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정민구 의원(행정자치위원)…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공개제안

정민구 제주도의회 의원(삼도1․2동, 더불어민주당)은 초선이다. 그러나 초선 답지 않다.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쌓은 내공이 만만찮다.

정 의원은 11대 의회가 출범한 뒤 집행부를 상대로 한 첫 의정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업무보고에서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행정체제 개편 문제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도민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정 의원은 특별자치도 출범의 시발점이 됐던 2005년 7월 행정계층구조 개편(혁신안 vs 점진안) 주민투표 당시 점진안 측 대표 활동가였다.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에서는 제1기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 때 제시된 안이 ‘행정시장 직선제’였다. 만족스런 안은 아니었지만,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헛고생만 한 셈이 됐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행정체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서는 암흑기나 다름 없었다. ‘先 행정시 기능․권한 강화 後 행정체제 개편 논의’ 논리에 묻혔다.

하지만 지난 6.13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 의원은 지금이야 말로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마침표를 찍을 적기라고 강조한다.

그는 2020년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거일을 주민투표 D-데이로 잡아 역순으로 행정체제 개편 추진 로드맵을 작성할 것을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에 강력하게 주문했다.

정 의원은 “지금까지 논의는 무수히 해왔다. 지금이야말로 행정체제 개편에 종지부를 찍을 때”라며 “이번 만큼은 원희룡 지사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안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시민단체가 아닌 제도권에 들어온 만큼 제 생각만 고집하지는 않겠다.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 안이 특별법에 녹아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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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정민구 의원. ⓒ제주의소리
◇ 다음은 일문일답

Q. 늦었지만 당선을 축하드린다. 362회 임시회가 도의원으로서 첫 의정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무대인데 소감은?

제가 시민단체 활동을 20년 했다. 활동하면서 도정에 대해 문제제기도 많이 했고, 대안도 제시했다. 그런 부분은 시민단체 활동과 의정활동이 유사한 것 같다. 도의원이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피드백이 있다는 점이다. 제도권에 있으니까 질문을 하면 바로 대답을 해주니까 그런 부분이 좋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건 화면에 비춰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15분 질문을 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공부해야 하는 부분은 책임감으로 와닿고 있다.

Q. 전반기 2년 동안 행자위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첫 회의 때부터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행정체제 개편, 제주사회에 가지는 의미는 뭔가?

도민들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2005년도 7월27일 주민투표로 시․군이 폐지됐다. 이제와서 생각을 해보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어쨌든 도민들이 가장 민주주의에 근접한 공간인데 그부분이 훼손된 측면이 없지않다. 타 지역에서는 지금도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을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하지만 제주도민은 그런 기회를 박탈당했다. 도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받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약해지면서 행정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고 있다. 실제 행정시가 집행기능만 있고 기획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민이 뭘 원하는지 알면서도 기획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Q.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졌다. 기초자치가 사라진 지난 12년을 뒤돌아보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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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구 의원. ⓒ제주의소리
2005년도로 돌아가보면 당시 주민투표에서 북군․남군․서귀포시에서는 점진안을, 제주시에서는 혁신안을 많이 선택했다. 지금은 고인은 됐지만 당시 김영훈 시장하고 저희 단체(제주주민자치연대)가 헌법소원까지 냈다. 기각은 됐지만 도민들의 표심이 왜곡당했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 왜 주민투표까지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때가 참여정부 시절이었는데 중앙정치권에서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70개에서 100개로 나누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 지도상에서 그런 표시도 했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제주도가 시범적인 성격인 주민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만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주민투표 당시 제주도정에서 얘기했던 부분이 행정의 효율성이다. 투자자들이 ‘도와 시․군의 허가를 받기 위한 시간이 너무 길다. 원스톱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시․군이 없어지게 됐다. 지금와서 보면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중산간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강정해군기지 같은 경우는 지역주민도 모르는 상태에서 1주일만에 허가가 났다.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짐으로 인해 나중에는 사회적 갈등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그래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행정체제개편 논의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선 6기에서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가동됐고, ‘행정시장 직선제+행정시 4개 권역 조정’을 권고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정책과 맞물리면서 올스톱 돼버렸다.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자치분권 방향을 생각하면 충분히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음에도 논의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민선 6기 도정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맨먼저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했다. 원희룡 지사의 공약 중에는 행정체제개편 관련 내용이 없다. 행정체제 개편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민선 6기 때 강경식 의원이 개정안을 내면서 행개위가 구성됐고 안까지 마련해서 도지사에게 권고했다. 도지사가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본 후에 진행하자고 해서 (행정체제개편이) 잠정 보류됐다. 그렇게 많은 공청회, 토론회를 거치며 안을 냈으면 결론을 내야지 왜 개헌을 빌미로 보류를 하나. 관심 있는 도민에 대한 기만이고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매듭을 짓는 작업을 해보자는 취지다.

