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김경미 제주도의회 의원…“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 꿈 꾼다”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 김경미(52). 그는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 30년 넘게 장애인복지운동에 헌신해왔다. 4년전 제주도의원 선거(비례대표)에 도전했지만, 당선권 순위에서 밀렸다.

다시 절치부심, 현장을 누비며 내공을 더 쌓았다. 2018년 6월13일, 드디어 ‘민의의 전당’에서 일할 기회가 돌아왔다.

막상 의원배지를 달고 출근한 제주도의회의 벽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휠체어를 타면 혼자서는 도의회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의원실도 마찬가지고요.”

지난 7월24일, 제36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경미 의원은 5분발언을 통해 “장애가 더는 장애가 되지 않는 철학을 담은 도정의 의지를 보여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 김경미 제주도의원.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 제도가 왜 필요한지, 백 마디의 말보다 이 한 장면이 보여준 임팩트는 확실히 컸다.

사실 그의 꿈은 너무나 소박하다.

“아침에 눈을 떠, 휠체어에 올라타 턱이 없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면대 높이를 조절해 세수를 하고,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전동 휠체어로 작은 들꽃들과 인사하며,
콧노래 부르며 버스를 타는 일상적인 삶.”

김 의원이 제도권에 들어오려 했던 건 성별과 연령, 국적, 그리고 장애 유무에 상관 없이 누구나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장애가 장애가 되는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정치인으로서 할 일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제주의소리>와 만난 그는 “정책 추진을 함에 있어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양 날개를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조화로운 정책을 만드는 노력, 그게 바로 유니버셜디자인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 눈높이에 맞추면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4년 의정 내내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면서, 때론 견인하면서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제주사회’를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바치겠다”도 힘주어 말했다.

원희룡 지사에게는 “유니버셜디자인은 도정철학의 문제”라며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디자인담당관’을 신설키로 만큼 부서를 넘나들며 모든 건물, 도로, 심지어 정책에까지 유니버셜디자인이 녹아들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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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당선 축하드린다. 의원생활을 한 지 벌써 한달이다. 소회가 남 다를 것 같다.

일단 정책 입안자가 됐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소수자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는데, 와서 보니 그런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떨리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질문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려고 했다. 그냥 한달이 후딱 지나간 것 같다.

의원께서는 평소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한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도의회 청사는 장애인들이 이동하는데 제약이 없던가.

제가 의원이 되기 전에도 도의회를 방문한 적은 있다. 물론 의원회관보다는 의사당을 좀 더 많이 이용하긴 했다. 막상 의회에 와서 생활해보니까 의원회관 문을 열 수가 없다. 자동문이 아니라 ‘당기세요’(여닫이)다.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는 문이 무겁기도 하고, 손잡이 높이도 그렇고 문을 열 수가 없다. 접근부터가 너무 힘들다. 의사당과 의원회관 연결 통로에도 턱이 있는데, 남들에게 별 것 아니지만 우리들에게는 높은 산과 같아 불편하다. 민의를 대변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의회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지난 7월24일, 1차 본회의 때 다른 의원들과는 다른 별도의 단상에서 5분발언을 했다. 의회사무처에서는 배려를 하느라 한 것인데, 이것 역시 차별이라고 보는 건가.

일단 의회운영위원회나 사무처에서 상당히 많이 고심을 해서 장애의원 3명이 들어오고 하니까 경사로부터 별도의 단상을 마련하는 등 배려하고 신경을 쓴 건 사실이다. 이를 차별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쓰긴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는 차별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본다. 일반 의원들과는 구분된 단상을 사용했고, 일반 단상에는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감각적이고 감수성을 가져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 그래야 뭔가 설계를 하고 계획을 할 때 모두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장애 감수성을 넓힐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따로 단상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차별로 인식하고 그래야만이 우리가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의원께서 ‘저는 이런 꿈을 꿉니다’라며 어찌 보면 아주 소소한 얘기들을 풀어놓을 때는 주변이 숙연해졌다. 이런 게 일상이 되도록 현실화 하기 위해 제도권에 입성한 것 아닌가. 11대 의회에 입성한 장애인의원으로서 포부랄까, 각오가 있다면.

모든 것은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귀결할 수 있다고도 확신한다. 제도권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러한 이상이 일상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일례로 지난 10대 의회 때 김천문 의원이 있어서 ‘장애의원 활동지원 조례’가 통과됐다. 그 분의 남다른 경험과 시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가 50년 넘게 장애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을 위한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 제가 비례대표 후보때 슬로건이 ‘활짝 피어라. 우리의 삶’이었다. 활짝 핀 우리의 삶으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하다겠다는 각오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턱이지만, 그 분들(장애인)에게 힘겨움이라면 그 힘겨움을 감당하고 극복하는 의원이 되겠다.

