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다. 전쟁과 전쟁 사이에 놓인 혼돈의 시대, 그 어느 지역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이념의 욕망이 충돌하는 용광로였다. 제주도립미술관이 4.3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주목하는 이유도 4.3과 동시대에 벌어진 동아시아 국가폭력을 함께 조명해서다. <제주의소리>는 이번 특별전에 출품한 작가 12명의 작품을 웹갤러리로 소개한다. 작품 사진과 소개글을 더하지만, 전시장을 찾아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편집자 주]

[포스트 트라우마] ③ 메이딘옌(梅丁衍)

대만(타이완) 2.28 사건은 1947년 2월 28일 중화민국 정부 관료의 폭압에 맞서 타이완의 다수 주민인 본성인(本省人)들이 주도한 항쟁으로, 국민당 정부의 잔혹한 진압과 대규모 살상으로 1만 8000명에서 2만 8000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28 사건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타이완의 정치적 이슈이자 비극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메이 딘 옌(梅丁衍), Imprint, 2014, Density Fiberboard, 100×2,000㎝ ×20pcs.jpg
▲ <Imprint>, 2014, Density Fiberboard, 100x2,000㎝x20pcs.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메이딘옌(梅丁衍)은 타이완의 국가 정체성 문제를 본인의 작품으로 표현한다. 타이완이 타이완으로 존재하고 싶은 시기에 자신의 국가 정체성 문제를 본인의 작품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팝아트의 형식을 통해 이 심각한 문제를 즐겁게 풀어낸다. 

메이딘옌이 사용한 오브제들은 지도, 국기 혹은 지도자의 얼굴 등 일반 팝아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조금 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들에 다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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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8>, 1995, 캔버스에 아크릴, 120×120㎝x3pcs.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작가노트
<228>은 색맹검사지 위에 있는 세 개의 아라비아 숫자이다. 이 작품은 1947년 2월 28일 타이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2.28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 후 50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묻혀있다.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들어왔지만 2월 28일의 비극에 대한 원인도 희생도 알지 못한다.

<228>은 2월 28일의 역사적 사건을 토론할 때 구술의 상징이 되었다. 이 사건은 '국적 갈등'과 '국가적 통일 혹은 타이완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토론되는 정치적 이슈이다. 나는 세 단순한 숫자로 2.28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였다. 1995년에 리덩후이 총통(李登輝, 재임 1988-2000)이 국가수반으로서 공식적으로 2.28 사건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했으나, 이 사건은 타이완의 정치 문제로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사건은 정치적 이슈일 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트라우마 문화이기도 하다.
▲ <Brilliant Post>, 2003, 스테인리스 스틸, 40×40x6.4㎝ ed 3/3.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작가노트
1947년 2월에 타이완에서 2.28 사건이 일어났다. Huang, Rongcan(黃榮燦, 1920-1952)이라는 중국 판화가가 국민당 정부와 일반 시민들 사이의 2.28 갈등의 발화점을 작품으로 제작했고, 그 판화작품에 ‘소름끼치는 검열’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상하이에서 신문에 발표했다. 그는 필명을 사용했고 그 판화가가 실제 누구인지 중국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타이완에서 이 판화작품을 발표한 적은 없었으나, 1949년 그가 타이완으로 이사했을 때, 타이완 국민당 정부는 그에게 간첩행위의 혐의로 기소했고 1952년에 총살했다. 이후 40년이 지나도록 미술사에서 그에 대하여 논의된 적이 없었다.

1994년 이후, 나는 Huang, Rongcan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판화작품과 2.28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냈다. 나는 그를 기리기 위하여 ‘캔 기둥’을 제작했으며, 이것은 또한 2.28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Huang, Rongcan의 판화작품을 토대로 사용했고, 왜상(歪像:상이 일그러져 보이게 하는) 원리를 적용하여 관람객들이 기둥들 사이로 작품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설치작품은 예술과 정치 사이의 갈등을 상징한다.

메이 딘 옌(梅丁衍), Brilliant Post, 2003, 스테인리스 스틸, 40×40×6.4㎝ ed 33.png
▲ <Brilliant Post>의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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