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다. 전쟁과 전쟁 사이에 놓인 혼돈의 시대, 그 어느 지역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이념의 욕망이 충돌하는 용광로였다. 제주도립미술관이 4.3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를 주목하는 이유도 4.3과 동시대에 벌어진 동아시아 국가폭력을 함께 조명해서다. <제주의소리>는 이번 특별전에 출품한 작가 12명의 작품을 웹갤러리로 소개한다. 작품 사진과 소개글을 더하지만, 전시장을 찾아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 [편집자 주]

[포스트 트라우마] ② 강요배

강요배 불인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333×788 국립현대미술관.png
▲ <불인(不仁)>, 2017, 캔버스에 아크릴, 333×78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제주는 아름다운 풍광 이면에 저항과 수난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섬이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정부와 미군정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3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제주는 일방적인 탄압의 대상이었으며, 고립된 작은 섬에서 분단과 냉전의 구도가 집약되어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 안에 가려진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따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서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캔버스에 담아온 강요배 작가의 ‘불인(不仁)’은 제주 4․3 역사화 연작의 마지막 작업으로, 4.3 당시 많은 희생자를 낸 제주도 조천 북촌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을 작품 전면에 채움으로써, 당시의 잔인함과 가슴 아픈 역사를 표현하고 있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서 나온 ‘천지불인(天地不仁)’은 ‘하늘과 땅은 어질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곧 천지는 만물의 끊임없는 변화에 있어 어진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행할 뿐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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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인(不仁)>의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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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인(不仁)>의 일부분.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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