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아트, 박선민 작가 개인전 <버섯의 건축> 10월 21일까지 개최

제주 갤러리 비아아트는 8월 22일부터 10월 21일까지 박선민 시각예술 작가 개인전 <버섯의 건축>(Architecture of Mushroom)을 개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제주 곶자왈을 누비면서 버섯을 촬영한 영상 신작 <버섯의 건축>(2018)과 예전 작품을 함께 모아 선보인다.

<버섯의 건축> 화면에서는 깊은 숲속에 솟아난 버섯이, 스피커로는 국내외 건축가 13명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관람객은 고요한 숲속의 소리를 배경으로 15분 동안 이런 저런 모양의 버섯과 마주한다. 지면에서 올라온 줄기, 그것을 안정적으로 덮어주는 갓. 구워먹는 재료로만 취급하던 버섯을 유심히 살펴보노라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버섯의 묘한 형상에 눈길이 간다. 

그것은 건축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풀어내는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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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민의 작품 '버섯의 건축' 모습. 제공=박선민. ⓒ제주의소리

건축에 있어 잘 기능하는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건축물은 아름답고, 다를 수 있고, 놀라움을 자아낼 수 있어요. 이러한 놀라움이 바로 예술의 핵심입니다.
-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
공간이 가지고 있는 굉장한 관대함은 우리가 어떤 짓을 해도, 우리가 보기에 공간이 어색해도 다 받아줍니다. 그러니까 ‘도대체 저게 설계가 될까’, ‘저 공간이 말이 돼?’라고 하는데도 다들 그렇게 잘 삽니다. … 공간과 시간이 가진 유연성과 관대함 때문에 사람도 살고 건축가도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건축가가 뭔가 대단한 전지전능함으로 공간을 나눈다고 판단하는 거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김대균
이 모든 힘이 형태로 옮겨져야 합니다. 그러한 형태가 틀을 잡고 형성하는 것은 시멘트나 벽돌, 나무가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
김대균, 박천강, 전숙희, 강예린, 피터 줌토어(Peter Zumthor),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가즈오 세지마(Kasuyo Sejima),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등 각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가는 건축가들의 말 속에는 건축, 공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 담겨 있다. 

전시 공간에 울리는 건축가들의 진지한 예술관은 버섯의 독특한 조형미를 재발견하게 하면서, 동시에 건축가들의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흥미로운 상호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전시장에는 아늑한 쿠션이 준비돼 있어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버섯의 건축>을 완성하기 위해 1년 동안 제주시 교래리, 선흘리 등 곶자왈을 누볐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나는 숲을 빌어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인간은 발전할수록 필연적으로 동시에 무언가를 파괴하는데, 그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건축가가 집이나 건물을 짓는다는 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버섯과 건축가를 통해 삶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신작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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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민의 작품 '버섯의 건축' 모습. ⓒ제주의소리

작가는 충남 서산생태공원에서 제작한 <근시정글>(2015)을 비롯해 꾸준히 자연,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작업은 향후 그가 추진할 ‘원시림 프로젝트’의 전초이기도 하다. 

1971년에 태어난 작가는 부모와 독립하는 시기부터 작은 식물을 기르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을 찾는 등 ‘초록’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대학을 생물학과(서울여대)로 진학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공부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예술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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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민 작가. ⓒ제주의소리

제주와는 신기한 인연으로 이어졌다. 비아아트의 <제주아트페어> 1회에 참가한 어느 콜렉터가 작가 사진 작품 두 점을 전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제주해녀를 소재로 한 뜨개질 아티스트 이진아 씨의 추천으로 곶자왈을 접했다.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김수근의 건축물 '아르코 예술극장'을 사진 작업(Firebrick,  2013)으로 남기고 건축가들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을 만큼 작가는 건축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진다. 그는 “건축가라는 존재는 개인적으로 추상적인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밝힌다.

자연과 건축이란 어쩌면 상반되는 존재에 관심을 두며, 서로의 공존의 접점을 찾아가는 작업이야말로 박선민이 추구하는 중요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버섯의 건축>은 작가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색다른 매력의 작품이다.

비아아트
제주시 관덕로 15길 6
문의: 064-72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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