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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노역장 유치 하한 형법 부칙 위헌...일당 500만원 수형자 제주지법 재심 청구 

노역장 유치기간 하한을 정한 형법에 따라 옥살이 중인 수형자가 위헌을 내세워 재심을 청구하는 일이 제주에서 벌어졌다. 제주에서 황제노역 관련 재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중인 고모(43)씨의 재심사건에 대해 23일 선고공판을 열어 재차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고씨는 2011년 3월17일 A씨에게 수협 중도매인 채무금 1억3000만원을 갚아주겠다고 속여 중도매인 지정증을 빌린 뒤 수산물 거래를 하고 빚을 지게 했다.

2012년 12월31일에는 모 수산에 수산물을 공급한 것처럼 속여 계산서를 작성하는 등 2년간 128개 거래처에 134억원 상당의 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2014년 7월11일 특정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과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고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해 12월11일 1심에서 재판부는 검찰측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500만원을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고씨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교도소에서 하루 노역마다 500만원씩 탕감해준다는 의미다. 이 경우 고씨는 1년8개월을 더 복역하면 벌금 납부 없이 형을 마치게 된다.

과거에는 노역장 유치 기간에 대한 적용 규정이 없어 일당을 수억원까지 적용하기도 했다. 실제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은 2014년 일당 5억원을 적용해 50일 유치생활을 한 적도 있다.

이처럼 황제노역 문제가 불거지자 법무부는 2014년 5월 형법 70조를 개정해 벌금 1억원 이상~5억원 미만은 300일 이상으로 하는 등 구간별로 최소한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했다.

형법 부칙 2조 1항은 형법 70조를 시행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법 시행 전에 범죄를 저질러도 검찰이 재판에 넘긴 날을 기준으로 삼도록 경과규정을 뒀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이 부칙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범죄행위가 끝난 이후에 기존에 없던 노역장 유치 하한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형벌불소급 원칙에 위반된다고 해석했다.

고씨는 2012년 범행을 저질렀지만 2년 뒤 개정된 형법을 적용 받아 노역장 유치 하한선에 걸렸다. 개정 형법은 벌금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은 500일 이상 노역장 유치가 기준이다.

헌법재판소가 소급적용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법원은 노역장 유치 하한을 적용하지 않고 노역장 유치에 따른 고씨의 일당을 다시 정해야 한다.

고씨의 경우 재심 사건에서 법원이 노역장 일당 기준을 올려주면 벌금을 빨리 탕감 받아 출소 기간도 상대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형법 개정 이전에는 노역장 유치 기간을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따라 정한 만큼 이번 판결에서 고씨가 이득을 얻으면 유사 사건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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