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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정명 학술대회'가 열렸다.
서울서  ‘제주4.3 제70주년 정명 학술대회’..."4.3정명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정"

정명(正名)을 찾지 못한 제주4.3을 민중항쟁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주철희 역사학자는 27일 오후 1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4.3 제70주년 정명 학술대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주 박사는 ‘제주4.3항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역사의 명칭은 사건의 성격을 담고 있다. 사건의 역사적 성격을 규정하지 못할 경우 정명은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4.3에 대해 “미군정의 정치·사회·경제적 실패와 관(官)의 극도의 압정, 경찰 폭압 등 민중의 삶 파괴에 맞섰던 투쟁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숱한 민간인이 학살됐다. 학살보다 투쟁을 주요 관점으로 보면 ‘제주4.3민중항쟁’이라는 역사적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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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정명 학술대회'가 열렸다.

그는 “법률적인 규정과 연구학적 규정이 다를 수 있다. 1894년 동학은 법률적으로 동학농민혁명으로 규정됐지만, 연구자들은 동학농민운동으로 서술한다. 또 1980년 광주는 법으로 ‘5.18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지만, 연구자들은 광주민중항쟁이나 광주민주항쟁으로 기술한다”고 비교했다. 

주 박사는 “법률과 연구자간에 간극이 있을 수 있다. 법률적인 진실규명과 역사적 진실규명이 같나? 그것은 다른 문제”라며 “법률의 진실규명 과정에는 정치적 타협과 이데올로기가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역사적 성격 규명은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과 비교, 주요 관점을 적확하게 지적한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동서고금의 역사와 비교해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는 “대중의 수긍과 합의로 정명을 찾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역사는 수긍과 합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4.3 연구자의 담론 제시는 정명을 찾는데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4.3이 민중항쟁 역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역사 '한내' 박성인 이사는 “4.3 70주년은 정명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4.3은 청산돼야할 아픈 역사이면서 계승해야 할 역사다. 제주도민들은 지역공동체 주인이자 통일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주체로서 분단과 탄압에 맞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3정명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다. ‘민중 주체의 자주적 독립국가’ 건설이 4.3 당시 희망이자 과제였다. 평화와 인권, 생태와 노동,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망을 세워 싸우는 것이 4.3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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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정명 학술대회'가 열렸다.

최범 문화평론가는 “사건으로서, 역사적으로, 이념으로서 4.3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사건으로서 4.3 해결은 진상규명이다. 역사로서 4.3은 세계사·한국사 속 4.3의 의미를 해명하고, 미래 역사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으로서 4.3은 4.3 등을 지나 건국된 대한민국이 공화국으로 바로 서야만 해결된다.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으면 4.3 영령들도 위안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4.3 정명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제주4.3, 항쟁의 역사’를 주제로 진행된 1부에서는 김성보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제주4·3, 자결권, 점령법’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교과서에서 4·3은 왜 아직도 사건인가’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연구실장이 ‘제주4·3, 이름 찾기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발표가 끝난 뒤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과 김학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토론했다.  

‘정명(正名)을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열린 2부는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이어 △주철희 박사의 ‘제주4·3항쟁은 무엇인가’ △박성인 이사의 ‘4·3은 패배했지만 계승해야할 민중항쟁이다’ △최범 평론가의 ‘제주4·3문제의 층위와 해결’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4.3 70주년 범국민위와 기념사업위는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북측 가설 전시관에서 ‘제주4.3 70주년 展’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31일 낮 12시30분 제주4.3 미국책임촉구 10만인 서명 전달식을 갖고, 같은 날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제주4.3 70주년 보고회·유족행사·정가악회 초청공연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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