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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 한짓골아트플랫폼 추진 건물 소유권·계약권 주체는 모두 ‘재밋섬파크’ 

위탁자인 ㈜재밋섬파크가 소유자일까요? 수탁자인 ㈜신한은행이 소유자일까요?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이 제주시 원도심에 추진 중인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과 관련해 다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이경용)가 ‘옛 아카데미극장’(현 재밋섬파크) 건물 매입 계약에 대해 계약 주체가 잘못된 ‘위험한 거래’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진짜 소유자’가 누구인지 가려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난 22일 도의회 문광위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재밋섬파크 간 체결된 건물 매매 계약 건에 대해 도의원들은 계약 주체가 대단히 잘못됐다며 위험한 거래일 뿐 아니라 계약 자체가 원천무효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재밋섬파크’ 건물에 대한 매매 계약이 잘못됐다는 이유는 ▲신한은행에 신탁된 상태이니 건물 소유권은 신한은행에 있고 ㈜재밋섬파크는 관리권만 갖고 있다 ▲‘계약금 1원-위약금 20억원’ 계약서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은 불공정 계약이다 ▲금융기관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건물을 공매해버리면 끝이기 때문에 계약당사자가 재밋섬이 되어선 안 된다 등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이런 이유를 주장으로 다시 추려내면 ▲재밋섬파크 건물 소유권은 신한은행에 있으므로 계약당사자는 관리권만 가지고 있는 ㈜재밋섬파크가 아닌,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신한은행이 돼야 한다 ▲계약금 1원, 위약금 20억원에 작성된 계약은 상식적이지 않은 불공정 계약이다 등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는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소유권자로 지목한 신한은행에 직접 이 문제를 물었습니다. 도의회가 언론에 제공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 확인서’ 사본에 나온 신한은행 테헤란로 기업금융센터로 23일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직접 통화했습니다. 

재밋섬 건물 담보신탁계약을 담당한 실무자, 신한은행 테헤란로 기업금융센터 차장 L씨는 “제주도의회 문광위 의원들의 지적은 한마디로 금융개념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특히 “재밋섬파크 측이 부동산 매매계약 주체가 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의회의 지적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도의회가 소유권자라며 계약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신한은행이 오히려 자신들이 계약주체가 아니라 재밋섬파크가 계약주체여야 맞다고 한 것입니다.  

L씨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 상 건물의 소유권이 은행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소유권은 대출금에 한정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소유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예로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매입한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할 때, 홍길동이 계약 당사자가 되는 것이지 대출금 채권자인 은행이 계약 주체가 아니라는 이치와 같은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해줬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감에 앞서 도의회 문광위가 신한은행에 ‘부동산 매매계약과 관련해 ㈜재밋섬파크의 이○○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한 적 있느냐’는 확인 요청 공문을 보내왔다며 “이 공문의 질문도 (소유권)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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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이 발급한 재밋섬 건물 관련 부동산담보신탁계약 확인서. 제공=이경용 의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L씨는 "공문 속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은행은 권한을 위임 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은행의 소유권은 채무를 받기 위한 것일 뿐이지 다른 권리를 행사하는 게 아니다. 재산(건물)은 재밋섬파크의 것이다. 의회든 언론이든 사실관계를 반드시 확인하고 보도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남겼습니다. 

재밋섬파크를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부동산담보신탁이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에 대한 혼란에서 빚어진 듯 합니다.  

'계약금 1원-위약금 20억원 계약서'가 상식적이지 않은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선 도청 조상범 문화체육대회협력국장이 의회에서 "저도 1원 계약-20억원 위약금 계약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답변해 일단 통상적인 계약 형태와 다르다는 것에는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조 국장은 "(계약체결) 당시 이 계약과 관련해서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계약 체결에 앞서 변호사 자문 등 법률적 검토를 거쳤다는 답변입니다. 의회가 지적한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맞지만 법률적으로 불공정 계약은 아니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도청 국장의 답변이 거짓말이 아닌 이상 더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부동산 담보신탁'은 무얼 말하는 걸까요? 

사전적 의미로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 담보로 자기 소유 부동산을 부동산신탁회사에 위탁한 뒤 수익증권을 발급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는 제도'입니다. 

'자금 차입자 입장에서는 근저당 설정, 감정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며, 대출기간 동안 매년 지불하는 신탁보수 등을 감안하더라도 저당권 설정 등을 통한 대출보다 유리하다'고도 합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일반적으로 설정하는 근저당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는 이번 재밋섬파크 건물에 대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 건과 관련, 좀 더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사무실에 이 문제를 다시 질의했습니다. 

24일 기자는 변호사 B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일각에서는 문화예술재단-재밋섬파크 간 부동산 계약에 수탁자인 신한은행이 참여하지 않았다, 재밋섬파크가 (재단으로부터 받은)계약금과 중도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않았다, 재단이 일정 중도금까지 치르면 소유권 없는 재밋섬파크가 가등기해주는 건 문제라는 등등의 지적이 있는데, 타당한 지적인지"라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해당 변호사는 “수탁자인 은행이 계약에 참여하거나 계약금-중도금을 은행에 입금하는 건 ‘토지 신탁개발’ 경우에 주로 해당되지 부동산담보신탁계약까지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밝혔습니다.

또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은 은행이 빌려준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특별히 다른 권리가 있는 게 아니다. 재밋섬파크와 계약을 체결한 문화예술재단 측이 부동산담보신탁계약 사실을 몰랐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지 않느냐. 권한도 없는 당사자가 체결한 것이니 '계약 무효'라는 도의회 지적은 더더욱 사실과 벗어난다”고 단언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 상에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 체결 사실이 적시돼 있습니다. 

민의의 전당인 도의회가 막대한 도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의정활동은 당연하고 또 마땅히 해야하는 역할입니다. 재밋섬파크 건물 매각 추진 과정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일입니다. 사실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요. / 한형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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