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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제주문화원 소극장에서 연습을 가진 제주신화전설인형극단의 단원들. ⓒ제주의소리

 2015년부터 운영 제주문화원 제주신화전설인형극단...중장년 활력 ‘톡톡’

인생 1막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걷는 중장년 층, 일명 실버 세대들이 제주어 인형극과 만났다. 바로 제주문화원 제주신화전설인형극단(이하 제주신화극단)이다.

제주신화극단은 2015년 4월 창단한 제주문화원 산하 모임이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 공연을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단원은 10명으로 고미선(63), 김영규(70), 김정숙(74), 김화천(60), 서근숙(77), 양정희(77), 장호인(65), 주춘옥(76), 임을화(59), 장거수(66) 씨다.

지금까지 완성한 제주신화극단의 레퍼토리는 총 3개. <힘 쎈 장사 오찰방>, <의로운 여인, 김만덕>, <김녕사굴 이야기>다.  모두 제주 역사·설화와 제주어를 기반으로 한다. 제주신화극단이 찾아간 현장은 다양하다. 제주 태고원, 제주노인대학원, 김만덕 기념관, 제주서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신광어린이집 등 유아·어린이 시설에서 경로당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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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어린이집에서의 공연 모습. 제공=제주문화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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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초등학교 공연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제공=제주문화원. ⓒ제주의소리

단원들은 대다수가 50~60대부터 70대까지 중장년 세대다.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인형극 활동은 삶의 큰 활력을 안겨준다. 제주 유일 인형극단이라는 특징도 무시할 수 없다.

제주신화극단은 지난 9월 18일 오후 4시부터 탑동해변공연장 소극장에서 <김녕사굴 이야기> 연습을 가졌다. 강사(김정희 시인)의 조언에 화답하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김녕사굴 이야기>는 구좌읍 김녕리 뱀굴에 사는 큰 뱀을 처치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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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에 매진하는 단원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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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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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딸을 연기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극단 창단 멤버인 김정숙(74) 씨는 “인형을 직접 만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연습도 하면서 무대에 오를수록 기분이 젊어지는 것 같다. 건강만 허락된다면 호호할머니처럼 계속 인형극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다.

장호인(65) 씨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살다가 2004년부터 다시 제주에 터를 잡았다. 그는 “관객이 감탄하고 인정하는 그런 인형 극단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단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교직에서 은퇴하고 올해 4월 입단한 장거수(66) 씨는 김녕사굴이야기에서 주인공 격인 판관 ‘서연’을 맡았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열정으로 주목을 끈 정 씨는 “지난번 제주북초등학교 1학년과 병설유치원들에서 공연을 했는데, 끝나고 나니 손을 흔들며 ‘판관 만세’를 외치더라. 그 순간 인형극의 보람을 느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극단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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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뱀을 죽이는 클라이막스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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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뱀을 죽이는 판관 서연을 힘있게 연기하는 장거수 단원. ⓒ제주의소리

제주신화극단은 일주일에 한 번 강사와의 연습으로 실력을 갈고 닦는다. 제주문인협회 소속 김정희 시인은 “연세 높은 어르신들도 열정이 대단하다. 결석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발성도 좋다”면서 “더 크고 다양한 무대에 서는 기회가 주어지고 작품 레파토리 역시 추가해, 제주 설화는 우리가 꽉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당찬 소감을 밝혔다.

백종진 제주문화원 사무국장은 “단원들의 꾸준한 열정 덕분에 어디에 내놔도 떳떳할 만큼 실력을 갖춘 극단이 됐다”면서 인형극과 제주어를 사랑한다면 누구나 극단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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