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다. 전쟁과 전쟁 사이에 놓인 혼돈의 시대, 그 어느 지역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이념의 욕망이 충돌하는 용광로였다. 제주도립미술관이 4.3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주목하는 이유도 4.3과 동시대에 벌어진 동아시아 국가폭력을 함께 조명해서다. <제주의소리>는 이번 특별전에 출품한 작가 12명의 작품을 웹갤러리로 소개한다. 작품 사진과 소개글을 더하지만, 전시장을 찾아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편집자 주]

[포스트 트라우마] ⑤ 펑홍즈(彭弘智)

펑홍즈(彭泓智)의 <200년>은 강요된 민족주의와 일방적인 제국주의의 단면을 폭로하는 영상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皆因南京大屠殺而死)>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두 개의 대립적인 극단을 결합한 작품이다. 

등의자에 누워있는 비정상적인 모습의 인물은 일본 제2차 세계대전의 1급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의 몸은 인터넷에서 발견된 역사 사진에서 직접 따온 중국 여성 피해자의 몸이다. 머리와 몸은 모두 난징대학살이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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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홍즈의 작품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皆因南京大屠殺而死)>, 2009, 섬유 유리에 아크릴, 95×90×160㎝.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작가노트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皆因南京大屠殺而死)>의 의도는 한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두 개의 대립적인 극단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등의자에 누워있는 비정상적인 인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일본 1급 전범인 도조 히테키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반면에 그 몸은 인터넷에서 찾은 역사적 사진들에서 직접 가져온 중국 여성 희생자의 것이다. 

둘 다 난징대학살의 일부였다. 

한쪽은 희생자였고, 그녀의 손과 발은 등의자에 묶여있고 완전히 노출되어있으며, 일본군 집단 성폭행이 쉽도록 넓게 벌려있는데, 생명을 잃은 후에조차도 그 잔인함은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서, 폭력은 의례가 되었고, 양심이 집단적 어둠에 직면하게 될 때, 침묵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다른 한쪽은 난징대학살의 가해자였고, 전쟁 이전에 국가적 영웅이었으며, 타임지 표지에 실리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군법재판소에서 1급 전범으로 판결 받아 처형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난징대학살로 인해서 사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났으나, 아직도 이 기간에 일어났던 사실들에 대하여 일본은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함으로써 이 주제에 대하여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유대인들이 할리우드를 이용해서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세계에 알려왔던 것처럼, 중국이 세력부상을 멈추지 않는 한 이런 전파적인 작품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일본은 결국에 그들의 행위에 대하여 사과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유형의 민족적 비극의 역사적 예들은 수없이 많지만, 사람들에게 죄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복수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 불가능한 일에 직면하려면, 유일한 선택은 잊혀 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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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홍즈의 작품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皆因南京大屠殺而死)>, 2009, 섬유 유리에 아크릴, 95×90×160㎝.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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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홍즈의 작품 <명예로운 황군(榮譽的軍夫)>, 싱글 채널 비디오, 3′ 40″.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작가노트
<명예로운 황군(榮譽的軍夫)>

노래, 편곡 : 김마스타
촬영 : 펑이항
편집 : 펑홍즈, 펑이항
프로듀서, 한국어 가사 : 한리안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 최융

노래 가사
붉은 오색띠 명예로운 황군
얼마나 좋은가 제국의 남아여

천황께 헌신하고 내생명 다바쳐 
나라를 위한 것 결코 슬프지 않네

공격과 전진 군기를 흔들고 
총검을 들고서 전우여 전진하라 

한겨울 참호속 밤은 깊어만가고 
꿈속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아

시들어버려도 벚꽃이 되리
나의 조국 명예로운 황군

펑홍즈 彭弘智, 200년 200 years, 싱글 채널 비디오, 4′ 4″.png
▲ 펑홍즈의 작품 <200년>, 2008, 싱글 채널 비디오, 4′ 4″.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작가노트
<200년>은 로버트 알트만의 1975년도 영화 <내쉬빌(Nashiville)> 사운드트랙에서 가져온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한 컨트리 카우보이 가수가 “앞으로 200년을 더 가려면 우리는 뭔가 좋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야”라는 구절을 반복해서 노래한다. 이 노래는 어떻게 선조들이 대양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왔고 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헌신했는지를 묘사한다. 그리고 또한 후손들도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좋은 신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노래는 애국심과 기독교 신앙의 정신을 통합하며, 나라를 향한 애국심과 하나님에 대한 서약이 대조를 보인다.

<200년>은 “앞으로 200년을 더 가려면 우리는 뭔가 좋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야”라는 구절이 끊임없이 반복됨으로써 그 구절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박힌다. 1975년 당시는 겉보기에 평범했던 노래가 9.11테러 이후에 특히 미국 제국주의가 더 이상 지배적이지 않고 중국이 평화롭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들었을 때 시공간의 혼란을 일으킨다. 국수주의가 부상하고 있고, 사람들은 흥분으로 들끓고 있다. 만약 이 노래가 중국어로 번역되어 포크 가수 샤오허가 부른다면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언어의 기발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200년>

원곡 영화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 <내쉬빌(1975)>의 사운드 트랙
중국어 가사 : 펑홍즈, 샤오허
노래 : 샤오허
촬영, 편집 : 펑홍즈
영어번역 : 제니 C. 추, 질리안 슐츠 

노래 가사
나의 할머니는 홍군에게 평생 동안 신발을 바쳤다
나의 할아버지는 다리 하나를 잃었고 가슴에 훈장을 달기 전에 
나의 아버지는 펑 총사령관을 따라 한국전쟁에서 미국 놈들을 공격하고 
우리는 반드시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하나의 강성한 200년을

내 자녀를 전쟁터에 보내고 싶지 않아
그러나 반드시 가야한다면 가야지
인민을 위한 희생은 나의 신조
내 전부를 공산당에게 
조국의 모친은 기쁘고도 슬픈 이 시대의 시련은
우리는 반드시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하나의 강성한 200년을

우리는 3년간의 추운 겨울을 경험했고
10년의 동란을 겪고
지진, 홍수와 가뭄 
그러나 한 번도 동요되지 않고
우리는 염황의 자손 
어제의 영광을 나에게 말하고 
우리는 이미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왔나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하나 

이 길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고 
우리는 함께 걸어 왔다 
자손을 위해 깊이 생각하고 
눈앞만 보지 말고 
우리 모두는 그 길가의 돌 
피가 있고 눈물이 있고 땀이 있는 
우리는 반드시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하나의 강성한 200년을 

우리는 반드시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하나의 강성한 200년을 

또 하나의 강성한 200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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