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근현대미술 걸작선> 14일 개막...가나아트 컬렉션 110점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오윤...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걸작 100여점이 제주에 온다. 한국 최고의 미술 컬렉션을 보유한 가나문화재단과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손잡고 준비한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 100년의 여행, 가나아트 컬렉션>(이하 100년의 여행)이다.

<100년의 여행>은 7월 14일부터 10월 3일까지 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과 시민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략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국내 근현대 시기 미술 걸작들을 제주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한국 모더니즘의 문을 연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한국적인 미감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한 박수근, ‘한국의 로트렉’ 구본웅, 전통 수묵채색의 영성을 일깨운 박생광, 민중미술의 전설 오윤, 조선이 낳은 천재 화가로 불리는 이인성, 한국의 자연주의적 인상주의 화론을 구축한 오지호, 조선 최초 여성 화가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 20세기의 르네상스 예술가로 불리는 백남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환상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그려냈던 천경자 등 명실상부 한국 대표 작가들로 채웠다.

이들의 회화, 한국화, 조각, 입체, 미디어 작품 등 생생한 근현대 미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 110점을 전시한다.

김환기, 〈산월〉, 1962, 마포에 유채, 130.5×162㎝.png
▲ 김환기의 작품 <산월>, 1962, 마포에 유채, 130.5×162㎝.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김환기의 작품 <산월>은 작가 특유의 한국적인 서정을 뽐내는 작품이다. 푸른 색조를 바탕으로 두 개의 달이 산인지, 물인지, 구름인지 모를 리드미컬한 선을 타고 있는 형상이 나타난다.

구본웅의 작품은 <여인 좌상> 등 4점이 온다. 한국 표현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구본웅의 작품은 관객에게 담대한 필치를 선사한다.

박수근, 소금장수, 1956, 하드보드에 유채, 33x23.5cm.png
▲ 박수근의 작품 <소금장수>, 1956, 하드보드에 유채, 33x23.5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박수근의 <소금장수>는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소박하지만, 진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삶의 중압감 속에서도 생을 이어나가는 담담하고 희망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전쟁 전후의 시대상과 정감 어린 추억 속 정경들을 향토적으로 표현했던 박상옥의 <서울풍경>, 부산 출신의 화가 김경의 <소>와 <소녀>는 향토적인 정다움을 느끼게 한다. 

오윤, 바람부는 곳Ⅰ, 종이에 목판, 1980년대, 32x47cm.png
▲ 오윤의 작품 <바람부는 곳Ⅰ>, 종이에 목판, 1980년대, 32x47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이응노, 〈군상〉, 1983, 한지에 수묵, 165×271㎝.png
▲ 이응노의 작품 <군상>, 1983, 한지에 수묵, 165×271㎝.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민중미술가 오윤의 작품 5점을 통해, 격동적인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이인성의 작품 <복숭아>는 이국 취향에 대한 관심과 토속적 소재를 추구해온 작가의 양면적인 회화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인성, 복숭아, 1939, 캔버스에 유채, 91×116.8㎝.png
▲ 이인성의 작품 <복숭아>, 1939, 캔버스에 유채, 91×116.8㎝.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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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의 작품 <아열대Ⅱ>, 1978, 종이에 진채 72×90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의 <별장풍경>, 따뜻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투명한 색채의 대가 이성자의 작품, 열정과 예지의 삶을 살다 간 '꽃의 화가' 천경자의 작품 <아열대 Ⅱ> 등은 이번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1세대 추상미술의 흐름도 살펴본다. 곽인식의 대작 <무제>, 유영국의 작품 <Work 3>을 통해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적 위치와 색면추상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수묵추상의 대가 권영우와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전환 과정을 보여주는 월남화가 권옥연의 작품도 전시한다. 추상미술로 나아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초창기 모습을 담은 하인두의 작품과 만다라를 주제로 한 전성우의 우주·예술적 작품 등은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를 보여준다.

청전 이상범, 춘경, 1961, 종이에 수묵담채, 78x178cm.png
▲ 청전 이상범의 작품 <춘경>, 1961, 종이에 수묵담채, 78x178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박생광, 무당11 , 1985, 한지에 수묵 채색, 136.5x132cm.png
▲ 박생광의 작품 <무당11>, 1985, 한지에 수묵 채색, 136.5x132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소정 변관식, 촉산행려도, 1922, 비단에 수묵담채, 210x70cm.png
▲ 소정 변관식의 작품 <촉산행려도>, 1922, 비단에 수묵담채, 210x70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수묵채색화 계열의 대표작가들 역시 빠질 수 없다.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이당 김은호, 월전 장우성, 남정 박노수 등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수묵채색화의 품격을 조우할 수 있다. 박생광의 대표작 <무당 Ⅱ>도 전시한다. 박생광의 작품은 자유로움과 대담함이 두드러진다.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사용해 강렬한 색감을 내뿜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민중의 정서를 작품 안에서 만날 수 있다.

권진규, 〈지원의 얼굴〉, 1967, 테라코타, 48×32×20㎝.png
▲ 권진규의 작품 <지원의 얼굴>, 1967, 테라코타, 48×32×20㎝.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백남준, Phiber Optik, 1995, 혼합재료, 206×224×147㎝.png
▲ 백남준의 작품 <Phiber Optik>, 1995, 혼합재료, 206×224×147㎝.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조각 입체 작품은 염원과 구도의 예술가 권진규의 테라코타, 조각가 문신의 작품은 이번 전시를 다채롭게 한다. 특히 제주도 출신 중광 스님이 남긴 병풍 그림과 유화, 도자기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100년의 여행> 전시품은 가나문화재단 소유다. 가나문화재단은 가나아트갤러리, 서울옥션 이호재 회장이 설립한 단체다. 가나문화재단과 이호재 회장은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 국내 대표 민중미술가 작품 200여점을 기증하고 다양한 전시를 이어가는 등 예술 향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오현미 큐레이터는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을 통해 ‘현대화된 한국미’의 구체적인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피력했다.

김준기 관장은 “가나아트 컬렉션은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 100년의 여행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다. 이번 전시가 수준 높은 미술작품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근현대 역사를 반추하는 역사적 성찰의 장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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