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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가 주최하고, 제주미술제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8 제주미술제-제미재미잼잼>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3전시장과 야외 공간에서 열린다. ⓒ제주의소리

제주미협 ‘2018 제주미술제’...전문가 포트폴리오 리뷰, 온라인 작가 소개 ‘호평’

제주에서 가장 오랜 미술행사로 손꼽히는 ‘제주미술제’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축제다운 축제’, ‘재미있는 파티’라는 모토를 삼아, 흥미와 실리 모두를 추구한 행사라는 평가다.

(사)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가 주최하고, 제주미술제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8 제주미술제-제미재미잼잼>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3전시장과 야외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미술제는 매해 제주미협, 탐라미술인협회, 한라미술인협회 등 제주 미술단체들이 중심이 된 전시 행사다. 올해는 횟수로 24회째를 맞는데, 2016년 23회까지 열고 지난해 강민석 지회장 취임 이후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1년을 통째로 쉬면서 관행처럼 이어오던 행사를 바꾸기 위해 전문가 초청 워크숍 등으로 준비를 거쳤고, 그 결과가 이번 ‘제미재미잼잼’이다. 1년에 한 번이 아닌 격년제라는 변화도 이런 과정 속에서 등장했다.

톡톡 튀는 주제처럼 올해 제주미술제는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축제’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제주미술제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아 행사를 총괄한 이나연 독립큐레이터(제주미협 전시기획 자문위원)는 소개의 글에서 “제주미협, 탐라미술인협회, 한라미술인협회, 제주청년미술작가회, 이주작가까지 400여명이 넘는 ‘제주작가’들이 제주와 미술이라는 두 개의 큰 울타리 안에서 하나가 되는 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라고 자신이 고민한 제주미술제의 변화를 풀어냈다.

더불어 “참여 작가들이 다시 관객이 돼 함께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하고, 일반 관객들은 관객대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으며 편안함을 느끼며 놀 수 있을 만한 새로운 공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제24회 제주미술제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의 장이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취지에 걸맞게 전시장인 제주문예회관, 그 중에서도 야외 공간과 1전시실은 최신 파티장 같은 분위기로 디자인됐다. 변화의 핵심은 1전시실이다. 

벽면을 따라 작품이 걸린 천편일률적인 기존 전시 공간과는 다르게, 참여 작가 360여명의 작품이 담긴 엽서가 벽면을 채웠다. 원하는 누구라도 엽서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반대편에는 태블릿PC가 비치돼 있는데 제주미술제 홈페이지를 접속하는 용도다. 제주미술제 홈페이지에는 참여 작가들의 프로필이 모두 수록됐다. 가운데 공간은 도외 초청 미술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상이 놓였고, 제일 안쪽에는 마치 카페처럼 커피를 판매하고 굿즈(소품)가 비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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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미술제가 열리는 제주문예회관 야외 공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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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미술제의 핵심 공간인 제1전시실. 작품 엽서, 포트폴리오 리뷰, 홈페이지 작가 검색 등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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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미술제 출품 작가들의 작품이 엽서로 제작돼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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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 같은 가벼운 소품도 제작했다. ⓒ제주의소리

현장을 찾은 작가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예상과는 다르게 새단장한 제주미술제의 모습에 놀라며 호기심 가득 전시장에 머물렀다.

올해 제주미술제에 서양화 <남수각>을 출품한 제주미협 소속 김인지(66) 미술작가는 “너무 재미있다”라고 고민없이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는 “작가별 엽서를 제작해서 비치하고 홈페이지에서 작가 정보를 검색한다는 변화가 재미있고 멋있다. 예전 전시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격 없이 전시를 즐길 수 있어, 자연스레 작가들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가장 좋아 보인다. 행사를 준비한 협회 운영진에 박수를 보낸다”고 호평했다.

