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김태일 제주대 교수 집필로 ‘제주 속 건축’ 출판…제주건축 155선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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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속 건축> 김태일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239쪽, 1만8000원 ⓒ제주의소리

오름을 닮은, 숲과 바다를 담은, 그리고 돌과 바람이 빚어낸, 무엇보다 제주사람의 호흡이 깃들어 있는 제주건축 155선이 한권의 책으로 엮여 출판됐다. 

‘도시 속 건축’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 ㈜안그라픽스는 2015년 서울, 2016년 부산에 이어 세 번째 시리즈로 최근 <제주 속 건축>을 펴냈다. 집필은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가 맡았다.   

오랜 세월 제주에서 생활해온 건축학자의 시선을 통해 제주 건축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읽고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건축 미학을 켜켜이 쌓인 시간을 발굴하듯 조목조목 조명했다. 

고난과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제주 땅. 그 땅이 만들어낸 제주인의 삶과 건축 문화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고 집필자는 역설한다. 

건축은 사람을 닮는다고 했다. 초가(草家)와 와가(瓦家) 등 제주건축은 자연에 도전하고 적응하며 구축된 역사의 산물로서 흙과 나무와 돌을 집짓기의 주 재료로 활용했다. 자연과 동화된 제주인의 삶을 닮았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또한 온전히 자연과 일치한다. 약한 듯 약하지 않은, 성글지만 사실은 촘촘함이 제주전통건축의 특징이다. 지형, 공간, 규모 모든 것이 특별한 양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의 기능과 목적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건축양식이 도입되고, 해방이 되면서 제주건축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제주에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관광개발사업 붐은 지역성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최소한 1982년 한국건축가협회 제주지회(현 제주건축가회)가 결성되기 전까지는 ‘제주다운’ 건축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기.  

1990년대에 들어와 전통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으로 제주건축이 새로워졌다는 긍정의 평가가 나온 것은 다행이라고 집필자는 평가한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제주건축의 지역성과 향토성에 대한 논의가 경제활성화라는 논리에 묻히거나, 실험적 건축작업의 시도들이 연속성을 갖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제주 속 건축>은 ▷서귀포시 서부지역 ▷서귀포시 동(洞) 지역 ▷서귀포시 동부지역 ▷제주시 동부지역 ▷제주시 동(洞) 지역 ▷제주시 서부지역 ▷섬 속의 섬 등으로 구성됐다. 

뭍으로 부터 소외됐던 변방의 섬 제주. 그러나 지금은 역사시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제주건축들을 품고 있어 누군가는 섬 전체를 ‘건축박물관’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김태일 교수는 “최근 제주건축의 흐름에는 제주를 변화하게 만드는 요인이 잠재되어 있다”며 “건축가의 세대교체, 외국건축가의 활동 증가,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움직임 등 세가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제주건축에는 새로운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 고유한 건축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단순히 외형적 관점에서 제주건축의 정체성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건축과 공간의 본질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건축작품을 탐색하려는 실험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제주 속 건축>은 제주건축 안내서이자 제주의 모든 공간과 특별하게 만나게 해줄 여행안내서 역할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 김태일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239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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