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차 제주 찾은 슈뢰더 전 총리 부부, 4.3평화공원 방문...생존수형인 재심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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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더 전 독일총리(사진 오른쪽)와 그의 부인 김소연 씨가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의 안내로 4.3희생자 위패봉안소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74) 전 독일 총리가 제주를 찾아 4.3에 대한 미래세대의 책무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생존 수형인 재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면서 “부당한 법의 심판을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김소연씨(48)와 결혼해 신혼여행으로 제주를 방문한 슈뢰더 전 총리는 30일 오후 2시30분쯤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전날,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하루를 묵은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부인 김씨와 함께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 영령들을 추모했다. 

그는 4.3평화재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4.3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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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평화공원을 찾은 슈뢰더 전 총리가 위령제단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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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더 전 독일총리와 그의 부인 김소연 씨가 4.3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며 분향했다.  ⓒ제주의소리

4.3에 대해 얘기를 듣던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4.3 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최근의 소식까지 접했음을 시사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도 비슷한 역사가 있어서 (생존수형인들의 마음을)충분히 이해한다. 정당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재심이 옳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법원에서 재심(청구)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가 생존수형인을 다시 살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 부당한 법의 심판을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4.3위패봉안소 안에 비치된 방명록에 자신의 생각을 적기도 했다. 

그는 "희생자들이 존엄성을 갖도록 추모한다는 것은 폭력 당국에 항거하고, 부당한 판결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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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더 전 총리가 방명록에 글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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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더 전 총리가 독일어로 쓴 방명록을 부인 김소연씨가 한국어로 다시 적었다.

이어 그는 부인과 함께 행불인 표석과 행불인 조각상을 어루만졌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4.3 희생자를 표현한 조각상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통일된 조국을 원했던 4.3희생자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소감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미래세대는 4.3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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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더 부부가 4.3행방불명인들을 추모하는 조각상을 어루만지면서 당시 참혹했던 제주사람들의 희생을 되새기고 있다.


그는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는 폭력은 안된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자행됐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추모하며,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둘째는 남-북 분단에 항거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미래세대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책무를 가져야 한다. 미래 세대들은 4.3 희생자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부당한 판결 등을 방치하면 안된다”며 4.3생존수형인 재심을 응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씨와 결혼했다. 

26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한 커플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지난 2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결혼 축하연을 갖기도 했다. 슈뢰더 부부는 하루 뒤인 29일 밤  항공편으로 제주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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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더 전 독일총리와 그의 부인 김소연 씨가 4.3행불인 표석에 함께 손을 놓으면서 영령들을 추모했다.  ⓒ제주의소리

슈뢰더 전 총리와 김씨의 인연은 제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2~2013년 국제컨퍼런스 참여차 방한한 슈뢰더 전 총리의 연설을 김씨가 통역했다.

특히 2015년 '제1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막식 특별대담에 참석해 '통일독일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을 주제로 담론을 제시했던 슈뢰더 전 총리의 2박3일 제주 일정을 김씨가 보좌했다. 

평소 제주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슈뢰더 전 총리가 신혼여행지로 제주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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