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제주-서귀포시장 도의회에 추천 요구...도의회 "인사권 침해" 우려
원희룡 지사는 4일 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특별법에 따라 행정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게 돼 있지만 도민의 뜻을 반영하고 초당적 협력을 위해 인사권 행사를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저의 제안에 대해 도의회도 긍정적으로 공감했고, 논의를 진행해 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임명까지 최소 50일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추천과 별도로 공모 절차는 진행하겠다"며 "공고가 시작되더라도 특정한 사람을 놓고 절차가 진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의회나 각 정당, 도민사회에서 추천 또는 의견제시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제주도의회와 정당 등에 행정시장 인사 추천을 공식 제안한 것이지만, 도의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여서 사실상 민주당에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 지사의 제안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행정시장 추천에 대해선 구체성이 없고,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추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의회 수장인 김태석 의장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행정시장 인선과 관련해 지사께서 추천을 요청했는데 원칙과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추천할 수 있느냐"며 "만약 추천을 했는데 다른 사람도 응모하게 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다소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도 "행정시장 추천제가 시스템화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기준 마련을 위해 운영위원장과 제주도 기조실장이 협의해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김 의장은 "원 지사의 제안은 협치의 중대한 첫 발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깜짝 제안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얘기해야 진정성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경학 의원은 "지사께서 의회에 행정시장을 추천하거나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했는데, 의회의 추천을 요청했다기 보다는 의회를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폭넓게 의견을 듣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회에서 특정인을 거명하면서 추천하는 게 도지사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의회와 제주도는 견제와 균형을 해야 하는데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피력했다.
김 의원은 "도지사가 적절한 인사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어쨌든 지사가 행정시장 인사를 위해 폭넓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인사추천을 위한 논의기구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가 행정시장 인사 추천을 도의회에 요구했지만 공을 넘겨받은 의회는 협치를 위해 긍정평가를 내리면서도 인사추천은 완곡하게 거절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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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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