤 식으로건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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