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개편 1년 성과와 과제] ②  제주도-의회 지리한 공방...예산감시, 의식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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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이뤄진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부분은 '준공영제'와 '버스우선차로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준공영제 도입 문제를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며 1년 가까이 논쟁을 벌였다.

제주도가 지난해 8월26일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전면 단행하자 제주도의회는 지방재정법 위반 문제를 거론했다.

김명만 전 도의원은 지난해 9월11일 예결특위에서 "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타당성 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대중교통개편 예산에 전체적으로 800억원을 투입하는 데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월17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선 안창남 의원이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나 주민권리제한이 있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 도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제주도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1년에 800억원 이상 재정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김경학 의원도 "준공영제를 실시하며 사실상 버스사업자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표준운송원가를 총액으로 보면 타시도 보다 적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민철 의원 역시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 있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하면서 도의회 동의 절차를 생략해 도의회를 무시했다"며 "표준운송원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임원인건비를 서울에 비해 1.5배 더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정질문에선 안창남 의원이 지방재정법 위반이라며 원희룡 지사에게 감사원 감사 청구를 압박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방재정투자심사 대상사업은 부동산 취득, 시설물 투자 등이 해당된다"며 "지원금이나 장려금은 제외되고, 버스준공영제는 투자사업으로 지원금에 해당되기 때문에 투자심사에서 제외되고, 과도한 재정부담은 되지 않는다는 행안부 회신을 받았다"고 맞섰다.

제11대 도의회 의장인 김태석 의원도 지난해 도정질문에서 "의회를 무시하고 원 지사가 독선을 하고 있다"며 지방재정법 위반이라고 공세에 가세했다.

원 지사는 "버스준공영제와 관련해서 이미 3차례나 의회에 보고했고, 제주도-도의회 정책협의회 당시 도의원들은 칭찬까지 했었다"고 반박했다. 

도의회는 감사원 감사청구 건을 놓고 본회의 표결까지 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11대 의회 들어서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태석 의장은 지난 2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거듭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장은 "제주도 대중교통 관련 예산을 의회에서 분석했는데 올해에만 1700억원이 투입된다"며 "중기지방재정계획은 1557억원, 언론보도에는 960억원, 지방대중교통계획상에는 940억원으로 제시되는 등 들쑥날쑥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버스준공영제는 경직성 경비로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지방세 세입이 감소 또는 정체됐을 때 다른 분야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현재처럼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계속 추진된다면 제주도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고, 돈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당시 도내 7개 운수업체와 버스준공영제에 합의하면서 표준운송원가를 만들어 지원하는 대신 노선권을 가져왔다.

버스준공영제는 합리적인 버스노선체계 구축과 수준높은 버스 서비스 제공을 위해 버스업체가 버스의 운영을 담당하되, 버스노선 및 운행 관리는 자치단체가 맡는 민관혼합 버스운영체계다.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인천, 광주시 등 광역단체가 도입한 제도다. 

제주도는 지난해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하면서 특별시나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동안 민간버스업체는 노선권을 갖고 있으면서, 수익이 안되는 노선은 운행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여러 광역자치단체에서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경우 준공영제에 따라 버스 1대당 표준운송원가는 54만원대다. 서울 69만8760원, 부산 67만2000원, 광주 61만230원, 대구 59만3280원, 인천 58만8630원, 대전 57만4230원에 비해 낮은 편이다. 

준공영제 예산은 800억원에서 95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유는 유류비가 리터당 1200원대에서 1400원대로 증가하면서 150억원 가량 증가했다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김 의장이 언급한 1700억원이 준공영제 만을 의식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제주도가 이런 혼란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준공영제와 관련해 제대로 의회를 설득하거나 협의하는 절차를 누락, 도의회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버스 준공영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 확대 방침을 밝힌 사안이기도 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6월2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되는 곳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문제가 전혀 없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버스노선에 자체 예산을 지원하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하루에 한명 태우는 노선도 억지로 유지하는 실정인데 이런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려면 버스준공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에도 버스업체에 유류비나 학생 및 환승할인 등으로 200억~300억원을 지원해 왔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버스대수가  548대에서 868대로 320대 증가하고, 운전기사도 671명에서 1655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게다가 교통복지카드를 도입, 전국 최초로 만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중교통개편 이전에는 공영버스만 무료였고, 민간이 운영하던 버스는 요금을 내야 했다.

게다가 시내외버스를 통합하면서 요금을 기존 시외 3300원에서 1200원으로 내렸다. 

버스준공영제를 하면서 지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의회에서 주장하듯 '돈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준공영제를 포함해 대중교통 예산으로 제주도 전체 예산의 2%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의회 지적대로 준공영제가 돈먹는 하마로 전락하기 전에 도의회와 시민사회가 두 눈을 부릅 뜨고 감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교통 전문가들은 준공영제가 막연히 버스회사에 대한 특혜로 보기 보다는 승용차를 탈 수 없는 교통약자에 대한 복지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을 주문한다. 

손상훈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준공영제를 시행했기 때문에 대중교통 공급을 늘릴 수 있었고, 교통약자들인 학생과 노인, 서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돈이 많이 드는 비용의 측면의 아니라 교통복지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도의회의 문제제기에 대해 손 책임연구원은 "표준운송원가 계산에 부적정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 수정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제주도와 도의회의 힘겨루기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정치적 쟁점을 만들 게 아니라 이제는 대중교통의 질과 서비스 향상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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