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미술대전 수상작 9월 7일까지 문예회관 전시...“서예·문인화 분리 등 변화 지속”

44회를 맞는 올해 제주도미술대전에서 김현성(37) 공예작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은 조기섭, 정재훈 미술작가에게 돌아갔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가 주최하고 제44회 제주도미술대전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44회 제주도미술대전의 입상작 전시가 9월 1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올해는 59명이 공모에 참여한 가운데 대상 1명, 우수작가상 2명, 선정작가상 12명을 선정했다. 김현성 씨는 목재, 제주 현무암을 사용해 물결을 표현한 작품 <결>(목탄화·현무암, 1315x1315x63cm, 2018)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씨의 대상작은 기본적으로 동양적인 가치를 표현하면서 그 방식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기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목재를 쪄서 구부리는 스팀 밴딩(Steam bending) 기술을 사용해 작품 테두리를 만들면서, 테두리 안쪽은 예부터 이어져온 전통 상감 기법으로 나무를 끼워 맞췄다. 검은 색 나무가 물결처럼 뒤틀린 부분에는 인두로 표면의 강도를 높이는 전통 기법인 ‘낙동’을 사용했다. 김 씨가 상수리나무, 호두나무 등을 활용해 3개월에 걸쳐 완성한 <결>은 서구적인 현대 공예 문화에 맞서 동양다움의 자연스러운 힘을 보이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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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작 김현성의 <결>. 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

2차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경모 예술공간 이아 센터장은 심사평에서 "<결>은 재료와 도구, 물질을 다루는 기량이 출중하고 주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진지해 심사위원들을 강하게 어필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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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김현성 작가. 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
서울예대에서 무대 예술을 전공한 김 씨는 10년 전부터 공예 예술로 진로를 바꿔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왔다. 조화신 소목장(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로부터 4년간 가르침을 받았고, 경기도가 지정하는 목공예 전수 장학생으로도 활동했다. 4년 전부터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정착했다. 지난해 제주도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1년 만에 최고상인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1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김 씨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을 받게 돼서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소목 공예에 입문한 지 10년을 지나지만 “내놓을 만 한 작품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면서 아직 개인전을 열지 않을 만큼 완벽주의를 지닌다.

그는 제주에 정착해 ‘제주소목연구회’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소목 공예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 중이다. 비록 다른 지역과 달리 작품에 쓸 만 한 목재를 구하기가 어렵지만, 제주 자연이 주는 영감에 감탄하며 제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제주 목가구는 육지와 달리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습기와 바람이 잘 통하는 독특한 제주 목가구만의 구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수상은 제주 돌 풍경을 흰색 톤으로 표현한 조기섭 작가의 <Zen(禪)>(장지에 은분·호분, 100x200cm, 2018), 헬스장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바라본 정재훈 작가의 <길 잃은 라이더>(Oil on canvas, 97.0x145.5cm, 2018)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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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조기섭 작가의 <Zen(禪)>. 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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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정재훈 작가의 <길 잃은 라이더>. 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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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도미술대전 우수상 수상자 조기섭(왼쪽), 정재훈 작가. 제공=제주미협. ⓒ제주의소리

선정작가상은 박길주(이하 작품명: 향기로운 나무), 임지연(united structures), 현덕식(뚜벅아 넌 최고야), 주현이(TRANSPARENCY 4), 이연정(기억을 삼키다), 김산(아래로부터의 풍경), 김선일(소원의 탑), 이승훈(바라보다), 백성원(Baek’s Landscape The Dancing of Mt. Halla), 최선영(어느 봄날에 풍경), 이정용(법고창신[法古創新]), 이은비(그해겨울) 작가가 수상했다.

1차 심사위원은 김성환, 김해곤(이하 서양화), 김만, 박성진(이하 판화), 유창훈, 곽정명(이하 한국화), 조윤득, 강시권(이하 조각), 박현영, 박지혜(이하 공예), 문영만, 김경헌(이하 디자인) 씨가 맡았다. 

2차 심사위원은 이경모 예술공간 이아 센터장, 장정열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안소연 미술평론가, 김보라 미술평론가가 맡았다.

대상은 상금 1000만원, 우수작가는 300만원, 선정작가상은 50만원을 받는다. 대상 작가는 다음해 개인전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제주미협이 대관·도록·홍보를 지원한다. 대상 작품은 제주도가 소유한다.

# 변화의 완성? 발전의 출발 돼야

제주도미술대전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에 걸쳐 변화를 시도했다. 2016년 미술대전 주최 기관을 제주예총에서 미협으로 옮겼고, 지난해 서예·문인화와의 분리를 시도했으며, 올해부터 사실상 별도의 행사로 치른다. 

대상을 비롯한 주요 입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크게 확대했고, 심사 제도를 1·2차로 나눠 공정성을 높였다. 수상자 비율도 이전과 달리 30% 수준까지 줄여 상의 가치를 높였다. 이는 강민석 제주미협 회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개혁의 결과물이다. 

특히 제주도립미술관과 함께 미술대전 대상, 우수상 수상자를 서울 전시장에 소개한 ‘제주-서울 프로젝트’는 '육성' 차원에서 볼 때 제주 작가들에게 상당히 유의미하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 김진수 작가는 “6개월 간 제주미협이 지원해준 이나연 미술평론가와 많은 논의를 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미술대전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치열한 내부 진통을 감수하면서 계획한 변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강민석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다만 아쉬움도 일부 남아있다. 다변화하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제주도미술대전이 오롯이 담아냈냐 하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물음표를 뗄 수 없겠다. 

올해 미술대전에서 영상 부문은 2명밖에 참여하지 않았고, 설치 부문은 아예 신청 작가가 없었다. 영상 출품작 가운데는 음성 같은 일부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서양화 심사위원들이 영상 부문 심사를 함께 소화하는 등 개선점이 발견됐다.

강민석 회장은 “3년 동안 혁신 의지를 계획대로 이어가면서 원하던 변화를 달성했다. 이제야 미술대전의 기본적인 틀을 바로 세웠다”고 자평하면서 “지금 제주도미술대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전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싶은 미술대전으로서 위상을 갖추도록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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