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고 미술치료연구소(대표 이은주)가 주최하고 스페셜아트(대표 김민정)가 주관한 ‘제1회 가치를 바꾸는 예술포럼 2018 : 장애 예술의 민관협력방안’이 25일 오후 1시 30분 제주도장애인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이마고 미술치료연구소, 제1회 장애인 예술 포럼 개최..."무장애 복합문화공간 조성돼야"

척박한 제주지역 '장애 예술' 여건을 되돌아보고 발전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고민하는 뜻깊은 자리가 열렸다.

이마고 미술치료연구소(대표 이은주)가 주최하고 스페셜아트(대표 김민정)가 주관한 ‘제1회 가치를 바꾸는 예술포럼 2018 : 장애 예술의 민관협력방안’이 25일 오후 1시 30분 제주도장애인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제주에서 장애 예술이란 낯선 개념을 화두로 꺼낸 사실상 첫 번째 포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순서는 초청 연설, 기조 연설, 주제 발표, 종합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주제 발표에서는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당사자 ▲공공기관 ▲민간기관이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제주 안팎의 사례를 소개했다.

▲ 독립큐레이터 김현주 씨. ⓒ제주의소리
독립큐레이터 김현주 씨는 “전시, 소장의 기회에 있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란 벽을 허물어 가도록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개인이 지원하는 공모 지원금 형태의 개별 예산 확보나 운영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현재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에서 국고가 지원되는 형태의 생산, 창작공간, 전시와 미술은행, 소장품 구입 공고, 아트페어와 같은 사업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퍼센티지(비중)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 비장애 예술이 비교적 모범적으로 조화를 이룬 대표 사례로 전주시 하나예술창작센터를 들었다.

김 씨는 “예술이 교육·치료의 목적에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산으로 가능하려면, 소장품 구입에서도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국공립 미술기관 연간 전시 작가의 총 숫자에서 장애 예술에 대한 퍼센티지를 확보해 전시 기회를 갖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더불어 “장애인 명시 없는 소개와 소장 등의 신중한 장치가 더해진다면 장애라는 인식의 이중 족쇄를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장차현실 씨. ⓒ제주의소리
장차현실 씨는 발달장애인 딸 은혜가 그림 그리기를 만나면서 바뀐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그 전까지 조현증, 시선 강박이란 '틱 장애'로 갈 곳 없던 은혜는 24살이 됐을 때 불현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은혜가 가진 그림의 힘은 놀라웠다. 자신의 자리가 원래 내 자리였다는 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차현실 씨는 “작업실 안에만 머물지 않고 야외로 나갔다. 집 근처에서 열린 국내 최대 프리마켓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는 캐리커처를 시작했다”며 “은혜가 그린 캐리커처는 어느덧 1700명을 넘었다. 1700개의 미소는 은혜에게 있던 시선강박증을 없애주고 말더듬을 없애고 무섭게 들리던 이가는 소리를 멈추게 했다”고 놀라운 변화를 이야기했다.

장차현실 씨는 “지금 은혜는 낮에 양평군장애인복지관에서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주문 받은 그림을 그린다. 한 번 그리는데 1만원을 받아 모은 돈으로 전시도 열었다"면서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사회성이라고 말한다. 은혜와 캐리커처의 만남은 발달장애인에게 있는 작은 사회성이 얼마나 충족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실을 갖게 했다”고 피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서민지 매니저는 장애 예술을 위해 공공기관이 해야 할 역할을 들려줬다.

서 씨는 “창작공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창조적 행위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장애 예술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무장애 복합문화공간(Barrier-Free)이 돼야 한다”며 “전문 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포럼 같은 콘텐츠 제작도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자생력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지원이 과연 가능한지는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오한숙희 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사단법인 서귀포장애인부모회 안에서 발달장애인 미술교육 행사 ‘재미진 학교’를 운영한 사례를 발표했다.

오한숙희 씨는 “미술작업과 그 결과물의 전시를 통해 발달장애 청년들은 자존감과 사회성이 높아졌고 부모와 가족의 행복도 커졌다. 요컨대 예술은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길이라는 것을 입증한 기회”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탈시설, 장애인권 존중에 바탕한 민간 차원의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민간 자원의 사회공헌 기금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보다 효율적인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법인이 필요하다”고 느낀 점을 전했다.

행사를 마련한 이은주 이마고 미술치료연구소 대표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 예술의 가치가 더 많이 알려지고 공감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남겼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