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대 A교수, 제자들 디자인공모작에 당시 '고교생 자녀 끼워넣기' 증언 잇따라
[기사 보강=18일 17:14]학생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제주대학교 모 학과 A교수가 이번엔 디자인 공모전에 자녀의 이름을 끼워 넣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A교수의 자녀는 수 년 전, 공모전 수상 경력 등을 토대로 국내 명문대에 수시 입학했다.
<제주의소리>는 '미투 열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께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두 달 여에 걸쳐 당시 해당 학과에 재학했던 6~7명의 졸업생들로부터 동일한 증언을 확보하고, 관련 자료들을 입수했다.
졸업생 등에 따르면 A교수는 학생들이 출품한 작품을 관리·감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녀의 이름을 끼워넣었다. 이 같은 '공모전 이름 끼워넣기'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꾸준히 벌어졌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졸업생 B씨는 "A교수는 자녀의 입시 무렵 (학과)학생들의 작품에 이름을 끼워넣어 수상경력을 올리도록 했다"며 "이미 A교수의 자녀는 고등학생이었을 때 웬만한 대학생 보다 더 좋은 수상경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졸업생 C씨는 "A교수는 자신의 직속라인 학생들이 공모전에 출품을 할 때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후배들 이름을 한 번씩 끼워넣곤 했다. 그 후배가 2~3년후면 메인 멤버로 공모전 출품 작업을 하게 되는데, 과거 자신의 이름이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보니 A교수 자녀의 이름을 끼워 넣어도 항변할 수 없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3년 당시 국내외 저명한 디자인 공모전 사례를 보면 A교수 자녀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A교수의 자녀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의 하나인 모 디자인어워드에서 컨셉트 디자인 부문 최고상에 제주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 작품을 감독한 것은 A교수다. 당시 언론에서도 주요하게 다룰만한 쾌거였기에 일부 언론 보도에는 A교수와 A교수 자녀의 이름까지 그대로 올라가있다.
이 작품은 이듬해 해당 공모전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 작품에까지 오르게 된다. 공모전 홈페이지에는 자녀 이름을 포함한 팀원들의 이름이 그대로 명시돼 있지만, 공교롭게도 이 당시 국내 보도에는 A교수 자녀의 이름만 쏙 빠졌다.
특정 작품은 아예 학과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그대로 도용했다. A교수의 자녀는 2012년 개최된 모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과 금상을 동시에 석권했는데, <제주의소리>는 취재 결과 이중 대상 작품이 자신의 작품임을 주장하는 졸업생들의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작품을 만들게 된 영감과 배경, 상황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또 다른 졸업생 D씨는 "A교수의 자녀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당시 학과 학생들에게 졸업생 작품으로 디자인 관련 '포트폴리오(실력을 보일 작품집)'를 만들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면서 A교수가 주문했던 것은 '너무 대학생스럽게 만들지 말고, 고등학생 비슷하게 만들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A교수 자녀가 입시할 대학교에 낼 포트폴리오였다"고 주장했다.
D씨는 "작업을 하던 학생들도 너무 (포트폴리오에)졸업생들의 작품을 가져다 쓰니까 '이래도 되나' 싶었다.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이지 않나"라며 당시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그 결과, A교수 자녀는 지난 2014년 국내 유명 명문대에 수시합격자로 입학했다. 이 또한 타 명문대에도 합격을 한 이후에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A교수는 자신의 자녀를 위한 작업을 시킬 때 '내가 너희들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하는 것이다'라고 나름 변명했지만, 학생들에게 그게 어디 부탁이었겠나"라고 회고했다. 특히 D씨는 "당시 A교수의 작업실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서약서' 같은 것을 쓰게 했다. '이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밖에서 말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A교수는 디자인계에서는 유명한 인사다.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에서의 수상 경력도 있고, 관련 업계의 영향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업생들은 "A교수는 자신에게 찍히는 학생들에게 툭하면 '디자인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줄 알라'는 으름장을 놓곤 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했다.
A교수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의 의견만 듣고 기사화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자녀의 입시를 위해 공모작에 이름을 끼워넣기 위해 학생들에게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5분여간 대화 끝에 A교수는 "지금은 통화가 어렵다.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통화를 종료했다.
18일 오후 재차 연락이 닿은 A교수는 "제 발언이 학생에 대한 공격성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어 말을 아꼈던 것 뿐"이라며 "내일(19일) 별도의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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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pio@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