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교육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제주어 오류 의심 지적...출판사 "즉각 감수 요청"

전국 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국어> 교과서 속 제주어 설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교과서는 비상교육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청소년(서준)과 할머니가 제주어로 대화를 나누는 지문이다. 지문 속에는 ▲무승 거 허염나? ▲뭐우꽈? ▲할망 ▲맨도롱 똣똣헐 때 확 들이킵써 ▲맛 조수다게 등 다섯 가지 제주어가 등장한다.

11일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국문학 박사)은 “해당 교과서의 제주어 사용이 크게 잘못돼 있음을 최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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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출판사의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 속 제주어 사용 부분(붉은 사각형). 제공=김순자. ⓒ제주의소리

김 위원은 ‘무승 거 허염나?’의 경우 ‘무승 거’는 ‘무슨거’를 발음대로 표기하다보니 발생한 오류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말은 할머니가 손자 방으로 들어가면서 사용하는데,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로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좀 더 애정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실제 제주 할머니들은 ‘허염나’라고 잘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뭐우꽈?’는 할머니가 손자한테 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데 이 역시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우꽈’는 높이는 표현이다. 손자한테 할 때는 ‘무신것고?’, ‘무신거니?’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문 속 손자가 할머니에게 ‘할망’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잘못됐다. 김 위원은 “가끔 할무니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할머니로 하면 된다. 제주에서 손자가 할머니를 부를 때 할망이라고 하지 않는다. 할망은 지칭은 가능하지만 호칭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맨도롱 똣똣헐 때 확 들이킵써’는 ‘확 들이싸붑서’, ‘확 들이씁(씹)서’가 옳은 표현이라고 봤다. 들이켜다의 방언형이 ‘들이쓰다, 들이씨다’이기 때문이다.

‘맛 조수다게’에서 ‘게’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족(蛇足) 표현이다. ‘수다’ 역시 높임말이므로 ‘맛 좋다이’, ‘맛 좋다’ 정도로 바꿔야 자연스럽다.

이 내용은 제주중앙여고 김지연 국어 교사가 지문을 이상하게 생각해 김 위원에게 의뢰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비상출판사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는 제주에서 대기고, 사대부고, 제주외고, 서귀포, 중앙여고가 사용 중이다.

김 위원은 “교과서는 제주도 만이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어서 빠른 시일 안에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제주어(제주방언)가 잘못됐다면 교과서에 실린 다른 지역의 방언 또한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고 출판사의 점검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비상출판사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교과서는 지난 2015년 교육과정을 반영해 나온 교과서”라면서 “제주도 교육청 인정도서 담당자에게 곧바로 오류 수정 내용을 보내 감수 요청했다. (사)제주어보전회에도 감수 요청을 전달했다.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면 바로 잡아 내년 교과서에 반영, 인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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