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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을 '제1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전달하고 있는 애월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제주의소리
1년 기부프로젝트로 아름다운마라톤 참가한 애월초 6학년...돼지저금통 기부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1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400여명의 기부 달림이와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낸 감동 스토리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전국 최초 기부마라톤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다 같이 1년간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한 애월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대회를 빛낸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애월초 6학년은 올 한해 초등학교 마지막 한 해를 더 뜻 있게 지내자며 기부와 나눔 프로젝트를 학기초부터 진행하고 있다.

▲ 아름다운마라톤 10km 코스에 도전한 애월초 6학년이 출발하는 모습.
이서연, 이수빈, 전연주, 정하늘, 이건우, 민혜원, 양은정, 손예빈, 김상아, 강희원, 강민주, 전성운, 엄재하, 양준혁, 김현준, 김성주, 권현기, 권순빈, 강준수, 강민석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

학교 안에서 쓰레기 줍기는 기본이고, 학교 밖을 나서면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저학년 반에 찾아가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했다.

이들이 올 한해 목표로 잡은 봉사활동 시간은 80시간.

그러다 시간을 채우는 나눔과 봉사보다는 진정한 봉사를 위해 새로운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부와 나눔’을 모토로한 제1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참가를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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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월초 학생들이 마라톤을 연습해온 과정.

2학기부터 매일 운동장 1바퀴를 뛸 때마다 100원씩. 책을 10쪽 읽어도 100원, 숙제를 1개 해도 100원씩...돼지저금통은 무럭무럭 살이 쪄갔다.

그렇게 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 모습에 궁금증을 가졌다.

건강을 위해 운동장을 달렸고, 지혜를 얻기 위해 책을 읽었다. 자신들이 용돈을 받을만한 행동을 하긴 한 것 같지만, 왜 기부금을 내야 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곧 해결됐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기부하는 프로젝트. 돼지저금통의 무게는 곧 아이들의 노력을 의미했다.

무거워지는 돼지저금통을 보면서 자신들의 노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라톤 참가를 위해 달리기는 필수였다. 처음에는 운동장 1바퀴만 뛰고도 몸이 지쳤지만, 꾸준한 연습 덕에 5바퀴는 기본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지도교사를 따라 학교 주변도 달렸다. 실제 마라톤 참가를 대비한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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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운동장을 달리며 마라톤대회 참가를 연습하고 있는 애월초 학생들.

그렇게 몇 개월을 준비한 애월초 6학년 학생들은 13일 아침 일찍 제11회 아름다운마라톤대회가 열린 제주시 구좌생활체육공원을 찾았다. 

대회가 시작되고, 6학년 학생 스무명을 대표해 학생 3명이 무대 위로 올랐다. 그동안 모은 기부금을 대회 조직위에 기부하기 위해서였다.

애월초 아이들이 무대에 오르자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기특한 아이들 모습에 어른들은 더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박수가 이어지자 긴장했던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올해 아름다운마라톤대회를 빛낸 최고의 순간이었다.

애월초 아이들은 10km코스에 도전했다. 낙오자는 0명. 전원이 완주에 성공했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리를 지어 결승선을 통과할 때였다. 물론 체력이 좋은 아이들은 더 빨리 들어올 수도 있었지만, 뒤처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끌면서 모두가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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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km 주로를 달리고 있는 애월초 학생들.

힘든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학생 1명이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지도교사가 옆에서 같이 뛰며 도왔다. 지도교사는 다른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난 뒤 마지막 한 아이를 위해 같이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하길 반복했다.

성인들도 힘든 10km 코스를 애월초 6학년 학생들 전원이 완주한 순간이었다.

완주한 뒤 학생들은 마라톤을 참가한 기분에 대해 “너무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학생들을 대표해 인터뷰에 나선 이서연 학생은 “처음에는 마라톤대회에 왜 참가해야 하는지 몰랐다. 마라톤대회에서 기부금을 전달한다는 얘기도 이상했다. 하지만, 그동안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노력했고, 결국엔 완주했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뛸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다 같이 하나 돼 완주했다. 이렇게 기뻤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로 의지하고, 이끌어주면 하나가 돼 결승선을 함께 통과한 애월초 6학년 학생들과 교사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걸 몸소 실천하고 보여준 산교육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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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오자 없이 전원이 마라톤 10km 완주에 성공한 애월초 학생들이 다같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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