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호들갑 떤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의 초입입니다.

여름은 해녀들에겐 주 소득원인 소라 금채기라 많은 걸 돌아보게 하는 계절입니다.

이는 물질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자원을 보호하는 기간이며 평소 생업인 바닷일을 잠시 접고 약간의 여유와 문화향유로 그네들의 삶에서 사치 아닌 사치를 즐길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오늘날 제주사회의 풍요함 뒤에는 눈보라, 비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바다밭을 일궈 왔던 해녀 어르신들의 핏땀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불턱의 온기를 미련으로 남긴 채 달려든 바닷가 파도속 자맥질과 숨비소리는 멎었던 숨 만큼의 온기가 되어 가족들 밥상에 쌀밥과 고깃국을, 형과 누나에겐 육성회비로, 나와 누이 고사리 손엔 공책과 연필을 쥐어 줬습니다.

이처럼 강인한 해녀 기상은 항일, 경제, 교육 및 문화 등 다방면에서 제주여성들의 삶의 궤적을 이뤄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의 이 물질적 풍요로움은 힘든 작업을 멀리하도록 만들었고 자연히 해녀 수도 급감해 이들의 삶의 흔적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제주해녀문화 가치에 세계가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바닷 속 ‘좋은 물건’을 뒤로한 채 내쉬는 숨비소리에서 체득한 ‘무욕의 정신’과 모진 작업이지만 자신의 수확물을 애기해녀에게 얹혀주는 ‘게석’의 전통은 그들만의 공동체정신과 정체성이 돼 제주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해녀의 소중한 가치를 나눠야 합니다. 생업에 문화적 색채를 덧칠해야 합니다.

문화라는 숨은 끼를 얹히는 작업에 제주자치도가 적극 나서겠습니다.

먼저, 도내 해녀합창단 등 해녀 문화동아리를 적극 지원해 해녀문화의 실질적 주체이나 생업으로 소외될 수는 해녀들에게 문화가 생활과 밀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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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충희. ⓒ제주의소리
또한 전문예술인과 예술단체에 대해 해녀문화 관련 우수 작품 창작 및 발표를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 상품 발굴을 유도해 해녀문화 원형을 활용한 산업기반 구축에도 힘써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제주해녀문화가 해녀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폭넓은 문화 향유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활용한 산업기반 구축으로 이어져 제주만의 특색을 가진 지역문화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게 되길 기원해 봅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장 홍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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