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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평화재단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과 제주에서 <한국 현대사 국제 포럼>을 진행한다. 4일은 국내외 학자 19명이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양하게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4.3평화재단-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 현대사 국제포럼...“남한의 정치적 대립 분석 용이”

전 세계 주요 대학, 연구소에서 제주4.3을 알리는 활동을 한 데 모아 소개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4·3평화재단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과 제주에서 <한국 현대사 국제 포럼>을 진행한다. 

4일은 제주칼호텔에서 국내외 학자 19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독일, 스페인, 미국,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학자들은 4.3을 현장에서 가르치면서 느낀 점을 다양하게 밝혔다.

독일 베를린 자유 대학 역사문화학과 이은정 교수는 대학 한국학 센터에서 심도있게 4.3사건을 다루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은정은 베를린 자유 대학 한국학 센터의 한국 현대사 강의에서 4.3사건은 세 부분에 걸쳐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1945년부터 1948년까지 주한 미군청정 시기 ▲한국전쟁 시기 ▲한국의 과거 청산이다.

주한 미군청정 시기에서 4.3은 ‘한반도 남쪽에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던 상황에 발생한 현상이자, 남한의 정부 수립을 위한 단독선거 시행 시도에 대한 반발 운동’으로 소개된다.

이은정은 “나아가 사건을 야기한 중요 요인으로는 한국을 장악하고 있던 미군의 전반적인 역할, 전 세계를 분열시킨 냉전 초기의 상황, 국내 갈등이라는 구체적인 문제에서 미군의 역할 등이 있었음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전쟁을 논할 때,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 토의하면서 4.3사건의 배경을 상기하며 전쟁이 이미 그 시기에 시작된 것은 아닌지 고찰한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은 전쟁이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됐는지에 관한 복잡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역사책이 어떤 답을 제시한다고 해도 사실상 이런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고 4.3의 복잡한 성격에 초점을 맞췄다.

이은정은 아직까지 성격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4.3사건이 한국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4.3사건의 과거 청산이 불안정한 탓에 이 사건을 다루는 한국의 학교 교과서나 기타 교육 자료의 시각 차이가 발생했다”면서 “남한의 소위 자유 진보와 보수 우파 사이 정치적 대립 현상은 4.3의 정치적 추모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둘 중 한쪽에 속한 대부분의 주체는 일제강점기, 정부수립, 개발독재 시기와 관련된 과거 사건의 권위적 해석을 놓고 충돌한다”고 한국에서 4.3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분석했다.

더불어 “4.3사건은 20세기 중반 한반도의 급격한 발전 과정에서 주요 사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자유파와 보수파 간 갈등 시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이다. 이런 식으로 이 문제는 남한의 정치적 대립을 다룰 때 분석하고 논의하기에 적합한 매우 정확하고 분명한 사례가 된다”며 “따라서 우리는 정치적 추모, 대립, 또는 휴전위원회 등의 주제를 다루는 수업 시간에 4.3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은정은 4.3사건과 같은 과거 청산 문제가 한국학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고 봤다.

그는 “주제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많다. 그리고 4.3사건이 정치와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논란이 많다는 문제를 감안해 수업 토의 시간에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엄격히 준수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학생 압박 금지 ▲논란이 되는 문제는 논쟁하며 다룰 것 ▲학생들의 개인적 이익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 세 가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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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평화재단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과 제주에서 <한국 현대사 국제 포럼>을 진행한다. 4일은 국내외 학자 19명이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양하게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스페인 말라가 대학 Botella Luis 교수는 말라가 대학 동아시아학 학위 프로그램, 대학원 전문 한국사 프로그램에서 4.3을 어떻게 다루는지 소개했다.

Botella Luis는 “동아시아 현대사 교과목은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냉전 체제의 전반적 과정, 이승만 정부의 반공주의 정책, 독재 국가의 수립을 연관지어 4.3을 설명한다”며 “4.3사건은 한국과 동아시아 현대사, 한반도 분단, 동아시아 냉전 체제, 외상과 추모, 또는 인권 문제 등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주제”라고 그 가치를 인정했다.

그는 “유능한 국가 또는 나라를 중심으로 한 기술은 필연적으로 탐라·제주도의 역사적 경험을 국가나 나라의 목적에 맞게 종속시킨다. 따라서 중앙의 관점에 맞지 않는 풍부한 역사적 경험들은 기술되지 않는다”며 “4.3사건과 같은 규모의 비극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중요한 건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본래의 맥락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꼽았다.

즉, 중앙의 시각으로만 이해하는 것을 경계하고 고유한 사건의 본질을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라로셸 대학 Cherel-Riquier, Evelyne 교수는 한국학 응용 외국어 학사학위 과정에서의 한국 현대사 교육 사례를 다뤘다.

그는 “1948년 총선거 부분을 교육하면서 나는 학생들에게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 발생한 비극과 1948년 4월 ‘4.3’ 폭력이 있기까지 몇 달간 극우주의적 정당과 기존의 경찰력에 의한 국민 압제, 그리고 몇 달 동안 제주도가 어떻게 탄압 정책 속에 있었는지를 설명한다”고 4.3의 원인을 주목했다.

더불어 “이러한 탄압 속에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학생들에게 항상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학생들은 한국전쟁 이전의 한반도 제주도의 맥락에서 이런 폭력에 대한 내용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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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평화재단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과 제주에서 <한국 현대사 국제 포럼>을 진행한다. 4일은 국내외 학자 19명이 ‘한국 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양하게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 관계 대학원 한국학 교수 James Person는 한국학 전공 프로그램 가운데 4.3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제주 학살 사건의 개략적인 윤곽에 대해 다룬다. 본토와는 달리 제주도에서는 진보적인 인민위원회의 지도 하에 해방 초기 더 큰 자치권을 누리고 있었다. 한반도의 정치적 분단에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토착 농민 운동의 시작과 경찰 병력 USAMGIK(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이 이 운동을 억압하기로 결정하면서 우파 단체가 이에 개입하면서 발생한 끔찍한 결과도 다룬다”고 자신의 강의를 압축했다.

James Person는 “4.3학살 사건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내 목표는 이 사건을 이 시대의 국내 및 국제적인 전개 양상 속에 배치시키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통치, 한반도 좌파-우파의 정치적 지도자들이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취한 다양한 방법, 카이로회의(1943)와 얄타회의(1945)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회의에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 점, USAMGIK 설립 등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주 대학살에 관한 강의는 약 15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학생들은 과제와 토론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김 교수는 해방과 한국전쟁에 대한 의미에 주목했다.

마이클 김은 “비극적인 사건을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잊혀 가는 해방 시기의 사건들이 너무 많다. 한국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졌다. 식민지 시대 동안 일제에 협력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가장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형식으로 남아있다. 미국 내의 한국 독립 운동에 관한 역사는 소수의 학술 논문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면서 “해방 시대의 잊힌 사건들에 대한 조사는 제주4.3이 추가적인 조사를 요하는 많은 역사적인 기억들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즉, 4.3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8.15 해방부터 한국전쟁 발발 사이 한반도 역사에 대한 보다 많은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Breuker Remco 교수는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자료를 통해 대학에서 15년 동안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느낀 점을 밝혔다.

Breuker Remco는 “나는 내 수업에서 제주도를 ‘제주’가 아닌 제주도의 현대 이름인 ‘탐라’라고 부른다”며 “한국사를 가르칠 때 나는 탐라·제주도의 위치가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삼별초 항쟁, 4.3)의 원인임을 강조한다. 또, 국가를 중심으로 한 역사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할 때 중요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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