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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 컨퍼런스 <기억투쟁과 평화예술을 향하여> 첫 날 행사를 미술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립미술관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 컨퍼런스 24~25일 개최

70년이란 세월을 지나온 제주4.3. 지난 진상규명 과정에 큰 역할을 담당한 4.3예술이 70년 이후 어떤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가운데, 아직 저항예술을 탈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부터 25일까지 미술관 강당에서 컨퍼런스 <기억투쟁과 평화예술을 향하여>를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미술관이 6월 24일까지 진행하는 제주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의 연계 행사다.

<포스트 트라우마>는 제주와 비슷한 학살의 역사를 경험한 광주(5.18), 오키나와(태평양전쟁), 대만(2.28), 베트남(베트남전쟁), 난징(일본군 대학살), 하얼빈(일본군 생체실험)을 미술로 소개한 전시다. 컨퍼런스 첫날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박경훈, 홍성담)을 비롯해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이 모여 <포스트 트라우마>에서 소개한 각국의 아픈 역사와 예술 활동을 소개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는 ‘동아시아 제노사이드와 예술’이란 주제에서 도립미술관 특별전의 취지를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저항 정신을 살리는 예술·연구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서 교수는 “촛불혁명을 거쳐 정권교체를 실현시키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가면서 세상에 봄이 왔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4.3은 아직까지 기억투쟁을 입을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며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보면 미국은 트럼프라는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있고, 일본은 역사를 역행하고 있다. 중동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폐기 요구에 위기감이 높아진다. 강요백, 홍성담 등이 해온 현실에 대한 저항, 즉 저항예술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동아시아 학살을 모으는 <포스트 트라우마>는 다른 전시를 살펴봐도 흔치 않은 훌륭한 기획이다. 다만 전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기억에 매몰되지 않고 계속 투쟁해야 한다”면서 “국제적으로 억울한 역사를 묶으면 4.3이 마치 과격해 보이지 않고 고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건 아니다. 4.3이 간직한 항쟁, 저항의 역사는 분단에 반대하고 보다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것이었다. 그 역사를 알린 예술의 발자취는 사회적 억압, 국가폭력에 맞선 처절한 저항예술”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주제 발표자들은 제주, 광주, 오키나와, 대만, 베트남, 난징, 하얼빈에서의 기억투쟁 예술 활동을 각각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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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 컨퍼런스 <기억투쟁과 평화예술을 향하여> 첫 날 행사를 미술관 강당에서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시는 쓰여지고, 증언은 지속될 것이다. 예술가들 역시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 사이의 긴장을 유지한 채 남겨진 자로서의 일을 할 것”이라며 4.3예술의 과제를 압축 요약했다.

홍성담 작가는 5.18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통해 “오월광주항쟁의 가장 큰 의미는 잔혹한 학살을 물리치고 광주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시민이 총으로 무장해 시민군을 편성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민주주의나 인권 이전의 저항권 문제”라며 “1987년 6월 항쟁, 촛불혁명 등 저항의 대목마다 군부는 위수령이나 계엄령을 검토했으나 1980년 오월항쟁의 기억이 군부의 섣부른 계획을 무산시켰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군부의 총칼로 국민에게 국가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5.18 광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나바 마이 광운대 교수는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은 단순히 전시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말하기’라는 꾸준한 행위를 통해 과거사와 경험자들의 기억을 현재 사회의 현실과 결부시키는 기억투쟁을 진행한다"며 "미술과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다할 수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곳”이라고 사키마미술관을 알렸다.

린츠밍 대만 국립교육대학교 교수는 2.28 사건을 조명한 예술가 메이 딘-E, 차이밍량, 셰춘더를 소개했다. 세 명 모두 1947년 2.28 사건 이후에 태어났다. 린츠밍 교수는 “2.28 이후 1949년부터 1987년까지 대만이 계엄령 아래 있던 ‘백색테러’ 기간 때문에 대만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없었다”며 “예술은 희생자와 그 가족이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상징하고 해석하면서, 사람들을 치유하고 피해자를 애도한다”고 분석했다.

눙 윌시 인도차이나 아트파트너쉽 수석큐레이터는 베트남 전쟁을 다룬 딘 큐레 작가를 통해 “기억은 기억하는 행위만이 아니다. 기억은 사라져 가는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재구성이므로, 과거에 대한 다른 버전을 통해 역사적 의식을 되가져오면서 미래를 재형성할 수 있다”고 기억투쟁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박종연 인제대 교수는 “난징대학살 작품 <가파인망>을 제작한 우웨이산은 소조의 칼로 찍어내고, 막대기로 치며, 몽둥이를 두들기는 수법과 손으로 빚는 방법을 함께 사용해 그 조각의 흔적에 영혼의 상흔이 잘 드러난다. 이는 민족 고난의 기억이며, 일본 군국주의 만행의 범죄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이광군 중국 노신미술학원 교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듯이 예술인들의 새로운 예술 창작 원천은 바로 자기가 살고 있는 고향의 역사를 기록하고 되새기는 작업”이라며 “아픈 역사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중국 흑룡강대학 교수 권오송 작가, 하얼빈사범대학 교수 김승 작가는 안중근 의사 의거와 731부대의 만행을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최근 중국 각급 정부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나 기록해야 할 사안에 대해 중점 지원 프로젝트를 세워 예술적으로 재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원한다”고 알렸다.

한편, 제주도립미술관은 25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4.3 예술에 대해 토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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