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국제포럼] 미국 위스콘신 김난 교수 “관광=추모 장소 방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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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 역사학과 김난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이 운영하는 ‘제주4.3평화기념관’과 민간 업체인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이 영어권 해외 관광객에게 혼동을 준다는 지적이다.

제주4.3평화재단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4일 제주칼호텔에서 개최한 <한국 현대사 국제 포럼>에서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 역사학과 김난 교수는 이 같이 밝히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난 교수는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은 짧은 이름으로 ‘제주역사박물관’ 또는 ‘제주평화박물관’으로 불린다. 이곳은 4.3평화공원과 비교해 보수적이고 친 군대적, 반공적인 관점에서 제주도의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서술하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에 개관한 제주 전쟁역사 평화박물관은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가마오름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일본제국의 동굴진지가 이곳에 있다. 동굴진지는 2006년 국가 등록문화재 제308호로 지정됐다. 2013년 동굴진지와 인접 토지를 문화재청이 매입했다. 

2010년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을 명칭을 바꿨지만 홈페이지 대문에는 ‘제주평화박물관’으로 명시됐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peacemuseum.co.kr 이다. 4.3평화기념관과 평화공원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jeju43peace.or.kr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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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 홈페이지 내 박물관 연혁 화면. 출처=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김난 교수는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의 반대편을 대표하는 제주도에 있는 두 개의 ‘평화 박물관’의 존재와 관련해 그 표면적 유사성은 이름에 대한 일시적인 혼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국제 웹 사이트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일부 관광객들이 실제로 두 박물관을 혼동해 방문했다는 후기가 기재되기도 했다”고 실제 문제가 벌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명칭의 혼란 때문에 진보적인 관점에서 4.3사건에 대한 역사에 대해 배우고 싶은 방문자들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제주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역사를 배울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난 교수는 4.3평화기념관, 4.3평화공원에 대한 성격과 다크투어리즘으로서 4.3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함께 피력했다.

김난 교수는 “4.3평화공원과 4.3평화기념관은 ‘관광’ 그 자체가 추모 장소를 방문하는 활동으로 간주 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핵심 사례”라고 밝혔다.

또 “제주4.3과 관련된 역사적인 장소들을 ‘다크 투어리즘’의 틀 안에 가두기보다는 4.3과 관련된 장소를 보다 비판적인 궤적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현대인들이 기억 행동주의, 민주화, 사회 정의 운동의 전통을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로 이들 장소들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4.3평화공원과 4.3평화기념관은 역사적으로 4.3사건을 지우고자 했던 노력에 맞선 항의와 진상규명 운동의 역사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난 교수의 발표는 그가 발표한 논문 <기억 연구를 통해 제주4.3가르치기: 역사적인 삭제의 전환에 대한 윤리적인 증거-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비판>(Public Memory of the Jeju 4.3 Massacres and the Reversal of Historical Erasure: A Critique of "Dark Tourism")을 기반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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