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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16일 제주도관광협회 공지사항에 나온 전세기 일정-노선 변경 신청 안내문. 변경 제외 대상에 '일정과 노선이 타 컨소시엄과 중복되는 경우'가 포함돼 있다.

뒤늦게 노선 변경한 컨소시엄에 '적합' 판단, 기존 컨소시엄 반발...'중복지원 배제' 기준 모호  

제주도관광협회가 도내 여행업계의 해외시장 개척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중인 전세기 운항 지원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 간 출혈경쟁과 이에따른 '싸구려 관광'을 막기위해 협회 스스로 '지원 배제 대상'을 정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세기 운항 지원사업은 해외시장 다변화와 제주 관광의 체질개선 등을 위해 2015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새로운 항공 노선이나 전략·확대 노선에 전세기를 띄우는 여행업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게 골자다. 지원을 받으려면 도내 일반여행업체 3개 이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계획서를 제출, 사전 타당성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신규 노선의 경우 전세기 2회 왕복에 5000만원, 라오스, 미얀마, 블라디보스토크 등 개척노선은 4000만원을 사후에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베트남 하노이·호치민·다낭, 일본 홋카이도·오키나와·규슈 등 전략·확대 노선은 2000만~3000만원이 지원된다. 해외 관광객을 제주로 유치하는게 사업의 최대 목표다. 

논란은 한 컨소시엄이 뒤늦게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게 발단이 됐다. 

최근 관광협회는 A컨소시엄이 제출한 전세기 운항 노선 변경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연초 제주-하노이 전세기 운항을 계획했던 A컨소시엄은 지난달 다낭으로 노선을 바꿔 관광협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다낭은 B컨소시엄을 비롯해 몇몇 컨소시엄이 이미 연초에 운항 계획서를 제출한 노선이다. 더구나 A컨소시엄의 다낭 운항 일정은 B컨소시엄과 불과 열흘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컨소시엄끼리 일정과 노선이 겹칠 경우 변경 불가 방침을 세운 관광협회가 적합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B컨소시엄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A컨소시엄의 전세기(제주-하노이) 운항 일정은 7월30일~8월3일. B컨소시엄은 8월10일부터 14일까지다.  

올해 관광협회 지원 사업에는 8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예정된 전세기 운항 횟수는 12차례(2회 왕복×12).  

전세기가 제주를 오고 갈 때 탑승객이 가득찰수록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각 컨소시엄은 모객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불과 열흘 차이로 같은 노선이 존재한다면 출혈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 현지 모객 과정에서 제주 관광 단가를 대폭 낮추기라도 하면 제주관광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가, 옵션 관광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관광협회에 따르면 부득이한 사항이 발생했을 경우 전세기 운항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정기성 전세기 운항 노선(운항예정 노선 포함)과 중복되는 경우 △일정과 노선이 다른 컨소시엄과 중복되는 경우 등은 변경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내용은 관광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2018년 5월16일자([긴급] 도내 여행업계 전세기 운항 지원 사업 관련 전세기 운항 기존 사업계획 변경사항 접수 안내)에 명시됐다.  

A컨소시엄의 노선 변경은 이미 예고된 B컨소시엄의 사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행업계 중론이다.  

모 여행사 관계자는 “A컨소시엄의 노선 변경으로 B컨소시엄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할만 하다. 특히 해외에서 제주로 오는 관광객 유치가 어려운데, 일정이 10일 차이라면 서로 모객이 힘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A컨소시엄이 나중에 노선을 바꾼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전세기 운항 일정을 조정하도록 하는 중재노력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협회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면 논란의 소지가 없다. 관광협회는 지난 20일 A컨소시엄의 노선 변경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관광협회는 전세기 운항이 모두 끝난 뒤 당초 사업계획과 최종결과 보고서 등을 심의해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됐다고 판단되면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B컨소시엄 관계자는 “전세기를 띄우는 것은 각 컨소시엄의 자유 의지다. 현지 사정 변경에 따른 일정 변경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협회 지원금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불과 열흘 차이로 같은 노선이 운항된다면 과열경쟁을 막기위한 사업의 취지와 어긋나지 않나. 일정 변경을 불허하든지, 다른 노선으로 유도해야 상식적으로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와관련 관광협회 관계자는 “A컨소시엄과 B컨소시엄의 노선이 겹치지만, 일정은 10일 정도 차이 난다. 공지사항에 명시된 제외 대상은 똑같은 날 겹쳤을 경우”라며 “최근 열린 심의에서 A컨소시엄과 B컨소시엄의 상품 구성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컨소시엄은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관광일정이며, B컨소시엄은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일정이다. 상품이 달라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전에 두 컨소시엄간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B컨소시엄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B컨소시업 참여 업체 관계자는 "A컨소시엄이 뒤늦게 노선을 바꿔 모객에 나서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현재 모객이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관광협회 관계자는 “적합하다고 판단해도 곧바로 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컨소시엄의 전세기 운항으로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이 늘거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판단되는 등의 경우에는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컨소시엄의 노선 변경에 따른 일부의 우려는 협회도 인지하고 있다.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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