이번 제주미술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도외 미술 전문가와 제주 작가들의 만남 ‘포트폴리오 리뷰’다. 작가들이 본인 포트폴리오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1대1 멘토링에 가깝다. 작품에 대한 평, 작업·활동하는데 궁금한 점 등을 자유롭게 주고 받는다. 제주 미술작가의 역량을 키우는 목적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로는 전동휘(파라다이스세가사미 아트팀 디렉터), 서상호(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회장), 윤준(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 오주현(유니온아트페어 큐레이터), 김종호(ART M&C 대표), 채은영(임시공간 대표), 곽세원(월간미술 기자) 씨가 초청됐다. 이들은 사전에 신청 받은 작가들과 대화를 나눴고, 직접 작가의 작업실도 찾아가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20년간 서울, 뉴욕 등에서 활동하며 현대미술에 몸담은 김종호 대표는 아트 매니지먼트 컨설턴트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서는 특정 대도시에서만 주목할 만 한 미술 행사가 열렸는데, 제주는 지난해 비엔날레부터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이번 제주미술제는 현대적인 감각을 도입해 인상적”이라며 “특히 포트폴리오와 함께 작가-전문가가 만나는 프로그램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유형은 국내외 유명 비엔날레와 미술제에서 이미 정착해 활성화돼 있다. 작가-전문가 만남의 자리가 보다 강화되면 단순 교류뿐만 아니라 제주 작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 작가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활동이 늘어나면 제주지역 예술 문화도 자연스레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포트폴리오 리뷰에 신청해 참가한 박주애(29) 작가는 “정말 유익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공공기관에 제출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배치해야 주목받는지 같은 당장 유익한 조언부터, 젊은 작가로서 어떤 자세로 작업에 임해야 하는지 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 정말 유익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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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와 제주 미술작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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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석 제주미협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회원 작가들에게 홈페이지 검색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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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미술제 홈페이지에서는 언제라도 작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특히 “솔직히 예전 제주미술제를 생각해서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참여해보니 무척 좋았다. 제주에서는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미술계 전문가를 만나기 힘들다. 학교 안이 대부분이고 따로 발품을 팔지 않으면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피드백도 좋지만 나중을 기대할 수 있는 관계 형성도 더욱 중요하다. 제주에서는 쉽지 않은 기회였다”면서 “앞으로 제주미술제가 포트폴리오 리뷰 같은 자리를 적극적으로 키운다면 제주의 젊은 작가들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전문가, 작가 모두 포트폴리오 리뷰에 대해 높이 평가했지만, 서로 각각 만나는 시간이 10분씩 밖에 주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겼다. 

이번 제주미술제 ‘제미재미잼잼’은 1년간의 공백 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온 전시를 과감히 깨고 대안을 찾은 덕분에 가능한 변화였다. 강민석 제주미협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고민, 제주 출신으로 국내외 다양한 현대미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이나연 큐레이터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강 회장은 가장 큰 성과로 ‘제주 미술작가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꼽았다. 실제 올해 행사를 계기로 제작된 제주미술제 홈페이지( https://www.jejuart.org )에는 참여 작가들의 정보가 꼼꼼히 정리돼 있다. 굳이 제주미술제 기간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에서, 누구라도 제주 미술작가들의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홈페이지가 제주 미술을 알리는 첨병 역할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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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전시실 모습. 지난해 제주비엔날레 한라산 작품 전시와 유사한 느낌으로 작품을 빼곡히 진열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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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전시실에는 서예, 입체 작품을 전시했다. ⓒ제주의소리

강 회장은 “제주미술제 홈페이지는 계속해서 제주 미술작가들을 추가하면서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구축한 게 큰 성과”라며 “제주미술제의 본래 취지가 다 함께 모이는 것이었는데, 현 시대에 맞게 이런 취지를 잘 살려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자평했다.

올해 제주미술제 문예회관 행사는 11월 5일로 끝난다. 다만 예술공간 이아(11월 2일~11월 14일), 도립미술관(11월 1일~내년 1월 13일)에서는 각각 기획전, 아카이브전이 연계 행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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