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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과 제주문화예술재단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재밋섬 건물' 매입의 적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의소리
[행감] 문광위 “은행 채권회수 위해 공매하면 무대책”…道 “심려끼쳐 송구..종합검토”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메가박스제주) 건물 매입과 관련해 제주도의회가 “매우 ‘위험한 계약’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와 의회의 지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민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22일 제365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과 제주문화예술재단 등을 대상으로 한 2018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감은 사실상 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재밋섬 건물매입’과 관련한 행감이었다. 이날 행감에서는 건물 매매 계약의 적정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김정훈 전 재밋섬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대표는 현 이재성 대표와는 ‘악연’을 갖고 있다.

▲ 신한은행이 발급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 확인서. ⓒ제주의소리/이경용 위원장 제공
이경용 위원장은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재밋섬의 전신인 (주)블루시티홀딩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금융권 대부업무를 담당하며 계약업무에 관계했던 이 대표가 ‘작전’을 통해 김 전 대표의 회사(블루시티홀딩스)를 빼앗은  ‘기업사냥꾼’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김 전 대표는 “(제가) 회사를 뺏기고,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해 (이재성 대표로부터) 2년만에 연락이 왔다. 왜 연락했겠느냐”며 이 대표 측의 회유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의원들은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의 주체(제주문화예술재단-재밋섬)부터 잘못됐다며 “대단히 위험한 계약”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승아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신탁 해지와 관련한 문서를 갖고 있다. 재밋섬 측이 채무를 다 갚아야 신탁해지를 확인해준다는 내용”이라며 “이를 토대로 보면 재밋섬은 건물 관리권만 갖고 있지, 소유권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밋섬이 은행에 채무를 다 갚아야 (건물매매와 관련한)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며 “소유권도 없는 당사자와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영식 의원(연동갑, 더불어민주당)도 “1원 계약-20억원 위약금 계약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나. 게다가 10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을 국장이 전결 처리했다”며 “도지사에게는 보고가 된 사안이냐”고 따져 물었다.

양 의원은 “신탁법상 부동산 소유권한은 채권을 갖고 있는 신한은행에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재밋섬 대표에게는 건물 소유권이 없다”며 “그런데 중도금은 재밋섬에 지급됐다. 위약금 20억원 때문에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강민숙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아트플랫폼은 170억원이 넘는 기금으로 기존 헌 건물을 매입하는 것보다 건물 신축을 통해 조성할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인들의 경우 공연예술 활성화, 예술인 커뮤니티 공간, 공공 공연연습장 마련 등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재밋섬건물 매입을 통한 건물 활용방안을 보면 이러한 취지를 담아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 이승아, 양영식, 강민숙, 문종태, 박호형 의원. ⓒ제주의소리

강 의원은 “(재단과 행정은) 현장의 소리를 거의 안듣고, 편향된 소리만 듣고 일을 추진한 것 같다”며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계획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조상범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건물 주변에는 제주 최초 교회건물이 있고, 예술공간 ‘이아’, 옛 한짓골에 대한 향수 등 종합적인 예술행정을 하는 측면에서는 (재밋섬 건물매입) 검토 가치도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며 “매입 과정 상의 논란에 대해서는 치유하면서 감사위 감사결과, 의회의 지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종태 의원(일도1․이도1․건입동, 더불어민주당)은 ‘계약금 1원-위약금 20억원’ 계약서 자체가 불공적 계약이라고 단언하며 재밋섬 건물 매입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문 의원은 “지난 8월28일 열린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이 났다. 그런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원희룡 지사의 공약이어서 그런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조상범 국장은 “저도 ‘1원 계약-20억원 위약금’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며 “그럼에도 당시 계약체결과 관련해서는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경용 위원장은 “소유권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금융기관은 대출금 회수를 위해 건물을 공매해 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계약당사자가 재밋섬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매우 ‘위험한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박호형 의원(일도2동갑, 더불어민주당)도 “170억원이면 다른 곳에 건물을 신축할 수도 있다. 지난 10대 의회 때도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해 문제가 많으니 11대 의회에서 협의하라'고 주문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선거라는 어수선한 틈을 타서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담당국장은 지난 9월 결산심사 때 ‘3자간(신한은행-재밋섬-재단) 맺은 확인서류가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현재 이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73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면 건물소유권은 신한은행(1순위)에 있는 것 아니냐”며 계약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공연연습장,전시장, 커뮤니티 공간 등을 제공해주자는 좋은 뜻에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오점을 남겨서는 안된다고 본다”면서 “감사위원회 감사결과와 의회의 지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민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정사무감사에 앞서 이재성 (주)재밋섬파크 대표이사는 오전 9시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약 과정에서 저 개인과 재밋섬에 대한 악의적인 주장은 마녀사냥과 가짜뉴스”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검증 절차를 이유로 일시 중단된 계약에 대해서는 “다른 사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행정은 조속한 의사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제가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거나 담보신탁이 허위라는 추측성 기사가 의회, SNS를 통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이를 차단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5명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피고소인은 도의원 L씨, 모 언론사(발행인)와 취재기자,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민간인 L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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