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png
▲ 공공공연연습공간이 들어설 예정인 삼도2동 재밋섬 건물과 이승아(왼쪽) 의원, 이경용 위원장. ⓒ제주의소리

문광위 업무보고 “기본재산 변경 시 조례 변경 필요” 지적...道 "공간 필요성 대부분 인정"

제주도와 재단법인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이 추진하는 (가칭)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한짓골 플랫폼)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의회가 ‘절차 문제’를 강하게 걸고 넘어졌다. 공공공연연습장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계약 체결, 여론 수렴 등을 문제 삼으면서 “향후 리모델링 예산 등 관련 예산 삭감까지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행정부는 “민간과의 조율 과정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17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제주도 문화체육대회협력국 업무보고에서 가장 큰 비중은 한짓골 플랫폼이 차지했다. 

한짓골 플랫폼은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재밋섬(옛 아카데미극장) 건물을 매입해 공공공연연습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활용 공연연습장 조성 및 운영 지원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동안 해당 사업을 위해 제주도 차원에서 유휴공간 입지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특히 재밋섬 건물은 고층 주상복합 건물용으로 팔릴 예정이었다. 원도심 핵심 지역이 베드타운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자, 원도심(성내)의 장기적인 발전과 공연예술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나서서 매입을 시도했다. 지난 6월 18일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11월 30일까지 매입비용 100억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리모델링 60억원, 실시설계 10억원, 세금 2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계약 과정, 일부 반발 여론 등을 문제로 들었다.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제주도와 건물주 (주)재밋섬파크 간의 매매 계약서를 보면 건물과 토지에 대한 계약금이 각각 1원이다. 더욱이 2차 중도금 지금 전까지 계약을 해지하면 20억원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면서 사실상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경용 위원장(무소속, 서홍동·대륜동)은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사안은 재단이 (재밋섬)건물주에게 놀아난 사건이다. 살펴보니 재밋섬 부동산에 채무 60억원이 설정돼 있다. 적자투성이 건물이다. 리모델링도 1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30일까지 비용을 완납한다면 협의 후 7월 정도에 추진해도 충분한 것 아니냐”며 “이미 중도금까지 지급돼 버렸지만, 앞으로 (내가) 문광위에 있는 동안 철저히 한짓골 플랫폼 예산을 심의하고, 필요하다면 도에서 배정하더라도 예산 삭감까지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현재 재단의 기본재산 170억원에서 112억원(매입 100억원, 실시설계 10억원, 세금 2억원)을 전출하기 위해서는 기본재산 변경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재단 정관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변경 절차가 누락됐다. 재단은 정관을 바꿨냐”고 물었고 현장에 참석한 박경훈 재단 이사장은 “정관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밖에 “도민과 예술인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박호형 의원·일도2동 갑), “6월 14일 제주도가 매입을 승인할 때 국장이 전결 처리하는 건 자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강민숙 의원, 비례대표)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박경훈 이사장은 “본래 이 건에 대한 계약은 5월까지 마무리하기로 상정하고 추진됐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있었고 개인 사업자와 공공기관 입장인 재단 사이에서 조율하는 과정이 다소 어려워 시간이 지연됐다”면서 “재단 입장에서는 재밋섬이 유휴공간이면서 공공공연연습장으로서 최적의 장소이기에 건물이 필요하고, 매각자는 계약이 늦어지는 동안 신뢰가 필요하기에 계약 조건을 지금처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홍두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도 “현재 도청 방침이 사유건물이나 토지가 나오면 최대한 매입해 문화·예술·체육용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공유지, 공한지라면 사업기간이 1~2년 지나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활용 공연연습장 조성 및 운영 지원사업에 맞는 이런 매물은 소유주가 팔겠다고 할 때 구입하지 못하면 사라지기 마련”이라며 “긴박한 상황이었기에 재단 기금을 활용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소명감을 가지고 (이번 일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한짓골 플랫폼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공공공연연습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이미 도민이나 예술계 사이에서 널리 공감대를 이룬다. 지방선거에서 당선, 낙선 의원 모두 한짓골 플랫폼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제주최대 예술단체인 제주예총과 제주민예총도 찬성했다”고 공감대 지적을 반박했다.

승인 전결에 대해서는 “재단 내 기본재산관리위원회, 이사회를 거친 사항이기에 전결 승인해도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