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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도두동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량들. 상당수는 렌터카다.

'제주도 렌터카에 전화번호 표시 의무화' 국민청원 등장...부착 당부해도 강제성 없어 한계  

'렌터카의 천국'으로 불리는 제주에서 렌터카 운전자의 차량 내 '연락처 명시'가 제도화될 수 있을까. 이를 의무화해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낮 12시쯤 제주시 도두동. 제주국제공항과 가깝고, 향토 음식점이 즐비해서인지 많은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돼 있었다. 

이중 상당수는 렌터카. 이면도로는 물론 사거리 모퉁이까지 차량들이 가득 세워져있었다. 여기에 주차된 렌터카 10대 중 9대 이상은 연락처가 없었다. 

제주시 이도동에 거주하는 이모(30)씨는 최근 집 앞에 주차된 렌터카로 인해 직장에 지각했다. 다세대 주택 주차장 앞을 렌터카가 막아선 것. 

차량 내부는 물론 주변을 둘러봤지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결국 렌터카 업체로 연락해 운전자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였다. 

“렌터카가 내 차를 막아서 출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하자 업체 측은 “렌터카 이용자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40분 정도 흘렀을까. 그제서야 렌터카 운전자가 졸린 눈을 비비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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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거리 모퉁이에 주차된 렌터카. 일반 차량 운전자들은 렌터카를 피해 크게 우회하고 있었으며,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은 그때마다 멈춰서야 했다. 

이씨의 출근 시간은 이미 지난 상태였다.  

렌터가 운전자는 “제주에 놀러와 친구 집에서 잠을 잤다. 차를 어디에 세울지 몰라 다른 차들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해 주차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분통이 터졌지만, 이해하려 했다. 초행길 공영주차장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을 수 있고, 자신도 다른 지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 이면도로 주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렇더라도 연락처는 남겨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주도민 상당수는 이씨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터. 

급기야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제주도내(전국) 렌터카에 전화번호 표시 의무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렌터카로 인해 도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서귀포시 거주자라고 밝힌 청원자는 “렌터카의 불법주차와 운전미숙으로 (제주에서) 사고가 빈번하다. 불법 주차는 원활한 교통을 방해한다. 렌터카의 경우 일반 차량과 달리 연락처가 없다. 큰 화재가 날 경우 대형 사고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렌터카를 포함한 일반 자동차에 안심번호나 전화번호 의무 공지 시행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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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렌터카 전화번호 표시 의무화 요청 글.

지난달 현재 제주도내 렌터카 업체는 121곳. 

이들 업체가 보유한 렌터카는 3만2058대에 달한다. 제주도는 9월21일부터 렌터카총량제를 시행해 이를 2만5000대까지 줄일 방침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렌터카 사고는 2013년 394건, 2014년 393건, 2015년 525건, 2016년 528건, 2017년 523건으로 3년 전 부터 급증했다. 

사상자도 2013년 655명, 2014년 693명, 2015년 955명, 2016년 949명, 2017년 881명에 이른다. 연간 사상자가 1000명에 육박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렌터카 이용자가 몰리는 7~9월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에 2건꼴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도내 렌터카 업체에 이용자의 연락처 부착을 요구해왔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주차된 렌터카를 빼야 하는데 연락처가 없다는 등 취지의 민원이 자주 제기된다. 이에 따라 각 업체에 공문을 보내 이용자의 연락처 부착을 요청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렌터카 업체도 골머리다. 고객들에게 연락처 부착을 일일이 안내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를 인수·인계할 때마다 고객들에게 연락처 부착을 안내하고 있다. 또 연락처를 적어 놓을 수 있는 카드 형태의 메모지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용객들이 연락처를 잘 부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렌터카에 연락처가 없다며 업체에 연락해 항의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일부는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연락처 부착은 강제성이 없어 우리도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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