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모 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고 심지어 자녀의 이름을 제자들의 공모작에 끼워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반발한 해당 학과 학생들이 수업거부에 나선 가운데, 과거에도 해당 교수의 '갑질'에 맞선 학생들의 저항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대학당국은 그 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황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제주의소리>가 취재한 다수의 제보자 등에 따르면 해당 학과 학생들은 지난 2009년과 2012년 각각 A교수의 폭언과 성희롱, 부당지시 등 갑질에 반발해 수업거부 등의 집단행동에 나섰다.
특히 2012년 집단 반발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당시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공유했고, 수강신청 기간 A교수가 개설한 과목을 한 명도 신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업을 거부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저항은 한 달도 안돼 무력화됐다. 당시 해당 학과에 재학중이었던 졸업생 B씨는 "A교수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직후,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같은학과 타 교수의 수업에 대신 들어가 학생들을 겁박하고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결국 백기를 든 학생들은 당초 A교수가 개설한 수업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들어갔다는게 제보자들의 얘기다.
제보자들은 A교수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업거부를 주도한 학생을 찾아 보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교수는 이 사건과 관련한 특정 학생들을 집요하게 찾아냈고, 해당 학생들은 학점 등에 있어 눈에 띄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2009년 집단반발 당시에도 A교수는 주도한 학생을 찾아내 보복을 가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무마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다.
또 다른 졸업생 C씨는 "해당 학과에서 A교수는 사실상 '왕'이나 다름 없었다. 학생들은 물론 동료 교수들도 그에게 감히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며 "아무리 저항을 해보려 해도 번번이 가로막히고, 보복까지 당하는 모습을 본 이후에는 A교수에게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학당국의 무대응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복수의 졸업생들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은 수업거부 등의 집단행동을 하기 전에 대학측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어떤 방식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학과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대학 측에 상황을 알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는 C씨 외에도 3명의 졸업생들로부터 동일한 증언을 확보했다.
반면, 대학측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해당 학과 재학생들이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대학당국은 교무처장·학생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몇 년 전부터 A교수의 갑질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학측은 "학과 자체적으로는 문제제기가 있었을 수 있겠지만 본부 쪽으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남아있는 기록이 없다"고도 했다.
이는 학생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대학측이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아니면 학생들과의 소통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편, A교수는 지난 19일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 및 입장표명문'을 통해 "시대가 변한 작금의 현실에는 제가 선택했던 교육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면서 "결국 저의 불찰과 정제되지 못한 언행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죄하는 심정으로 저의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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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pio@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