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 시기 펴낸 이용호 한시집 《청용만고》 역주본 출간...“시문에 녹아든 제주 시대상”

▲ 출처=알라딘.
현행복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장은 최근 한시집 《청용만고》(聽舂漫稿, 문예원) 역주본을 출간했다.

《청용만고》는 이용호(1842~1905)가 구한말 제주로 유배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연들을 일기체로 처리한 한시집이다. 비슷한 시기 산문체로 남겨진 김윤식의 《속음청사》(續陰晴史)와 유사하지만 다른 형식으로 보면 된다.

《청용만고》는 저자가 1897년 3월 제물포(인천) 항에서의 감회로부터 시작해 1901년 5월 제주 유배자들의 이도분산 명령이 떨어져 제주를 떠나 전라도 신지도로 옮겨가기까지의 4년 2개월 간의 삶을 연대순으로 소개한다. 2권 1책으로 천편(天篇) 278수와 지편(地篇) 254수를 합쳐, 총 532수의 시가 실려 있다. 

저자는 5년에 가까운 제주 생활 동안 ‘귤회’라는 시모임을 만들었고, 개인 서당을 운영하면서 김석익 등 제주의 젊은 인재들을 문하생으로 길러냈다.

현 원장은 저자가 제주에 머문 시간은 짧지만, 학자로서 바라본 탐구열이 꽤나 인상적이라고 설명한다.

현 원장은 “흔하디흔한 제주민요 가락 <방애질 소리> 속의 ‘이여도사나’란 후렴구에 등장하는 ‘이여도’가 ‘너를 떠나보낸 섬’이란 의미의 한자어 ‘離汝島’임을 밝힌다”며 “이여도에 대한 이 같은 한자어 표기는 《청용만고》 기록이 제주 향토사 기록물 가운데 가장 앞선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이용호가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9세기 후반에 연자방아를 돌렸던 사실이 책 속 작품을 통해 확인된다. 이는 제주의 옛 풍경을 되살려 놓은 느낌을 들게 한다”고 소개한다.

‘스르륵’ 맷돌방아 굴리는 소리 밤새껏 그치지 않아,
두 사람과 한 필의 말, 엄청나게 힘들여 수고를 하네.
성 안의 몇 안 되는 연지 분지 바른 낭자들,
손가락 한번 튕기지 않고서도 되레 진귀한 식사들 한다네
- 이용호 《청용만고》 중에서 
현 원장은 “책에 등장하는 시문 소재의 대상은 다양하다. 웅장한 한라산에서 미물인 모기를 제재로 한 시도 있다. 그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배경은 다름 아닌 제주 민란”이라며 방성칠의 난과 이재수의 난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조선조 500년간 제주를 다녀간 그 숱한 인사들의 시문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료적 가치가 유별나다. 목사 혹은 판관 등의 지방관의 신분이건, 혹은 유배인들 가운데 이렇게 다양한 시문을 남긴 사례란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그 분량 면에서도 드문 형편이다. 무엇보다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 향토사와 관련한 소중한 자료이자 큰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책에는 한글 역주본뿐만 아니라 100쪽에 달하는 《청용만고》 필사본 원본도 실려있어 자료로서 가치를 더한다.

문예원, 635쪽, 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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