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7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나는 고향으로 간다>展

원로 미술작가 강광(姜光, 1940~)의 예술 세계를 총 정리하는 전시가 제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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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 화백. 출처=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7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초대개인전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를 진행한다. 전시는 1부(7.7~8.15), 2부(8.17~10.3)로 나뉜다. 

이번 초대전은 강광이 추구한 시대정신을 작품으로 마주하며 기억하기 위한 자리다. 제주에서 14년 간 생활하면서 만들어낸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총 5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이는 1부에서는 화가의 1970~80년대 작품을 ‘침묵적 저항’과 ‘역사와 현실에 대한 성찰과 비판’으로 나눠 전시한다. 2부는 1990~2000년대 작품 50여 점으로 ‘반민족, 반통일 세력에 대한 경종’과 ‘삶의 터,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다룬다.

# 제주살이 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은 강광 작가에 대해 “그의 작품세계는 그가 겪어온 한국현대사의 과정이 그때마다 예술가들에게 부여하게 됐던 당대의 미학적 과제들에 맞부딪혀 그가 풀어내고자 했던 여러 고민과 의문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세계다. 이 의문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그가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자기 자신에의 진실함이었다”고 총평한다. 

1940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난 작가는 196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1960년대 말 제주로 향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청년기, 제주에서 보낸 14년은 그에게 중요한 시간이었다. 유신정권 하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며, 힘든 현실을 그의 정신 속에서 추스르고 아우르고자 기나긴 사유의 시간을 보냈다.

도립미술관은 “그는 제주에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 시기를 본인 화가 인생의 습작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을 보면 그가 관심이 있는 자연과 현실을 그만의 독특한 컬러로 해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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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의 작품 <烏飛 Dont Attack>, 2007, 캔버스에 아크릴, 180×227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자연에 투영한 예술성
강광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자연이다. 그가 제주에서 바라본 풍경들, 14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긴밀한 대화를 나눈 상대는 오직 자연뿐이라는 듯 그의 작품의 모티브는 모두 자연에서 비롯됐다.

<오월의 노래-잃어버린 섬>(1985)은 1980년대 강광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당시 작가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고, 늘 산과 들 같은 풍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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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의 작품 <오월의 노래, 잃어버린 섬>, 1985, 캔버스에 유채, 96×130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이 작품에서는 해골이 뒹구는 섬에서 붉은색의 용암이 커다란 풍선처럼 분출한다. 특히 말풍선처럼 등장하는 선명한 붉은색이 강렬하다.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의 소재들은 얼핏 보기에는 외부세계를 표현하고 있지만, 이 모티브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삶의 진실’이다. 

도립미술관은 “누군가는 그림을 보는 순간 광주5.18, 제주4.3 현장을 떠올릴 것이다. 그에게 자연은 인간 세상의 장면들을 상징하는 객체이다. <들개>(1985)처럼 동물이 주 소재가 되는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황량함, 몽환적, 고독감 등의 감정은 들개, 유령, 새, 멧돼지 등으로 의인화돼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강광은 문자언어를 사용해 작품을 표현했다. <나는 고향으로 간다>, <마리산 자락에서> 등에서 글귀는 작가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언어적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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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의 작품 <나는 고향으로 간다 II>, 2003, 캔버스에 아크릴, 100×130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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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의 작품 <나는 고향으로 간다 Ⅳ>, 2004, 캔버스에 아크릴, 125×145cm.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2부가 시작되는 8월 17일 오후 2시부터 ‘강광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준비돼 있다.  

평소 강광의 예술세계를 연구해온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이경모 센터장은 세미나에서 ‘한국 현대미술과 강광’에 대해 발제할 예정이다. 이 센터장은 이번 전시에 큰 도움을 줬다.

김준기 관장은 “강광 선생의 작품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돌아보는 동시에 제주가 품은 자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 현대미술에 영향을 끼친 강광 선생의 작품과 그의 활동을 돌아보고 제주 미술사 정립에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1983년 <유경채, 강광 2인 초대전>을 시작으로 8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2007년 포스코갤러리에서 가진 전시 이후 11년에 여는 개인전이다.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인천대학교 부총장(미술학과 교수), 인천민예총 지회장, 인천미술대전 초대작가, 창작미술협회 회장,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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