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릭' 여파로 지붕 1/3 사라져...2014년, 2016년 이어 세 번째 '부실 설계·시공 논란 불가피'

2014년, 2016년, 그리고 2018년. 제주시 오라동 제주복합체육관 지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라졌다. 강풍을 몰고 온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제주복합체육관 지붕 일부가 뜯겨져 나갔다. 어림잡아 3분의 1 쯤 돼 보였다. 

23일 오전 11시, 제주도체육회 직원과 공무원들은 쉴 틈 없이 물을 밀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주복합체육관 천장이 뻥 뚫리면서 빗줄기가 고스란히 실내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이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23일 제주복합체육관 지붕 일부가 뜯겨졌다. ⓒ제주의소리

2층 배드민턴 경기장에 고인 물을 직원들이 일일이 모아 1층으로 내려 보냈고, 1층에서는 그 물을 다시 모아서 야외로 버리는 고된 작업을 반복했다. 2층에서 떨어지는 물은 흡사 폭포수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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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뜯겨진 천장에서 떨어진 물은 그대로 2층 배드민턴 경기장에 고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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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빗물을 한데 모으는 작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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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빗물을 1층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땀과 물로 범벅이 된 채 연신 밀대를 움직이던 현장 관계자는 “천장이 뚫린게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파손 부위도 매번 다르다. 올해는 2016년의 반대 편이었다. 부실공사도 이런 부실공사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체육관 지붕이 직각으로 설계돼 지어지면서, 바람이 조금만 세도 저항을 크게 받아 뜯겨져 말려버린다. 이번에도 동일한 현상”이라며 “사실상 비가 그치기 전까지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금속 재질의 지붕과 붙어있던 내장재들은 바람에 날려 체육관 바깥 쪽 한쪽 구석에 처참한 모습으로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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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관 바깥 쪽에 흩어진 내장재. ⓒ제주의소리

제주복합체육관의 '수난사'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전역에 강풍특보가 발효된 2014년 6월 2일, 건물 지붕 구조물이 통째로 뜯겨져 주변 공원과 도로 곳곳에 날렸다. 준공한 지 두 달도 안된 시점이었다. 당시 제주시의 최대 순간 풍속은 31.8m/s였다.

2년이 흐른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가 제주에 상륙하면서 가로 40m, 세로 40m 크기의 대형 구멍이 체육관에 생겼다. 당시 최대 풍속은 초속 47.0m/s였다. 

태풍 솔릭이 제주에 접근한 22일 밤 12시부터 23일 오후 1시까지 제주시의 최대 풍속이 32.2m/s로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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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풍으로 체육관 지붕이 뜯겨 날아간 2014년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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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에 대형 구멍이 생긴 2016년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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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이 크게 뚫린 올해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복합체육관은 제주도가 전국체전에 대비해 총사업비 150억원을 투입해 2014년 4월 준공했다. 연면적 9914㎡에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게이트볼장과 배드민턴장을 갖췄다.

당초 제주도는 제주복합체육관 벽면의 경우 초속 40m의 강풍에도 10분 이상, 지붕은 초속 50m를 10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세 번이나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애초 설계 또는 시공이 잘못된게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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