Q. 특별자치행정국, 특별자치제도추진단 업무보고 때 질책도 많이 하던데, 민선 7기도 행정체제 개편에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

저는 업무보고 자료에 당연히 행정체제 개편 로드맵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없었다. 오히려 분권모델을 제주도에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이 나온다. 읍면동장 직선제니, 도지사 임기제, 의회 양원제 등 불필요한 논쟁거리만 확산시키고 있다. 초점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고 지난 13년 동안 논쟁이 됐고, 제주사회의 이슈였던 행정체제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 이후에 분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논의해야지, 앞뒤가 바뀌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정이 책임을 져야 한다.

Q. 임시회 마지막날 2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한번 더 환기시켰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총선거 때 주민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왜 2020년 4월15일인가.

우리가 혁신안을 선택할 때 주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했다. 그렇다면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결정할 때도 주민투표를 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주민투표라는 게 3분의 1이상이 투표를 해야 한다. 3분의 1이상 투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마침 11대 의회 중간 쯤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딱 적기다. 특별법 개정은 주민투표 이후에 해도 좋은데, 그전에 행정체제 개편 대안을 만들어서 총선 때 도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자는 것이다. 준비가 부족했다면 지금부터 서두르면 된다. 또다른 면에서 동료의원들에게 도움을 청한 부분도 없지 않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관심을 높이고자 그렇게 얘기했던 것이다.

Q. 5분발언에서는 또 최종대안과 로드맵 작성주체로 원 지사를 비롯한 도정을 지목했다. 또 협치를 빌미로 의회에 떠넘기는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특별자치행정국, 서귀포시․제주시, 기획조정실 업무보고에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 언론보도를 보니까 제주도와 의회가 상설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첫 번째 안건으로 행정체제개편 문제를 다룬다고 했더라. 고민되는 부분이다. 행정체제개편 문제가 논의의 대상인가. 자칫 잘못하면 의회에 공을 떠넘길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분발언을 통해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날짜를 못박고, 로드맵과 실행계획 수립의 주체로 제주도를 지목했던 것이다. 의회는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원 지사가 참석했기 때문에 도정이 (행정체제개편을) 책임지고 끌고 가라는 의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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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정민구 의원. ⓒ제주의소리
Q. 도정에서 책임지고 추진하라는 얘긴데, 결과물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것 아닌가. 과거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추진했는데, 도의회가 부결시킨 사례가 떠오른다.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의회는 어떤 역할은 할 건가.

당시 제가 제1기 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저희들이 우여곡절 끝에 시장 직선제 안을 만들어서 도지사에게 보고했고, 도지사는 그 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의회는 그때 ‘행정시 기능․권한을 강화한 뒤 4년 후에 하자’는 단서를 달고 부결시켰다. 의원 들 몇 분을 만나서 “도민들은 변화된 행정체제를 원하고 있는데 의회에서 부결시킬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당시 부결시킨 의원들 중에는 후회하는 분들도 있다. 이번에 원 도정에서 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된다면 도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역할을 의회가 할 수 있다고 본다. 저 역시 그런 것을 전제로 동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이번에는 의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본다.

Q. 어쨌든 도민사회에서는 특별자치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를 두고는 여전히 백가쟁명이긴 하지만, 정 의원께서는 어떤 안이 최적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2005년 7월27일 주민투표 당시 점진안 측 단체 활동가였다. 기초자치권 부활을 원했지만 제도권 안에 들어온 지금은 내 생각만 고집하지 않겠다. 국회의원 선거일날 주민투표를 통해 안이 확정되면 기타의견을 내지 않고, 그 안이 특별법에 녹아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Q. 너무 두루뭉수리한 태도 아닌가.

아니다. 이게 정답이다.

Q. 최적의 대안은 아니더라도 단계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실시해보고 한계점이 드러난다고 하면 다시 법인격을 부활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그런 점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당시 언론에 홍보가 안된 부분이 있다. 시장직선제 안만 내놓은게 아니라, 선출된 시장의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에는 시장의 권한을 별도로 만들어서 특별법에 넣자는 게 있었다. 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그게 묻혔다. 단순히 시장직선제 안만 제출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줄 수 있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게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기자가 얘기했던 것처럼 문제가 된다면 단계적으로 기초의회를 구성할 여지를 뒀던 것이다. 거기까지 가보지도 못한 상황이 안타깝다.

Q. 마지막으로 행정체제 개편 최적대안 및 추진 로드맵 마련 주체로 지목한 원희룡 도정에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주도지사는 도민들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한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70% 이상이 원하고 있고 13년 동안 계속 끌고왔다. 이제는 매듭을 지을 때다. 하루빨리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재구성해 안을 만들어 의회로 제출해달라. 2020년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일날 도민들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자. 거기서 나온 안을 가지고 중앙부처․국회를 상대로 최적의 안을 만들어서 2022년 지방선거에 적용할 수 있는 큰 로드맵을 그려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겠다. 의회도 적극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저도 수시로 특별자치행정국장, 기획조정실장을 만나서 추진상황을 확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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