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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일대에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피었다.
무더위가 끝나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제주에 때 아닌 벚꽃이 활짝 피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19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상창보건진료소 바로 뒷골목의 벚나무가 분홍빛 꽃망울을 터트렸다.  

꽃망울은 몇 개가 아니라 나무 절반을 휘감을 정도. 주변 다른 벚나무들도 꽃을 피웠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분홍빛 꽃의 정체는 다름아닌 봄의 대명사 벚꽃. 그만 계절을 잊고만 것이다. 

벚꽃은 매년 4월께 우리나라 전역을 물들이는 봄의 전령사. 특히 제주왕벚꽃은 화사하기로 유명하다.

벚꽃 뿐만이 아니다. 인근 안덕면 대평리 강모씨의 집 마당에는 목련이 활짝 피었다. 목련 역시 4월쯤에 꽃이 피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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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한 가정집 마당에 핀 목련. <독자제보 강효숙씨>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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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한 가정집 마당에 핀 목련. <독자제보=강효숙씨>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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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일대에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피었다.

'때아닌 벚꽃'의 원인으로는 우선 '적당히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 점이 꼽힌다. 또 태풍 등으로 이파리를 많이 잃어 생존을 위해 꽃을 피운 것으로도 분석된다. 말그대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AWS)에 따르면 안덕면 상창리와 가장 가까운 기상 관측 지점인 서광리 낮 최고기온은 지난달 22일 이후로 30도 이상 치솟은 적이 없다. 

9월 들어 최저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3일 24.6도, 가장 낮았던 날은 지난 10일 16도다.

반대로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18일 28도, 가장 낮았던 날은 지난 8일 23.8도다.

통상적으로 벚꽃이 만개하는 3월말부터 4월까지 일 평균 기온은 15~25도 사이다. 비도 9월 들어 많게는 하루 걸러, 적게는 6일에 한번 씩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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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일대에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피었다.

이와 관련해 목본식물 등을 연구하는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송관정 교수는 “벚나무가 살기 위해 꽃을 피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종종 벚나무가 가을에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꽃을 피운 벚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이파리가 적다. 태풍 등으로 이파리가 사라진 것이 원인”이라며 “이파리를 더 잃지 않기 위해 생장을 억제하다가 날이 풀리면서 다시 꽃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벚나무가 다시 꽃을 피우면서 새로운 이파리가 생겨난다. 이파리가 있어야 광합성을 할 수 있고, 광합성을 통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양분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벚나무가 살기 위해 꽃을 피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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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일대에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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