5분발언에서 강조했던 게 ‘유니버셜디자인’이다. 일반 도민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어떤 개념인가.

백과사전적 개념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 보편적 디자인’이다. 연령이나 성별,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한 디자인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더 살을 붙이자면 ‘모두가 주류화 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보면 된다. 일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면 누구나 차별없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모두를 주류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문화적 장벽을, 장애를 없애는 것이 유니버셜디자인이다. 우리가 말하는 여성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장애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유니버셜디자인이 도입돼야 한다. 지금은 장애를 제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건축물 진입이 어려워 진입을 편하게 하는 정도다. 이것이 지금의 수준인데, 앞으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면서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건축물과 도로, 심지어 정책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니버셜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유니버셜디자인’이 원희룡 지사의 민선6기 공약이었다는 사실도 5분발언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민선6기 유니버셜디자인을 포함한 장애인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5분발언을 너무 세게 한 것 아닌가 하고 우려를 하는데, 사실 민선6기 유니버셜디자인 공약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런 공약이 있었느냐는 전화도 받았다. 2014년 유니버셜디자인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 제정 자체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런데 유니버셜디자인 가이드라인은 2017년에야 만들어졌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민선6기 임기 1년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겠나. 실가시적으로 나타난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피부로 느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장애인 정책과 관련해 보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혹독한 평가가 이뤄졌지만, 장애인들의 숙원인 장애인회관이라던가, 공립형 주간보호 권역 설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보편성과 특수성 양 날개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원 지사께서는 이번 6.13지방선거 때 또다시 ‘유니버셜디자인 도시 조성 및 장애인 보행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번에는 잘 지켜질 거라고 보나.

기대도 있고, 동시에 우려도 있다. 기대되는 것은 조직개편을 하면서 ‘도시디자인 담당관’을 만든 점이다. 우리가 어떤 조직․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일을 하는데 중심축을 잡고 가겠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도시디자인담당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하는 부분이 있다. 인터뷰 초반에도 말했지만, 유니버셜디자인은 건축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도로나 정책이나 모든 제품에까지 유니버셜디자인이 넘나들기 위해서는 도본청모든 부서를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은 도시디자인담당관 소관이 아니라 교통부서 소관이다. 도로도 마찬가지다. 유니버셜디자인을 하려면 부서간 협치와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권한과 열정, 의지가 담보되지 않는 한 조직․기구가 만들어졌다고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대반 우려반’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저는 기대하는 쪽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민선7기 조직개편안이 이번 회기에서 통과됐다. 그 속에는 ‘도시디자인 담당관’ 신설만으로도 유니버셜디자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 아닌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조직을 만들면 누가 일하냐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된다. 그 속에는 철학과 가치가 담겨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감수성이 높아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나 어르신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유니버셜디자인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별 제품, 개별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기반 전체가 유니버셜디자인이 돼야 한다. 그래야 어느 곳 하나 불편함이 없다. 가령 의회는 상임위원회별로 활동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임위 보다는 통합해서 정책을 완성해야 한다. 유니버셜디자인도 개별적인 것보다는 통합적인, 도시기반 전체를 그릴 수 있는 전문가와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 와서 이끌어주고 도정은 예산이나 권한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전에 ‘공공디자인’ 바람이 불 때 다른 시․도에서는 시․도지사 직속 본부를 두기도 했다. 이보다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 같긴 한데,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하나.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성평등 관심도 있고 성평등정책관이 신설된 것, 노인장애인복지과가 장애인과 노인으로 부서가 분리돼 전문성을 갖게 됐다는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 복지정책과라는 컨트롤타워까지 만들어서 복지특별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적극 환영한다. 다만, 아쉬운점이 있다면2015년 메르스 사태가 있고 나서 감염병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보건 분야에 대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복지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조직개편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유니버셜디자인은 도정철학의 문제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도정책임자인 원희룡 지사게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이 정치를 하고, 사람이 정책을 만든다. 저 자신 의회에서 그것을 하기 위해서 입성했다. 민선 7기는 예전과 달라저야 한다고 본다. 유니버셜디자인은 민선 6기에 미처 다하지 못해 7기까지 연장한 공약이기 때문에 애정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우선 돼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받으려면 일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면에서 유니버셜디자인이나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정책이 최우선순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을 할 때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양 날개를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조화로운 정책을 만들어야 복지특별도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원희룡 지사께서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서 복지특별도 실현이라는 공약이 완성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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